MB, 현병철 기습 임명…박근혜 '뒤통수'?

靑, 브리핑 안하고 있다가 질문 나오자 "오늘 임명 재가"

이명박 대통령이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임명을 강행했다. 이 대통령은 13일 오전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기 앞서 현 위원장 임명을 예고 없이 재가했다. 현 위원장의 경우 연임을 하는 것이어서 따로 임명장 수여식은 하지 않았다.

청와대 박정하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그 동안 여기 저기에서 제기된 문제에 대해서도 나름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하는 과정이 있어서 시간이 좀 걸렸다. (현 위원장 관련 의혹 중) 일부 사실과 다른 부분도 있고, 제기된 의혹이라도 업무수행 차질 없다고 해서 대통령이 재가를 했다"고 밝혔다.

현 위원장 임명은 시민사회단체,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노골적으로 반대했던 사안이다. 청문회 과정에서 논문 표절, 위장 전입, 부동산 투기 의혹, 아들 병역 비리 의혹 등 많은 의혹이 제기되면서 "위원장직 수행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회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도 불발됐다.

특히 문제가 된 부분은 현 위원장이 35년 동안 학계에 몸담으며 발표한 논문 17건 중 최소 7편의 논문에서 표절이 발견됐다는 지적이었다. 학술단체협의회(학단협)는 현 위원장의 논문 일부가 표절이라는 취지로 공식 판정을 내렸을 정도였다.

이 외에도 현 위원장은 부적절한 언행으로 자격 시비가 일기도 했다. 2009년 12월 열린 상임위원회에서 용산 참사 관련 의견 제시를 거부하며 회의를 강제종료할 때 "독재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고 말해 구설수에 올랐다. 이같은 그의 태도는 인권위 내부 갈등으로 나타났다. 현 위원장 체제에서 사퇴한 정책자문위원과 전문위원은 70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2010년 7월에는 흑인을 '깜둥이'라고 비하했고, 또 "우리나라에 아직도 여성 차별이 존재하느냐"는 발언을 해 "과연 인권위원장으로서 소양이 있느냐"는 비판을 받았다.

상황이 이러니 여권 안에서, 특히 친박계 인사들 사이에서 "현 위원장 임명 강행이 박근혜 의원의 대선 가도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꽤 나왔다. 이혜훈 최고위원은 "현 후보자의 과거 3년간 행적이 인권위원장으로서 적절했는가라는 질문에 선뜻 답하기 어렵다"고 사실상 내정 철회를 요구했었다.

박근혜 캠프 정책위원인 이상돈 교수도 "인권위원장은 헌법·인권법·형사소송법 같은 분야에 지식이 있어야 하는데 현 후보는 그 분야에 소양이 거의 없는 것 같다"며 "이번에 임명하게 되면 다음번 정권까지 임기가 가기 때문에 차기 정권에서 상당히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현 위원장 임명이 뜨거운 감자처럼 여겨져 왔기 때문에, 청와대가 현 위원장 임명을 기습 처리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날 박정하 대변인은 수석비서관회의 브리핑을 마치려다 "현 위원장 임명은 어떻게 됐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제서야 "얘기하려고 했으나, 잊고 있었다"며 "오늘자로 임명 재가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관급 공직자 임명이 이뤄졌는데, 브리핑 내용에 해당 사실이 빠질 뻔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이날 오전에는 청와대 신임 정책실장 임명 등 인사와 관련된 일정이 있었다.

현 위원장 임명에 반대했던 일부 새누리당 인사들, 박근혜 캠프 인사들은 청와대에 '뒤통수'를 맞은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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