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 막으려면 최경환을 연구하라

[기고] 부동산 투기, 문제는 한국은행이다

핵심을 빠트린 정부의 부동산 투기 대책

집값 상승은 집 없는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다주택 부유층으로 부를 이전시키는 지렛대 역할을 한다. 케인즈의 표현을 빌리자면, 운명의 여신은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통해 개인들의 계획을 좌절시키고 기대를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은총을 재분배한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 한 쪽에는 부와 승리감이 넘치지만 다른 쪽에는 빈곤과 패배주의가 쌓인다.


우리나라처럼 세계적으로 부동산 거품이 심하고, 개인들의 부가 주로 부동산으로 이뤄진 곳에서는 부동산 가격 변화의 효과가 더욱 크고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부동산 가격의 조그만 변화에도 부의 쏠림 현상과 개인들이 받는 심리적인 충격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사회가 통제하기 어려운 불가사의한 힘에서 나온 어쩔 수 없는 결과가 아니다. 그것은 가격 상승에서 이익을 얻고자 하는 집단들의 집합적인 의지가 정부정책에 관철되어 나타난 인위적인 결과이다. 지난 몇 년 째 상승하고 있는 부동산 가격 흐름도 마찬가지로 부유층과 이들의 이해를 대변한 박근혜 정부가 의도적으로 빚어낸 결과이다. 이는 달리 보자면 정부의 의지에 따라서는 부동산 가격의 흐름을 충분히 역전시킬 수 있다는 의미이다.


촛불정부를 자임한 문재인 정부는, 당연히 그래야겠지만, 집값만큼은 안정시키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드러난 바로는 안타깝게도 박근혜 정부가 만들어 놓은 흐름을 바꿔놓기는커녕 오히려 확대재생하고 있는 듯한 모습니다. 경제정의실천연합 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들어 지난 7월까지 서울의 아파트 값은 28%인 180조 원이, 그리고 상가를 포함한 부동산 가격은 450조 원이 올랐다. 부동산 투기는 조선업 위기 지역 몇 곳을 제외하고는 전국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정부가 끊임없이 추가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현실, 박정희 체제에나 어울릴 법한 부동산 투기단속반, 사라지지 않는 갭 투자, 지속되고 있는 주택 담보대출의 증가세,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낮은 지지 등은 문재인 정부가 시행한 부동산 대책의 실상을 보여준다. 물론 정부가 부동산 가격 상승에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대선 이후에도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자 정부는 여러 번에 걸쳐 대책을 발표했다. 특히 지난해의 8.2 대책은 종류가 수십 가지에 이를 정도로 방대한 내용을 포함했다. 문제는 정부의 대책들에 핵심 내용이 들어가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뭐가 빠져 있다는 것인가?

최경환 전 부총리에게 배워야

과거 최경환 경제부총리 시절의 정책들을 되새겨 보는 데서 빠져 있는 내용이 뭔지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겠다. 왜냐하면 최근의 집값 상승세가 최경환 전 부총리가 추진한 정책들까지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이다. 2014년 6월에 부총리 자리에 앉은 최경환은 집값을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으며 실제로 과감하게 실천했다. 두 방향으로 정책을 폈는데, 하나는 확실한 투기 이득의 기회를 만들어내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투기 자금이 실제로 그곳으로 흘러들게 하는 것이었다.


최 전 부총리가 집값을 끌어올리는 데 핵심이라고 생각한 것은 재건축과 재개발 규제완화였다. 그러한 생각은 이치가 닿는 것이었는데, 누구나 서울지역의 재개발, 재건축이 가장 확실한 투기이득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재건축 연한의 단축(40년에서 30년으로), 안전진단 기준 완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재개발 임대주택 비율 완화, 사업계획 승인 기준 완화 등을 추진했는데, 이런 것들은 강남의 재건축 추진을 도와주고 투기이득을 보장하는 안성맞춤의 정책들이었다.

그러나 이처럼 투기 이득의 기회만 제공한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집값 상승으로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것들은, 헤겔식으로 표현하자면 잠재태이지 현실태가 아니다. 잠재태를 현실태로 바꾸기 위해서는 다른 조건이 필요하다. 바로 싸고 풍부한 자금이 투기로 흐르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투기 기회라도 풍부한 투기 자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것은 실현되기 어렵다.

투기 자금의 제공은 금융통화위원회의 몫이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최 전 부총리의 부동산 부양 의도에 때맞춰 정책금리를 낮추고 금융시장에 많은 돈을 풀어서 투기지역으로 흐르도록 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임명되었을 때인 2014년 4월말 본원통화량은 99조 원이었다. 여기에서 본원통화량이란 한국은행이 시중은행에게 대출에 활용할 수 있도록 쥐어준 돈을 말한다. 한국은행은 주로 은행들이 가지고 있는 외환 등을 넘겨받는 방식으로 화폐를 은행들에게 쥐어주었다.


본원통화량이 2014년 말에는 117조 원, 2015년 말에는 131조 원, 2016년 말에는 143조 원, 그리고 2017년 말에는 156조 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본원통화량은 2018년에도 계속 증가하여 6월 말에는 167조 원을 기록했다. 4년 남짓 사이에, 본원통화량이 금액으로는 68조 원, 비율로는 70% 가량 증가한 셈이다. 말할 필요도 없이 이러한 화폐 증가율은 국내총생산 증가율을 훨씬 뛰어넘는다. 2013년부터 2017년 사이에 국내총생산은 21%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한국은행이 시중은행에 화폐를 쥐어주자 은행들은 이를 바탕으로 대출을 늘려나갔다. 한국은행이 은행에 쥐어준 돈은 일고여덟 배의 대출을 만들어낼 수 있다. 아무개에게 해준 은행대출은 다른 사람에 대한 지급으로 사용되고 그것이 예금형태로 은행으로 돌아와 다시 별개의 대출에 사용되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취임 즈음인 2014년 2/4분기 말의 가계대출은 968조 원이었다. 이것이 2018년 2/4분기 말에는 1410조 원으로 442조 원 증가했다. 이러한 가계대출, 특히 그 가운데서도 주택담보대출을 불쏘시개 삼아서 부동산 시장이 타오를 수 있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주택의 시가총액은 2013년 말 3171조 원에서 2017년 말에는 4022조 원으로 851조 원이 증가했다. 토지자산의 시가총액은 2013년 말 5901조 원에서 2017년 말에는 7439조 원으로 1538조 원이 증가했다. 토지와 주택을 합한 시가총액이 2389조 원이 증가한 것이다. 대출이 늘어나고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동안 국내총생산은 별로 늘어나지 않았다. 국내총생산 증가율은 2013년 이후 대략 3% 언저리의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화폐량의 증가와 이를 바탕으로 한 가계대출의 증가가 생산과 고용 증가에는 거의 기여하지 못했음을 말해준다.

부동산 투기 때문에 가계대출이 증가하는가, 그 반대인가

이와 관련한 하나의 논쟁거리는,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에 대출이 늘어나는가 아니면 대출이 늘어나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는가 하는 것이다. 중앙은행 소속이나 유관 연구자들은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에 자금 수요가 늘어 대출이 증가한다고 설명한다. 과거 한 한국은행 총재는 부동산 투기를 바로잡는 것은 금리정책이 아니라 세금이나 행정조치라고 말한 바 있다. 또 다른 한국은행 총재는 국회청문회장에서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것은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라고 명백히 설명했다. 이러한 설명의 속뜻은 한국은행은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대출 수요 증가에 수동적으로 반응하기만 했기 때문에 부동산 투기에는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여러 저명한 전문가들은 중앙은행의 신용확대가 부동산 투기의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예컨대 부동산 거품과 금융위기 현상에 대해 광범위하게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한 킨들버거는 신용이 확대되면서 자산 가격에 거품이 생긴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리하여 자산가격의 거품은 신용의 증가에 달려 있다는 하나의 공리를 만들어냈다. 미국 부동산 투기와 서브프라임 대출의 관계에 대해 연구를 진행한 미안&수피도 부동산 거품의 원인이 대출증가에 있다는 사실을 다양한 증거를 대면서 설명했다.


중앙은행이 갖는 능력을 과장할 필요는 없을 테지만 그렇다고 과소평가할 이유도 없다. 중앙은행이 투자, 고용, 생산을 늘리는 데에서는 어쩔 수 없는 한계를 갖는다. 그러나 자산 가격을 높이거나 낮추는 데에서는 상당한 능력을 발휘한다. 예를 들어 2008년 글로벌 위기 이후 미국 연준은 자산 가격의 부양을 꾀할 목적으로 이른바 양적 완화를 폈다. 그 결과 미국의 주가지수는 순식간에 튀어 올랐고 빌게이츠의 자산은 양적완화 덕택에 두세 해 사이 45조 원에서 90조 원으로 늘어났다.


거꾸로 일본은행은 1980년대 말에 부동산 거품을 터뜨려 10년 동안 도심지역에서 상업부동산 가격은 80% 이상, 주택 가격은 50%가 떨어지도록 하는데 영향을 끼쳤다. 당시 일본은행 미에노 총재는 잘못된 화폐정책, 곧 금융기관이 투기세력에게 힘을 빌려주는 정책이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양분한다고 비판하면서 거품을 터뜨리기 위해 재할인율 인상과 토지관련 대출 총량 규제를 실시했다. 그는 서민의 대변자, 부동산 투기와 싸우는 전사, 고통 받는 서민들의 영웅으로 묘사되기도 했다. 미에노 총재의 거품 터뜨리기가 적절한 것이었는지에 대해서 논란이 많지만 어쨌든 일본은행이 부동산 가격에 즉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만은 분명하다.

문재인 정부는 무엇을 실기했나

최경환 전 부총리가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는데 사용한 핵심 수단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투기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중앙은행으로 하여금 투기자금을 대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부동산 투기를 잡는데 어떤 수단을 동원해야 하는지는 비교적 명확하다. 투기기회를 축소해야 하고, 시중을 떠도는 헐한 비용의 투기자금을 거둬들여야 한다. 그렇지만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고 내놓은 대책들에는 투기자금 펌프 기능을 하는 금융통화위원회에 대한 내용이 없다. 더욱이 정부가 내놓은 임대사업자 지원 대책은 투기자금을 쉽게 확보할 수 있게 하고 그리하여 투기를 확대하는 쪽으로 기능하고 있다.


참여정부 때도 이와 비슷한 일을 경험했다. 참여정부는 투기를 잡겠다며 수십 번 투기대책을 발표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참여정부는 투기 억제를 말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기업도시, 혁신도시, 신도시 개발 등 투기기회를 확대하는 정책들을 연이어 발표했고, 실제로 토지보상비를 대규모로 지급하기도 했다. 또한 부동산 투기의 가장 큰 이유는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시스템이 투기자금을 계속 공급한 데 있었지만 이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당시 미국의 투자자들은 약한 달러 정책에 힘입어 싼값의 달러를 우리나라에 들고 들어와서 국내의 자산을 마구 사들였다. 참여정부는 자본규제를 통해 이를 막아야 했지만 그렇게 하면 무슨 큰일이나 날 것처럼 행동했다. 대신 한국은행이 화폐를 발행하여 시장의 달러를 사들이는 정책으로 대응했다. 당연히 화폐발행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부동산 시장에 큰 상승압박을 가했다. 더욱이 당시 금융감독위원회는 저축은행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자금이 투기부문으로 대량으로 흘러가도록 유도했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먹힐 리 없었다.


현재의 국면에서 부동산 투기를 막는 핵심 과제는 투기자금을 대고 있는 금융통화위원회의 행태를 재조정 하는 것이다. 그러기는커녕 현 정부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을 별 수정 없이 이어받는 것을 선택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부동산 투기의 주요 책임자라 할 수 있는 이주열 금융통화위원장을 재임명한 것이다. 부동산 상승을 용인하겠다는 것이든가 아니면 부동산 투기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짚지 못하고 있든가 둘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미국 오바마 정부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부시 행정부가 임명한 버냉키 연준 의장은 2008년 글로벌 위기를 사후 처리하면서 부동산 부자들을 우선적으로 보호하는 정책을 폈다. 그리하여 오바마 행정부 때 양극화가 개선된 것이 아니라 더욱 심해지는 결과가 나타났다. 오바마 대통령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임기를 마친 버냉키를 재임명하려고 했는데, 미국 민주당 의원들은 그들의 정체성에 어울리지 않는 버냉키의 임명에 크게 반발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민주당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설득함으로써 간신히 임명안이 의회를 통과하기는 했지만, 많은 반대표를 남긴 채였다.


이에 비해 더불어민주당은 매우 무책임한 의사결정을 하여 서민들에게 커다란 고통을 안기고 있는 이주열 총재의 재임명을 별다른 잡음 없이 인정했다. 이해하기 쉽지 않은 대목이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 정책금리를 높여야 한다.


정책금리를 올려야 하는가? 맞다. 그렇지만 금리를 올리면 투자가 위축되고 고용과 생산이 줄어드는 것 아닌가? 아니다. 금리를 올린다고 무조건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걸 어떻게 장담할 수 있는가? 투기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늘어난 화폐량은 투자와 고용, 생산을 늘리는 데 사용될 수 있다. 또는 순전히 자산 거래 영역에만 머물면서 투기거래에 사용될 수도 있다. 드문 경우이기는 하지만 추가되는 화폐량이 오히려 생산과 고용을 감소시킬 수도 있다. 19세기 후반에 그런 경우에 대한 고전적인 사례를 발견할 수 있는데, 예컨대 자금이 풍부한 국면에서 철도주식에 대한 대규모 투기가 발생하자 기업들은 풍부한 자금을 활용하여 투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사업을 축소하여 빼낸 돈을 그 철도주식 투자에 돌렸다. 화폐량의 증가가 기업들이 투기거품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도록 이끈 셈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금리를 낮추면 자동적으로 투자와 고용이 늘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단편적이다. 금리 인하가 친서민 정책도 될 수 있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자산 가격을 폭등시켜 서민의 삶을 고통 속으로 몰아갈 수 있다. 돈이 넘쳐나고 그 돈을 부유층이 독점하여 자산 보유 확대에 사용한다면 서민들은 결국 임대료 상승에 따른 고통을 겪어야 한다.

그렇지만 정책금리 결정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고유 권한이고 더욱이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지켜져야 하는 것 아닌가. 맞다. 그런데 누구에 대한 독립성인가 하는 것이 문제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스티글리츠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두 가지 다른 개념으로, 곧, 정부나 정치권에 대한 독립과 시장에 대한 독립으로 규정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특히 시장에 대한 독립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중앙은행은 국민들의 재산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 그런데 중앙은행의 의사결정은 특정한 계층에게는 유리한 다른 계층에게는 불리한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다. 금융시장의 참가자들은 상대적으로 힘이 강한 주체들인데, 중앙은행이 시장에 순응한다는 것은 부유층에 유리한 쪽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중앙은행이 시장의 힘에 흔들리지 않는 것이 진정한 중앙은행의 독립이라는 것이다.
만약 중앙은행이 시장의 이해에 계속 붙잡혀 있다면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때는 일반적인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 중앙은행도 다른 공적인 조직들과 마찬가지로 국민의 민주적 통제 속에 놓여야 한다. 정치조직(특히 서민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치조직)은 금통위에 대해 금융정책의 시정을 요구할 수 있고 또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한다.

△ 금융통화위원회를 개편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금융통화위원회는 독립성을 의심받을 만한 근본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금융통화위원회는 모두 7명으로 구성되는데, 여기에는 대한상공회의소와 은행연합회 회장 추천 인사처럼 은행이나 기업을 대변할 위원은 들어가 있지만 우리 사회의 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 농민, 자영업자의 이해를 대변할 위원은 없다.


거기에다 위원들은 거의 모두 강남에 거주하는 자산가들이다. 그런 면에서 금통위는 항상 자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쪽으로 편향될 가능성이 있다. 스티글리츠는 민주적인 책임성을 갖지 않은 중앙은행은 거의 항상 노동자들보다 채권소유자나 다른 금융업자의 견해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우리나라 금통위도 그런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금통위는 마음만 먹는다는 이자율 수준을 변동시키지 않고도 부동산 거품을 막을 다양한 수단을 가지고 있다. 한국은행법에 따르면 금통위는 금융기관의 각종 예금에 대한 이자나 그 밖의 지급금의 최고율을 정할 수 있고 금융기관 대출의 최장기한과 담보의 종류에 대한 제한을 할 수 있으며, 국민경제상 절실한 경우 금융기관의 대출과 투자의 최고한도 또는 분야별 최고한도의 제한도 가능하다. 이러한 권한들을 사용하면 부동산 투기를 충분히 통제할 수 있지만 금통위는 그러한 주어진 권한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이자율 자체가 정치적으로 결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독립성을 의심받는 금통위 구성은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 마르크스나 케인즈 같은 대가들은 이자율 수준이 어떤 자연적인 과정이 아니라 세력들 사이 힘의 논리로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른다면 이자율이라는 것은 전문가들이 계산을 해서 바람직한 수준을 기술적으로 도출해 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이자율 수준을 금통위가 서민들의 이해까지 고려하면서 잘 알아서 결정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오산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금융통화위원회는 서민의 이해까지 고려할 수 있는 쪽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 다주택자들의 담보대출을 회수해야 한다.

최근 집값이 오르고 있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다주택자들이 투기자금을 독점하여 추가적인 주택을 사들이고 있다는 데에 있다. 따라서 집값을 잡겠다고 한다면 가장 급선무는 다주택자들의 주택담보대출을 회수하는 것에 두어야 한다.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정부 정책이 전혀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200조 원 수준으로 금융기관 전체 취급액의 3분의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들 다주택자들의 담보대출을 회수하여 무주택자들의 주택구입 지원에 활용한다면 부동산 투기의 많은 부분(아마 거의 대부분)을 잠재울 수 있다.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 현황을 보면 고소득층이 전체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일반 국민들이 은행에 맡긴 예금을 부유층들이 담보대출 형태로 독점하여 부동산 투기에 활용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러한 잘못된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

사실 정부는 지난 8.2대책 때 정책의 하나로 담보대출 제한을 포함시켰다. 문제는 주택담보대출 비율 규정을 피해갈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면 부동산을 구입하면서도 사업자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한편 정부의 규제가 모든 주택구입자를 대상으로 담보대출을 제한하고 있는데, 이러한 방식은 오히려 실수요자들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 핵심은 다주택자들의 담보대출을 제한하는 것이고 그러한 제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결정을 통해서도, 금융감독기구의 결정을 통해서도 할 수 있다.

정부여당의 집값 정치 실패, 남북관계마저 위험에 빠트린다

부동산 가격 총액이 국내총생산에 대비해서 큰 폭으로 부풀려지면서 부동산 가격의 움직임은 이제 중요한 정치 문제로 자리 잡았다. 부동산 가격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정권은 순식간에 정치위기에 빠지기도 한다. 참여정부는 그 예를 가장 잘 보여준다. 참여정부 때 집값이 폭등하자 가장 먼저 집 없는 서민들이 지지층 대열에서 이탈했다. 부동산이 주로 강남과 수도권 중심으로 상승하면서 지방의 부동산 소유자들도 큰 불만을 가졌다. 정부가 부동산 가격 상승에 부담을 느껴 종부세 강화 등 투기에 제한을 가하려 하자 이번에는 수도권의 주택 소유자들이 반발에 나섰다. 이렇게 해서 모든 지역·계층에서 민심이 이반하는 현상이 생겨났고 2004년 총선에서 대승을 한 열린우리당은 2006년 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에서 참패를 맛보아야 했다.


대승에서 참패로 이어지는 기간이 매우 짧았다는 사실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사실은 현재의 집권여당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당은 지방선거에서 대승을 했지만 부동산 가격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순식간에 민심이반 현상을 마주쳐야 할지도 모른다. 이미 민심이반이 진행되고 있을 수도 있다. 불행히도 현재 정부여당이 부동산 문제를 다루는 방식은 참여정부의 그것과 너무 닮아 있다.

우리나라의 주택소유 가구는 전체의 55.5%이다. 나머지 44.5%는 주택을 소유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전체의 26.9%는 다주택 가구이다. 유주택자가 무주택자보다 숫자가 많기 때문에 집값 상승이 정치적으로 불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집값이 전국적으로 골고루 상승한다면 그럴 수 있지만 부동산 투기는 항상 국지적으로 나타났다가 주변으로 퍼져나가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패턴 때문에 부동산 가격 상승은 집권세력에게 무조건 불리하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지지율 하락 밑바탕에는 틀림없이 집 값 상승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부동산 가격 상승이 남북관계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가격의 상승으로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지지율이 떨어지면 남북 평화 국면을 별로 달갑게 여기지 않는 야당들의 태도가 당장 달라질 것이며, 미국 내 강경파들의 목소리도 거세질 것이다. 남북의 화해 국면이 생각지 않은 묘한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다. 집권 여당이 집 값 상승 문제에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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