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은 성공할 것이다. 하지만...

[우수근의 '아시아 워치'] 한국, 중국 손도 잡아야 한다

오는 18일부터 2박 3일간 역사적인 평양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된다. 남북 양측은 이번 회담을 원만하게 개최하기 위해 각각 그리고 함께 머리를 맞대며 면밀히 준비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회담은 여러 결실을 거두며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을까? 그리고 회담의 결과는 이후의 동북아 정세에 과연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을까?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북한이 놓여 있는 정황 등을 고려할 때 무탈하게 잘 치러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이후의 동북아 정세에 그만큼 더 긍정적으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동북아는 아직도 동북아에 영토가 있는 동북아의 국가는 아니지만 역내에도 국익을 걸치고 있는 한 국가에 의해 좌우되다시피 하고 있다. 동북아 역내의 주요 사안은 그 나라의 국익 잣대에 의해 최종 결정되다시피 한다. 이로 인해 남북한 간의 결실은 "한계가 뚜렷한 성과"요, 그 성공은 "부분적 성공"에 불과할 수도 있다.

나는 미국의 도움에 감사하며 미국의 가치도 존중한다. 하지만 동북아 역내에서의 미국의 국익은 동북아 국가들의 그야말로 '생존'과 직결되는 "근원적 국익"과는 단순 비교할 수 없는 "부차적 국익"에 불과하다.

그러한 미국은 현재 안팎으로 매우 쉽지 않은 상황 속에 놓여 있다. 국내외적으로 오랜 기간 축적되어온 "미국의 문제"가 더 이상 좌시할 수 없게 되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했지만 매우 독특한 그의 집권으로 인해 미국은 물론 전 세계는 오히려 전대미문의 대위기 국면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이로 인해 우리에게는 절체절명인 한반도 문제가 미국에게는 더더욱 부차적인 사안으로 그만큼 더 멀어지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반도 문제보다도 더 중요하며 더 급박하고 골치 아픈 다양한 문제들에 직면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사안에 대해 과연 얼마나 진지하고 소중하게 대처할 것인가는 의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은 한반도 문제의 직접 당사자인 우리가 남북관계 개선의 주도권을 쥐고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다. 두말할 나위 없이 운전대는 양 손으로 쥐고 운전해야 하지만 우리 정부가 현재 운전대를 잡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운전대를 두 손으로 쥐지 않고 한쪽 손으로만 운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동북아 역내 국가로는 유엔 회원국 기준으로 남북한, 중국, 일본, 러시아, 몽골 등의 6개국이 있다. 동일한 동북아 국가이니 만큼 이들은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서도 우리와 동일한 "근원적 국익"을 공유한다. 이를 고려할 때, 한반도 문제 등과 관련하여 이들과의 긴밀한 협력은 필수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하지만 현실은 과연 어떨까.

나는 이론보다는 현실을, 존 로크의 자유주의보다는 토머스 홉스의 현실주의를, 그리고 이상주의보다는 국제정치학자 한스 모겐소의 현실적 사고를 더 자주 떠올리곤 한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되어서도 "미국"이라는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

그런데 그 현실은 변한다. 로마 제국 시대의 '팍스 로마나'도, 스페인 이사벨 여왕의 팍스 에스파니아도, 19세기 영국의 전성시대인 '팍스 브리태니카'의 해도 저문 것이 변화한 현실이다. 이에 더해 20세기 미국 주도의 '팍스 아메리카나' 가 흔들리고 있는 오늘날 또한 변화하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반도라는 운전대는 아직도 주로 미국이라는 한쪽 손에만 의지된 채 운전되고 있다. 지각변동의 전조가 여기저기서 드러나고 있는 현실 속에서도 한반도 운전은 아직도 의연하기만 하다. 근원적 국익을 공유하는 동북아 국가들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적극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은 미국의 맹방이라 불려온 영국, 독일, 프랑스와 캐나다 등과 같은 나라들조차 등을 돌리게 하고 있다. 이는 동북아의 맹방인 일본 또한 마찬가지다. 그동안 미국으로부터 적지 않은 수모 등을 겪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곁을 굳건히 지켜왔던 일본이었다. 그런데 그런 일본조차, 현재, 미국과 대립각을 전개 중인 중국 및 러시아와의 거리 좁히기에 적극 나선 것이다.

이는 지난 10∼12일,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된 '제4차 동방경제포럼'에서 보여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대중 및 대러 다가가기 행보만 봐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현재 중국은 미중 대립에서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를 위해 북한뿐 아니라 중국이 "숙적"으로 여기는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도 적극 나섰다.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은 우리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실제로 중국은 당초 문재인 대통령도 동방경제포럼에 참가할 것으로 알고 우리에게 긴밀히 다가서기 위한 조언 등을 구하며 다양한 선물을 준비하려 하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동아시아 지역 개발 등을 위해서도 우리와의 더 긴밀한 협력을 원하고 있다.

이와 같은 동북아 주요 국가들의 현실적 변화를 고려하여 한반도 운전대는 양손으로 쥐어야 한다. 한 손 운전에서 초래될 수 있는 다양한 사고나 피해 등을 예방하는 가운데 동북아의 평화와 공동번영으로 향하는 험산 준령을 보다 더 지혜롭고 안전하게 헤쳐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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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근

우수근 교수는 일본 게이오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미네소타대 로스쿨을 졸업했습니다. 상하이 화동사범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거친 뒤 상하이 동화대학교 교수를 역임했습니다. 저서로는 <미국인의 발견>, <캄보디아에서 한‧일을 보다> <한국인 우군의 한‧일의 장벽이란 무엇인가>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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