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의 하락 추세를 어떻게 인식하느냐는 중요한 문제다. 해석의 주체에 따라 평가도 다를 것이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같은 수치라도 여론조사 기관에 따라 계층과 연령, 지역에 따라 편차가 크다. 그러나 지지율 하락은 현 정부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문 대통령 지지율의 하락에는 한반도 평화 구축에 일시적으로 지지를 보냈던 보수진영의 지지 철회는 물론 기존 지지층과 중도성향의 이탈이 크게 작용하는 한 것으로 나타난다. 보수와 진보 양측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기조는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 성장이다. 그러나 고용 대란과 경제 악화의 주범은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라는 프레임이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정부의 대표적인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이다. 관료와 보수언론이 이슈를 주도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영세계층과 피고용인들의 갈등이 부각되는 이면에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 오너 일가의 불법적 세습, 하청업체에 대해 상습화된 불공정 행위 등은 의제에서 밀려나고 있다. 평균 연봉이 1억 원인 은행들의 카드 수수료 인하와 임대료 인하 등의 구조적인 문제는 잠시 언급되다가 이내 잠복한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의 공약 폐기를 문 대통령이 선언했다. 사실상 소득주도 성장의 후퇴를 의미한다. 성장 동력의 약화가 소득주도 성장 정책 때문인지,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 성장은 양립불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생략된 채 검증되지 않은 경제논리에 굴복한 형국이다.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 성장의 두 정책이 상호모순적이라면 양립 불가능한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운 대통령 후보를 선출한 유권자가 잘못이다. 그러나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선출한 주권자를 탓할 수는 없다.
경제 악화가 모든 개혁 의제와 당위를 삼켜버리는 프레임은 익숙한 데자뷔다. 경제 논리는 보수적 기득권의 논리와 맞닿아 있고 경제·민생 악화의 주범은 반기업 정서라는 검증되지 않은 이데올로기가 지배적으로 작동한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경제난의 전적인 혐의가 있는 것으로 몰아가는 형세는 촛불로 상징되는 국민 대중의 요구들이 속수무책으로 사회적 개혁 의제에서 밀려나는 상황과 맞닿아 않다.
지난 정권에서 벌어진 명시적 불법 행위, 군사정권 시절의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 정치군인들의 쿠데타 음모 의혹,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등 헌법유린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사회 각 부문의 얼개를 구성하는 구조를 바꾸는 법적 제도화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사회의 불평등과 부패는 고착화되고 기득권의 논리는 더욱 강고해 진다.
그럼에도 개혁을 추동하고 담지해야 할 집권세력은 속수무책이다. 정당론에 따르면 현대정당은 이념적 정체성을 가진 특정 계층뿐만이 아니라 보수와 진보의 지지를 획득하려는 애매모호한 전략(strategy of ambiguity)을 구사한다. 그러나 이러한 포괄정당으로는 사회적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한국사회의 모순을 해결할 수 없다. 진보적 가치를 지향하는 정당의 존재가 소중한 이유이며,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이 정당일반론에 묶여 있어서는 안 되는 당위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회 특활비 폐지 문제와 각종 사회경제적 이슈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거대정당의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속성을 적나라하게 노출시켰다. 전당대회는 친문이라는 기득구조에 편승하여 당권을 차지하려는 기존의 정치문법에서 한 발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향후 집권당이 지향해야 할 가치논쟁과 지향에 대한 치열한 토론과 논쟁은 찾아볼 수 없다. 문 대통령은 비례성을 강화하는 선거제도의 개혁에 동의한다고 하지만 민주당은 이미 기득권 정당이다.
문 대통령 지지도 하락이 주는 메시지는 명백하다. 소득주도 성장의 폐기 등 과거 정책의 답습이 아니라 보다 개혁적인 사회경제 플랜의 부재가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라는 사실이다.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상응하는 진단을 내놓을 때 개혁의 동력을 살릴 수 있다. 노무현 정권이 왜 실패했는지 복기할 수 있어야 한다. 청와대와 집권여당과 내각 등 집권연합이 기득권 논리에 굴복한다면 그들 스스로가 기득권이 됐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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