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아 감소, 오히려 '보육 혁신' 기회 될 수도

[복지국가SOCIETY] 보육 지원 정책의 큰 전환이 필요하다

얼마 전에 수박 한 통을 100명의 어린이가 나누어 먹는 어린이집 실태가 언론에 보도돼 많은 학부모가 분노했다. 어린이집 통학 차량에 남겨진 어린이가 한낮의 더위에 질식사하는 사건이 올해도 발생했다.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국·공립 어린이집 대기명단에 올려놓고 기다려야 하는 현실도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8일, 이런 많은 문제가 산적한 '보육 지원 체계 개편'을 주제로 보건복지부가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박근혜 정부의 '맞춤형 보육' 체계, 어떻게 개편할 것인가?

이 자리에서 우선 박근혜 정부의 '맞춤형 보육'에 대한 개편 방안이 발표됐다. 워킹맘의 아이는 '종일반'으로 배치해 오후 7시 30분까지 돌보지만, 전업맘의 아이는 '맞춤반'으로 배치해 오후 3시에 하원하도록 했던 '맞춤형 보육'은 현장에서는 전업맘과 워킹맘에 대한 보육 분야의 차별 정책으로 받아들여졌다.

현행 보육 정책의 토대는 노무현 정부 시기인 2004년에 만들어졌다. 당시 정책의 기조는 국·공립이든, 민간이든 어린이집은 모두 차등 없이 지원해야 한다는 '아동별 지원'으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기존의 국·공립에만 한정됐던 '시설별 지원'을 아이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모든 어린이집에 지원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대선 때 표를 얻기 위해 차별 없이 모든 아동이 보육 서비스를 받도록 한다고 공약하고, 실제로는 전업맘과 워킹맘을 구분해 지원에 차이를 뒀다.
이런 정책 변경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학부모들이 자유롭게 이용 시간을 선택하고 있었고, 7시 30분까지 돌본다는 방침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오후 6시 이전에 대다수가 하원하고 있어서 현장에서는 이런 규정이 유명무실하게 받아들여졌다. 따라서 이런 실효성 없는 기준을 현실에 맞게 개편할 필요가 있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시행한 각종 노동 개혁 정책으로 지금까지의 정책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으로 평균 임금 120만 원에 추가 근무 수당까지 합해도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보육 교사의 인건비 구조는 이제 그대로 가져갈 수 없다. 또, 근로시간 단축으로 현재 10시간에서 12시간까지 장시간 노동을 하는 보육 교사의 현실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 정책 토론회에서 보건복지부는 현재의 형식적인 어린이집 12시간 운영과 현실적이지 못한 비용 지원 체계, 그리고 보육 교사의 열악한 근무 여건 등을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향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현재 10~12시간에 이르는 보육 교사의 평균 근무 시간을 법정 근로 시간 기준에 맞추어 하루 8시간으로 정상화했다. 이를 위해 보육 서비스를 모든 아동이 공통적으로 제공받는 보육 시간인 '기본 보육 시간'과 그 이후의 시간까지 운영하는 '추가 보육 시간'으로 구분했다. 저녁 7시 30분까지 운영되는 오후반이나, 그 이후부터 밤 10시까지 운영되는 야간반 등 기본 보육 시간 이후의 보육 시간을 추가 보육 시간으로 구분하여 운영하면 강화된 근로기준법이나 최저임금법에 맞출 수 있다.

추가 보육 시간이 이렇다 할 프로그램도 없이 부실하게 운영될 수 있다는 학부모들의 우려를 보완하려는 대책도 나왔다. 연령별로 반을 편성하는 기본 보육 시간 중심의 오전과 달리, 연령 혼합반이나 통합반으로 운영하는 추가 보육 시간의 특성을 반영하여 보육 프로그램을 보완하는 방안이다. 추가 보육 시간을 전담하는 교사도 기본 보육 시간의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이수하여 오전 프로그램의 내용을 알도록 했고, 추가 보육 시간에는 심화 과정을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추가 보육을 담당하는 전담 교사를 신설했다. 또, 현재의 보조 교사를 '추가 보육 시간 전담 교사'로 기능을 강화했다. 이를 위해 현행 보조 교사의 업무 범위를 '담임교사의 업무 지원'에서 "추가 보육 시간 담임 교사"로 확대하는 등 세부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이런 정책 방안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약 5만 명의 추가적 인력 고용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월 서울의 한 어린이집을 방문했다. ⓒ청와대

정부가 지원하는 보육료 단가를 재설정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표준적인 어린이집 운영비용 산출의 근거가 되는 '표준 보육비용'을 보육 시간별로 각각 계측하고, 이를 토대로 기본 보육 시간과 추가 보육 시간에 대한 보육료를 재설정해서 기본 보육 시간 운영에 따른 단가만으로도 보육 교사의 인건비가 충족되도록 보육 단가를 인상하는 안이다.

이번 정책 토론회에서는 정부가 제시한 전체적인 개편 방안에는 대체로 동의가 됐다. 그러나 누가 이 비용을 부담할 것인지를 두고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인상되는 보육료나 늘어날 전담 교사 인건비를 누가 부담하고 어떻게 충당할지가 결국 이번 개편 방안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현재의 '맞춤형 보육'처럼 맞벌이 가정만 '저녁반'을 이용할 수 있도록 자격 제한을 하거나, 추가 보육 시간을 이용하는 부모가 적정 비용을 직접 부담하게 하는 방안 등을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워킹맘의 경우에는 직장에서 월급도 받는데, 아이를 맡아주는 비용까지 국가가 부담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형평성의 문제가 지적됐다. 전업 주부들의 경우 일자리가 없고 취직을 못해서 직장이 없을 수 있는데, 직장이 없다고 보육료 지원까지 차별하는 것은 형평성의 원리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또, 부모가 추가적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수익자 부담 방안은 무상 보육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반론도 있고, 결국 보육의 질이 좋아지게 하려면 부모가 추가 비용을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렇게 판단이 애매할 때는 다시 한 번 근본으로 돌아가서 생각해야 한다. 국가가 보육을 지원하는 중요한 이유로는 아이들에게 양질의 보육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건강하고 수준 높은 인적 자원으로 자라도록 하려는 목적도 있다. 따라서 학부모의 소득 수준이나 엄마가 일하는 지의 여부에 상관없이 모든 아이들에게 최선의 양육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학부모의 추가적 부담 없이 제안된 보육 지원 체계를 개편해야 바람직하다.

따라서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 등 보육 교사의 인건비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을 학부모에게 전가시키는 것은 올바르지 못하다. 국가가 제공하는 무상 보육 비용은 당연히 국가가 부담해야 하고, 국가의 부담은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그것이 촛불 혁명을 통해 우리 국민이 이루고자 하는 정의이고 올바른 국가의 역할이다. 물론 이럴 경우, 당연하게도 맞벌이를 통해 더 많은 가구 소득을 얻을 경우 누진적으로 더 많은 세금을 내는 방안에 대한 고민은 별도로 해야 한다.

정책 토론회에서 제시된 보육 지원 체계 개편 방안의 한계는?

문제는 이번에 제시된 보육 지원 체계 개편 방안만으로는 현재의 보육 정책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점은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첫째, 기본 보육 단가가 인상되고, 추가 보육 시간에 따른 비용을 지원하고, 교사의 숫자가 5만여 명이나 늘어나는 것 등으로 추가 예산이 더 들어가는 데도 불구하고, 보육 서비스의 질이 개선된다는 보장이 없다. 수많은 CCTV를 설치해도 아동 학대가 수시로 벌어지고, 심지어 부주의로 인한 아동 사망 사건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존 보육 교사도 전면 재교육하는 등 보육 교사들의 질적 수준을 높이겠다는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보육 교사로서 자질에 맞지 않는 분이나 문제 교사를 걸러낼 방안도 제시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유예 기간을 두고라도 단계별로 보육 관련 학원 등 단기 양성 과정 출신인 기존의 보육 교사들을 대학 교육을 이수하도록 해서 정교사로 전환하고, 4년제 대학을 나온 인력들이 보육 현장에 종사할 수 있도록 교사의 자격 기준 강화와 처우 개선을 연동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기존 민간 어린이집의 경영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 현재의 보육 지원 시스템으로는 어린이집 급식비와 간식 구입비에 담배 구입 영수증이나 주류 구매 비용 등 이해할 수 없는 비용이 포함돼도 걸러내지 못하고 있다. 원생들의 편리한 등원과 하원을 위해 제공되는 통원 차량 주유비를 원장님 자가용 연료비와 구분할 수 있도록 현재의 비용 지원 체계와 정산 체계를 정상화하고,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민간 어린이집뿐만 아니라, 같은 방식으로 지원 받는 사립 유치원도 문제는 심각하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2015년 10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경기도 사립유치원 총 1081개 중 93개에 대한 특정 감사를 벌였다. 그 중 73개 유치원에 대해 '지원 예산 회수, 학부모에게 환급' 등의 강력한 조처를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식품위생법 위반, 이중 지출, 감사 거부 및 방해, 급여 이중 지급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유치원도 18개나 됐다.

운영 경비 등의 부정 사용은 주로 급식비, 해외 연수비, 각종 회비, 교사 식대 등의 항목에서 일어났다. 부정 사용의 사례는 다양했다. 원아들 급식을 위해 써야 할 급식 지원금으로 원장(또는 설립자)의 가정용 식품과 잡화를 산 경우도 있고, 교직원 식비로 원장 가족 외식비를 낸 경우도 있었다. 또, 교직원 수가 10명인데도 급식 일지에는 11명으로 기재하여, 누군가에게 4년 동안 무상 점심을 제공한 유치원도 있었다.

이런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경기도 교육청과 정부의 방침에 반대해서 사립 유치원들이 집단 파업(휴업)을 벌이기로 했다가 결국 불발로 끝난 일도 있었다. 당시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파업 경고와 철회를 반복하다가 파업 전날에 결국 철회를 결정한 것은 차가운 여론과 더불어 파업 유치원 폐쇄 조치 등 교육부의 강경 대응 방침 때문이었다.

정부의 지원을 받는 유치원과 어린이집들이 로비를 통해 정치인들을 움직이고, 정당한 공무를 집행하려는 공무원들에게 압력을 넣는 등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사태(Wag the Dog)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상황을 이렇게 되도록 방치한 책임은 담당 공무원들과 정치인 모두에게 있다. 이들의 눈감아 주기와 편들어 주기의 피해를 우리 학부모와 아이들이 입고 있었던 것이다. 육아 지원금의 투명한 사용과 집행 방법 개선 방안을 동시에 마련해야 한다.

셋째, 이제 국·공립 어린이집에 대한 선호가 높은 이유를 공론화하고 선거 때마다 생색내기에 그치는 국·공립 비율 확충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국·공립에 대한 선호가 높은 것은 민간 어린이집에 대한 불신에서 기인한다. 기본적으로 시설 개선 비용이나 교사 인건비에 대한 추가 지원 등 국·공립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민간 어린이집보다 많은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이런 지원의 차이는 결국 어린이집들 간의 질적 차이로 나타난다.

적극적으로 국·공립 시설을 늘려가면서 경영이 어려워진 민간 어린이집을 공공화하는 등의 적극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각종 인증 제도를 강화하고, 학부모들을 어린이집 평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해서 민간 어린이집의 질을 높여야 한다.

보육 지원 체계의 위기를 근본적 전환의 기회로!

앞에서 제시한 단기적 방안과 동시에 우리는 좀 더 장기적이고 구조적이며 근본적인 문제에도 직면하고 있다. 우선 출생 아동의 숫자가 현격하게 줄었다. 2020년경에는 출생아 숫자가 20만 명대 수준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큰데, 이런 추세가 반영된다면 장차 어린이집 수도 지금의 절반 정도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도 매년 약 1000개 이상의 어린이집이 문을 닫고 있다.

민간 어린이집의 폐원은 현실적으로 적지 않은 문제를 불러올 것이다. 머지않아 현재 27만 명에 이르는 보육 교사들의 실업이나 어린이집 및 보육 관련 업체의 파산을 넘어서는 문제가 예정됐다. 이는 전체적으로 어린이집 보육 서비스의 질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을 예고한다. 일례로 경기도 동두천시 통원 차량 아동 사망 사건의 경우도 이용 아동의 감소로 경영이 어려워진 어린이집에서 보육 교사를 감원한 것이 원인의 하나였다.

우선은 집 근처에 아이를 맡길 어린이집이 줄어 통원 거리가 늘어나고, 학부모들의 불편이 증가할 것이다. 또, 어린이집 폐원에 따른 종사자들의 실업 문제나 경영자들의 부도 등의 문제가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급식의 질 저하를 넘어 아동 학대와 보육 서비스의 질 저하가 발생할 개연성도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출생아 수의 감소는 우리가 대응하기에 따라 오히려 보육의 공공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역에 따라 아동 대비 법정 교사의 수가 지나치게 적다. OECD 국가 평균인 아동 5명 당 교사 한 명 보다 심지어 4배나 많은 경우도 있다. 한 명의 교사가 더 많은 아이들을 돌보다 보니 교사의 업무량이 늘어나고 보육 서비스의 질 저하가 나타난다. 그런데 아동 수의 감소와 어린이집들의 경영 악화를 계기로 어린이집의 적절한 통폐합이나 운영권을 보장하는 기부 체납 등의 방법을 통해 국·공립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전체 어린이집의 50%에 이르는 가정형 어린이집의 역할과 기능 변화도 도모해야 한다. 현재 30여만 명의 어린이가 다니는 2만 개 정도의 가정형 어린이집에는 약 10만 명의 종사자가 있다. 이런 가정형 어린이집은 국가가 보육 교사의 질을 책임지고 이들을 공사의 직원이나 준공무원 형태로 고용해 가정 보육모로 활용할 수 있다. 유럽 국가들은 집에서 가까운 보육모의 집에 한두 명의 아동을 맡기고 돌봐주는 '가정 보육모 제도'가 발달돼 있다.

프랑스는 1992년에 제정된 법에 따라 일정한 보수를 받으면서 자신의 집에서 미성년자를 보육하는 '가정 보육모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가정 보육모는 공·사립 기관에 소속돼 보수를 받고 활동하거나 독자적으로 활동할 수도 있지만, 수시로 현장을 순회 방문하고 보수 교육을 실시하고 평가를 하는 등 이들의 질 관리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을 지고 있다. 아침에 출근할 때 가정 보육모 자격이 있는 옆집에 아이를 맡기고 가는 형태가 일반화된 것이다. 물론 시설 보육을 선호하는 분도 있지만 가정 보육을 선호하는 경우에는 이게 가능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결국, 부모들이 원하는 방식에 따라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유연한 보육 제도도 이번에 도입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보는 각도에 따라서는, 장차 아동 수 감소를 통해 우리나라의 질 낮은 보육 상황을 전면적으로 바꿀 새로운 기회가 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가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선제적인 구조조정과 더불어 보육 지원 정책의 투명성을 높이도록 해야 한다. 이번 보육 지원 체계의 개편 방안을 통해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한 육아 지원 정책이 문재인 정부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해 역동적 복지국가로 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길 기대한다.

(☞이상이의 칼럼 읽어주는 남자 바로 가기 : 세법 개정안, '분배만 보여'부터 '기대에 못 미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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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사회·경제 민주화를 통해 역동적 복지국가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2007년 출범한 사단법인이자 민간 싱크탱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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