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발언으로 해임된 서종대, 주산연 원장으로?

"피해자는 사직까지 했는데 가해자는 버젓이…"

과거 성희롱 발언으로 해임된 서종대 전 한국감정원장이 주택산업연구원장 단독 후보로 오른 데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서 전 원장은 지난해 고용노동부 조사와 국토교통부의 감사 결과 성희롱 발언으로 인해 임기만료 이틀을 앞두고 해임된 인사다.

주택산업연구원은 민간 연구원이지만, 공기업인 주택도시보증공사 등이 출자한 조직이다. 이런 곳에 성희롱 발언으로 물러난 전직 공공기관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앞서 서 전 원장은 2016년 11월 세계평가기구 연합 총회가 끝난 회식 자리에서 여성 직원에게 "양놈들은 너 같은 타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넌 피부가 뽀얗고 몸매가 날씬해서 중국 부자가 좋아할 스타일이다"라고 막말을 했다.

또한 같은 해 7월 한국감정원 서울사무소에서 간식을 먹는 시간에 "아프리카에서 예쁜 여자는 지주의 성노예가 되고 못생긴 여자는 병사들의 성노예가 된다. 아프리카는 아직도 할례(여성 생식기 일부를 절제하는 의식)가 남아있는데 한국 여자들은 이렇게 일해도 돈 벌 수 있으니 행복할 줄 알아야 한다"고 성희롱 언사를 했다.

평화당 김형구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서 전 원장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성희롱 발언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해임된 대표적인 막말 인사"라며 "주택산업연구원이 직원 성희롱으로 해임된 서종대 전 원장의 내정을 철회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사를 임명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김 부대변인은 "문재인 정부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성 관련 범죄 인사를 고위공직자 후보자에서 원천 배제할 뜻을 밝혔다"며 "정부의 출자를 받아 설립된 주택산업연구원은 높은 수준의 공공성과 윤리의식을 가지고 전, 월세를 전전하는 국민들을 위해 봉사할 인사를 임명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여성위원회도 논평을 내고 "성폭력에 한없이 관대한 대한민국, 가해자가 참으로 당당한 대한민국"이라며 "주택산업연구원은 서 후보자의 내정을 즉각 철회하고, 새로운 원장 인사 절차에 들어가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부 피해자는 직장을 그만두었고, 일부 피해자는 상처가 채 아물지도 않았다"며 "그런데 가해자는 버젓이 한자리를 꿰찰 형국이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여성위원회는 "감정원장 재직시절 일삼았던 성희롱 발언들은 낯 뜨거워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다"며 "한국 사회는 여성들에게 얼마나 더 가혹한 시련을 안겨주려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주택산업연구원은 국토교통부 산하단체인 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대한주택보증주식회사가 공동 출연해 만든 연구기관"이라며 "그럼에도 서 전 원장이 연구원 원장추천위원회에서 단독 후보로 추천받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 전 원장의 주택산업연구원장직 승인 여부는 대한주택건설협회 심광일 회장, 한국주택협회 김대철 회장, 주택도시보증공사 이재광 사장, 학계 인사 등 총 13명으로 구성된 이사회를 통해 오는 29일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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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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