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표' 국방개혁이 미흡한 이유

[정욱식 칼럼] 국방개혁 2.0, 판문점 선언에 부합하나

문재인 정부의 국방부가 7월 27일 '국방개혁 2.0'을 공식 발표했다. 일부 진전된 내용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미흡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핵심적인 요지는 현재 436명인 장군 정원을 2022년까지 76명을 줄여 360명으로 조정하고 전체 병력수는 현재 61만 8000명에서 50만명으로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육해공군의 균형 발전을 도모하고 사병 급여와 급식 등 복지 향상을 꾀하겠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킬체인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제(KAMD)와 대량응징보복으로 이뤄진 삼축체계는 "정상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북핵 문제 등 한반도 안보 환경의 진전 여부에 따라 일부 조정될 가능성을 열어놓겠다고 했지만, 이러한 입장은 여러모로 재검토를 요한다고 할 수 있다.

우선 국방부는 "북한의 위협 감소가 없는 상황"을 근거로 제시했지만, 이러한 진단 자체가 자기중심적이다. 판문점 선언을 통해 남북한 정상이 부전(不戰)의 다짐을 하고 상호간의 불가침 약속을 하면서 군사적 신뢰구축을 취하기로 한 것 자체가 안보 환경의 큰 진전이다.

또한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핵탄두 장착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게임 체인저'로 규정한 바 있다. '게임 체인저'라는 표현 속에는 두 가지 맥락이 담겨 있다. 하나는 북한이 이러한 전력을 실전배치하기 전에 미국이 선제공격에 나설 수도 있다는 우려이고, 또 하나는 한반도 유사시 미국의 개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이다.

그런데 북한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단이라는 선언적인 조치와 더불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및 ICBM 엔진 시험장과 조립시설 해체와 같은 물리적인 조치에도 돌입했다. 이는 미국의 한국에 대한 안전보장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는 데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국방부는 이러한 북한의 긍정적인 조치를 안보 환경 평가에서 누락시키고 말았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삼축체계를 정상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안보는 상대가 있는 게임이다. 내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한국의 대규모 군비증강 계획이 북한 지도부의 판단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이다. 모두가 염원하는 것처럼 북한의 핵문제가 해결되면, 한미동맹 대 북한 사이의 군사력 불균형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주재하며 국방부로부터 국방개혁 안을 보고받았다. 사진은 회의 시작 전 국민의례를 하고 있는 모습. ⓒ청와대

북한 지도부가 이러한 우려를 크게 가질수록 비핵화에도 주저하게 될 공산이 커진다. 판문점 선언에 군사적 신뢰구축과 함께 "단계적 군축"이 명시된 까닭이기도 하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국방개혁 2.0은 신뢰구축과 군축을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 및 비핵화를 실현키로 한 판문점 선언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

국방부는 또한 대규모 국방비 증액 계획도 거의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국방부는 2019년 국방예산으로 올해 대비 8.6% 증가된 46조 9000억 원을 요구하는 등 5년간 국방개혁에 필요한 예산을 약 270조 7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별다른 변동 없이 이러한 계획이 추진되면 2023년 한국의 국방비는 60조 원을 훌쩍 넘어설 것이고, 일본의 국방비마저 추월하게 될 것이다.

대규모 국방비 증액은 새롭게 시작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스스로 장애물을 설치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군비증강과 한반도 평화체제·비핵화 실현 노력은 양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국방비 조정을 통한 군사력 재조정은 한국이 평화와 비핵화 프로세스를 주도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분야이다. 유엔 및 미국의 대북 제재가 촘촘하게 짜여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한국이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대규모 국방비 증액을 국방개혁 2.0의 요체로 삼은 문재인 정부의 선택이 대단히 아쉬운 까닭이다.

천문학적인 국방비 증액은 민생과 복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상기한 국방부의 국방비 증액 계획과 국방비 동결을 비교해보면 명확히 드러난다. 가령 향후 5년간 올해 수준(43조 4000억 원)으로 국방비를 동결하면 약 60조 원의 누적액의 차이가 발생한다. 누적액의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커지게 됨은 물론이다.

이렇게 절약한 예산을 복지, 교육, 일자리 창출, 자영업 지원책, 미세먼지를 비롯한 환경 대책에 사용한다면, 국가안보의 내실을 기하면서도 인간안보도 튼튼하게 할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다. 아쉽게도 문재인 정부가 스스로 표방한 '포괄 안보'의 정신이 정작 국방개혁에서는 실종되고 만 것이다.

혹자는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국방비 증액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미래의 불확실한 위협을 확실한 위협으로 만드는 것이다. 또한 앞으로 수년간 올해 수준으로 국방비를 동결해도 GDP 대비로는 일본의 2.4배, 중국의 1.5배에 달한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하여 문재인 정부는 두 가지를 자문해봐야 한다. 하나는 국방개혁 2.0이 과연 판문점 선언에 부합하느냐는 것이다. 또 하나는 '망진자(亡秦者)는 호야(胡也)'라는 우를 스스로 범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외부의 위협 대비에 치중한 나머지 내부의 모순을 완화·해결할 수 있는 소중한 자원을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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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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