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정의당은 원내 교섭단체가 될 수 있을까

[프레시안 books] <독일 정치, 우리의 대안>

2018년 6월 13일 제7회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광역단체장 17곳 중 14곳에서 승리했다. 2006년 제4회 지방선거에서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이 광역단체장 16곳 중 12곳에서 당선자를 배출했던 것처럼 광역단체장부터 기초자치단체장, 지방의원까지 모두 '싹쓸이'했다.

이같이 특정 정당이 독식하는 데에는 투표가 진행될 당시의 정치적인 흐름도 영향을 미치지만, 한 표라도 더 얻은 후보자가 당선되는 선거 구조에도 그 원인이 있다.

실제 서울특별시의 경우 이번 지방선거 결과 지역구별 의원 100명과 비례대표 의원 10명을 합한 전체 110명의 의원 중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 102명에 달한다. 이는 약 93%에 달하는 압도적인 수치다.

그러나 지역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서울특별시 시의회 후보들이 득표한 비율은 아무리 높아도 80%를 넘어가지 않는다. 후보들의 득표율은 대략 55~65%에 집중돼있다. 비례대표 득표율의 경우 더불어민주당은 50.92%로 간신히 과반에 도달했다.

이 정도의 득표로 더불어민주당이 서울시 의회를 사실상 독점한 것은 결국 최다득표자 1명을 뽑는 지역구 의원이 전체 의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유권자의 투표와 실제 결과에 이같은 차이를 보이는 것은 대한민국 국회 역시 마찬가지다.

이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15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권고했으나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은 선거제도 개편 논의에 소극적이었다. 현재의 소선거구제가 자신들에게 유리하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하면 그만큼 의석을 뺏길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꾸더라도 당시 새누리당의 의석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다. 독일에서 정치학 석‧박사 과정을 거치며 독일 정치를 가까이서 봤던 조성복 독일정치연구소장이 총선 결과를 독일식 의회 선거제도에 도입해 본 결과였다. (☞ 관련 기사 : 독일식 선거제도, 새누리당에 결코 불리하지 않다)

이렇듯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주목을 받았던 조성복 소장이 최근 독일의 선거제도와 독일 정당 시스템을 분석한 신간 <독일 정치, 우리의 대안>(조성복 지음, 지식의 날개 펴냄)을 내놨다. 조 소장은 이 책에서 독일의 정치제도를 벤치마킹함으로써 양당 체제를 극복하고 민심을 정확히 반영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독일 정치, 우리의 대안>(조성복 지음) ⓒ지식의 날개
특히 그는 독일 의회 선거에서 채택하고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이른바 '사표'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표'가 적어야 투표로 드러난 민심이 국회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선거제도만 바뀐다고 해서 한국의 정치가 갑자기 변하기는 쉽지 않다. '공천권' 이라는 권력이 당 내 특정 계파나 인물에게 집중되는 한 당원이 권한을 갖는 정당 정치의 모습을 구현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조 소장은 독일 정당의 공천 과정을 참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의 정당은 한국의 교회처럼 지역 곳곳에 퍼져있고, 이를 통해 각 정당의 지역 조직에서부터 의견이 올라오는 상향식 체제를 갖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당원들이 직접 후보를 뽑기 때문에 당 내 몇몇 사람들이 공천을 좌지우지 할 수 없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물론 한국 내에서는 당비를 납부하는 '진성 당원'이 많지 않기 때문에 독일처럼 후보를 내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이에 대해 조 소장은 "어떤 지역구의 진성 당원이 10명뿐이라고 해도 과감하게 그들에게 후보 선출권을 주면 그 다음 선거를 앞두고는 당원의 숫자가 수십, 수백배로 늘어날 것"이라며 "그렇게 하지 않기 때문에 당원이 증가하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 소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당원의 중심이 되는 정당이라는 구호만 내세우지 말고, 독일처럼 실제로 당원에게 권한을 부여"해야 당원이 늘고 정당이 탄탄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는 "청년들이 살맛 나는 세상이 되려면 기존의 경제 시스템이나 사회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시스템을 확 바꾸려면 그것을 설계하는 기존의 정치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정치가 변하려면 선거제도 및 권력 구조를 바꿔야 한다"며 "기존의 정치 시스템과 그것을 지탱하고 있는 현행 선거제도가 존속하는 한, 우리 정치는 변화를 가져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마침 20대 후반기 국회가 시작되면서 국회의장에 취임한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선거제도 개편과 관련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는 지난 2015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안한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도농복합형 선거구제 등을 언급하며 여야 간 선거구제 개편과 개헌의 입장 차이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여기에 선거제도 개편에 소극적이었던 자유한국당이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소선거구제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본 이후로 선거제도 개편에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는 것도 주목할만하다.

국회는 기존의 관성을 버리고 2020년 총선 전에 선거제도 개편에 합의할 수 있을까? 누구도 장담할 수 없지만 만약 여야가 선거제도 개편에 합의한다면 2020년 선거 이후 탄생하게 될 21대 국회는 지금까지 국회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띠게 될 가능성이 높다. 21대 국회가 어떻게 구성될지,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국회가 한국 정치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독일 정치, 우리의 대안>에서 미리 엿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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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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