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특수교육은 장애인만 받을까요?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특수교육을 위해 쏘아 올린 작은 공

지난 8월 5일 전국 각지에서 특수교육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이 국회에 모였다. 우리들이 모인 근본적인 이유는 특수교육 대상자들의 교육권 확보 때문이었다.

특수교육 아동의 교육권 집회에 참여한 이유

지체장애를 지닌 나도 이 집회에 참여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장애인생활시설에서 생활하면서 초, 중, 고 12년 동안 특수교육을 받았다. 어쩌면 특수교육의 효과를 입증한 산 증인이다.

지금도 많은 아이들이 집과 먼 학교를 다니고 있지만, 나도 중학교 때, 한 학급이 이전하는 바람에 경기도 광주에서 서울 관악구까지 1시간 반 동안 원거리 통학했다. 2018년 특수교육통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 특수학교 재학생 2만4994명 중 1853명이 편도로 1시간 이상 통학하고 있으며, 그 중 11명은 편도로 2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래서 자라나는 아이들만큼은 집과 가까운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정부, 특히 교육 당국을 향한 목소리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었다.
▲ 8월 5일 열린 특수교육 전공자들의 집회. ⓒ유장군
특수교육의 현실을 비판한다

교육권이란 헌법에서 두 가지 특성이 있는데, 그것은 기본권이면서 의무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많은 아이들이 교육에서 소외받고 있다. 물론 학교에는 가는 아이들은 많다. 하지만 진정한 배움과 성장이 없다. 개인의 특성에 적절한 교육이 절실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러한 교육을 만들기 위해 목소리를 내었다.

한국 특수교육은 독재 정권 때인 1977년 특수교육진흥법이 제정된 이래 양적인 성장을 해왔다. 이 법으로 인해서 특수학교가 대폭 증설되었다. 무엇보다 장애인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그러나 이 법은 양적 성장에만 중점을 두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법률은 제정했지만, 예외 조항을 제시함으써 실질적으로는 교육을 받은 장애인은 적었다. 즉 의무가 아닌 선택으로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비판을 근간으로 제정된 법이 2007년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다. 이 법의 핵심은 '생애주기별 특수교육 지원 확대' 및 '학급당 학생 수의 법제화' 등을 통한 특수교육의 질적 성장이다. 당시 장애인 당사자, 학부모, 특수교사 등의 단합된 힘으로 탄생한 이 법이 특수교육의 질적 성장을 위한 원동력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특수교육 혁신을 위한 네 가지 외침

그러나 우리는 이제 또다시 특수교육 현실을 비판한다. '교육의 질'을 고민하지 않고 과거와 똑같이 '양적 성장'에 몰두하는 교육부와 교육계의 현실 때문이다.

또한 비판과 함께 더 진취적인 특수교육의 발전을 위해서 작은 공을 쏘아 올렸다. 첫째, 장애영유아의 의무 교육 실시, 둘째, 학급당 학생 수 감소를 통한 교육의 질 향상, 셋째, 특수교사 법정 정원의 확보, 넷째, 다양한 조건과 상황에 있는 아이들도 특수교육을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의 마련이다.

첫 번째 공은 장애 유아를 위한 요구이다. 특수교육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기 발견과 조기 교육이다. 현재 진단센터는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장애를 더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이에 장애가 의심되거나. 장애 위험군에 있는 아동을 조기에 진단하고 교육할 수 있도록 제반 요소를 마련하라는 외침이다.

두 번째 공은 특수교육 질을 향상하라는 요구이다. 특수교육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최근의 특수학교에는 중북, 중증 장애학생들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는 학급 당 학생 수의 조절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앞으로 심도 있는 연구, 토론, 검증 과정을 통하여 현행 법인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을 개정해야 한다.

세 번째 공은 특수교육 교사 정원에 관한 요구이다. 지난해, 교육부에서는 '제5차 특수교육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열악한 특수교육 현장의 상황을 인식하고, 특수교육 대상자의 교육권 보장을 위해 부족한 특수교사를 대폭 확충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얼마 전 '2019학년도 임용 후보자 선정 경쟁시험 사전 예고'에서 발표된 유·초·중 전체 특수교육 교원의 선발 인원은 고작 377명이었다. 정부는 "2022년까지 특수교사 법정 정원의 92%를 달성하겠다," "특수교사 5330명을 충원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한 해에 1000명씩 충원해도 모자랄 상황인데, 377명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인원수다. 교육부는 지금 당장 특수교육 교원의 임용 선발 인원을 확충해야 한다. 정교사인 특수교사를 법정 정원만큼 확보하라는 외침이다.

네 번째 공은 특수교육 대상자의 범위를 확대하라는 요구이다. 일반 국민 즉, 특수교육 비전공자들은 특수교육은 장애인만 받는 교육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특수교육학 이론에 의하면 장애가 없더라도 특수한 교육적 요구를 지니면 특수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현행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15조는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 중 특수교육을 필요로 하는 사람으로 진단·평가된 사람을 특수교육 대상자로 선정한다'라고 되어 있다. 이러한 법률에선 장애를 지닌 학생들만 특수교육 대상자로 선정한다. 앞으로 정규 교육 과정으로 힘든 경계선상의 학생이나 다문화가정 학생, 영재학생까지 특수교육 대상자에 포함해야 한다. 특수교육이 필요한 모든 아이들이 특수교육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라는 외침이다.

미래 예비 특수교사들의 다짐

무더운 여름날의 뜨거운 뙤약볕 아래서 우리는 서로를 확인했다. 소외받는 아이들이 없도록 우리나라 특수교육을 혁신해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을. 또한 장애를 가진 이들이 질 높은 교육을 받아 민주시민으로서 성장할 수 있다는 포부를.

특수교육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미래 아이를 가르칠 예비 교사로서 다짐한다. 우리는 교육에서 소외받는 아이들이 없는 그날까지 부단히 싸울 것이다. 그것이 우리에게 맡겨진 시대적 소명이라 생각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시민들이 복지국가 만들기에 직접 나서는, '아래로부터의 복지 주체 형성'을 목표로 2012년에 발족한 시민단체입니다. 건강보험 하나로, 사회복지세 도입, 기초연금 강화, 부양의무제 폐지, 지역 복지공동체 형성, 복지국가 촛불 등 여러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칼럼은 열린 시각에서 다양하고 생산적인 복지 논의를 지향합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