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1년 입원비 최대 16만 원…한국은?

[복지국가SOCIETY] 문재인 케어와 재난적 의료비 지원 사업

문재인 케어는 우리 국민의 의료비 불안을 없애려는 것이다. 이는 인권의 핵심 요소이자 건강 복지의 확충일 뿐만 아니라, 일자리 정책이자 경제성장의 주요 기반이 된다. 그런데 당장의 문재인 케어는 보장성 수준이 시민사회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보장성 수준인 80%가 아니라 2022년까지 70% 달성이 현 정부의 정책 목표이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수준이 이렇게 기대에 못 미칠 경우,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집단은 역시 저소득 계층이다. 이들에겐 지금의 보장성 수준인 63%나 2022년 달성 목표인 70%나 별 차이가 없을 개연성이 크다. 어차피 환자 본인부담이 크고, 결국 의료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난적 의료비 개념이 중요하다. 재난적 의료비는 의료 이용자가 직접 지불하는 의료비가 가구의 소득이나 가계의 지출에서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경우를 말한다. 가구 단위로 분석하고, 한 가구의 총 소득 혹은 총 소비 지출을 분모로 하며, 건강과 관련된 지출을 분자로 해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 기준점이 통일되어 있지는 않다.

본인부담금 상한제와 재난적 의료비 경험의 상관관계

국외의 연구를 보면, 재난적 의료비 측정의 가장 보편적인 기준은 가구의 연소득 중 의료비 지출(치료비용과 건강보험료)이 10%를 초과하는 경우다. 특히 세계보건기구가 정의한 지불능력 중에서 의료비로 40% 이상 지출된 경우라는 기준은 주로 국가별로 비교할 때 적용한다. 한 가구의 지불능력 중에서 40% 이상을 의료비로 지출한다면 이는 가히 재난이 아닐 수 없다.

세계보건기구에서 발간한 2010년 보고서에 의하면, 2007년 우리나라의 재난적 의료비 경험 가구는 2.9%인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들은 재난적 의료비 경험 가구가 1%에도 미치지 않았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우리나라와 달리 재난적 의료비를 경험한 가구의 비율이 낮은 것은 의료서비스의 대부분을 공적 건강보장제도가 보장하고, 또 본인부담금 상한제가 잘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이들 선진국에서는 고액의 의료비나 의약품에 대해 환자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특별기금과 별도의 제도적 장치를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본인부담금은 정률제로 입원의 경우 20%이고 외래 진료비는 30%이지만, 본인부담금 상한제가 있어서 외래 진료의 경우 1일 4유로(약 5100원), 연간 50유로(약 6만3680원) 이상의 본인부담금이 발생하지 않는다. 입원 진료비용의 본인부담 상한은 120유로(약 15만2800원)에 불과하다. 이에 더해, 고가의 장기적 치료가 필요한 29개 질병 목록에 대해서는 본인부담금을 전액 면제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본인부담금 전액 면제 제도는 건강보험 재정 적자에 영향을 주고 있는데, 이 제도에 지출된 재정은 건강보험 재정의 약 60%에 달한다.

벨기에도 대부분의 의료서비스를 공적 건강보험에서 보장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의료서비스 항목들 중에서 8.5%에 대해서만 본인부담금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연간 본인부담금에 대해 상한액을 적용함으로써 재난적 의료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있다. 이에 더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소수의 특정 의료서비스로 인해 발생한 고액의 의료비에 대해서는 최후의 추가적인 의료안전망으로서 건강보험 재정의 0.04%인 120억 원 규모의 특별기금을 운영하고 있다.

▲ 복지 시민단체는 '어린이 병원비 국가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난적 의료비 경험 비율을 낮추기 위한 근본 대책

그런데 우리나라는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서 현저하게 낮고,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의료서비스가 많아서 본인부담금 상한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재난적 의료비 경험 가구의 비율을 낮추는 근본적인 대책은 우선 국민건강보험에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서비스 항목을 급여화하는 것이다. 이게 바로 '문재인 케어'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올해 1월부터 병원의 특진비 즉 선택진료비 본인 부담을 없앴고, 7월부터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2인과 3인실을 국민건강보험의 급여에 포함했다. 사실상 모든 의료기관의 상급병실을 급여화한 셈이다. 그러나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병상의 전면 확대와 3600여 개의 의학적 비급여 항목의 건강보험 적용은 의료계와의 협의를 거쳐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대부분의 비급여 의료서비스가 국민건강보험에 적용되어서 본인부담금 상한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전까지에는 재난적 의료비 경험 가구의 비율을 근본적으로 낮추기는 어려워 보인다. 결국, 적지 않은 국민이 재난적 의료비를 경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지난 7월 1일부터 재난적 의료비 지원 사업을 확대 실시하기로 하고, 관련 법률을 통해 이를 제도화했다. 게다가 이번 대책에서는 과거의 사례와 달리 재난적 의료비 지원 사업의 대상도 크게 확대했다.

당초 정부는 2013년 8월부터 한시적으로 암, 심장, 뇌혈관, 희귀난치성 질환 등 4대 중증질환을 앓고 있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의료비를 지원했었다. 재난적 의료비 지원 사업 대상자는 2013년 8월부터 2016년 말까지 약 3년 6개월 동안 5만8567명이 1760억 원(1명당 평균 300만 원)을 지원받았다. 이를 통해 2016년 중증질환의 건강보험의 보장률이 지원 전의 76.2%에서 지원 후엔 86.8%로 10.6%포인트나 높아졌다.

정부는 그동안 재난적 의료비 지원 사업을 한시적 개념으로 운영했다. 하지만 이 제도에 대한 국민적 호응이 높고, 재난적 의료비 지원 사업의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제고 효과가 높아서 상시적 지원을 위한 법률안을 공포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소득 수준에 비해 과도한 의료비가 발생할 경우 질환의 종류와 상관없이 연간 최대 2000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즉, 재난적 의료비 지원 대상자는 가구소득 기준으로 소득 하위 50% 가구를 대상으로 본인부담 의료비가 해당 가구 연소득의 20%를 초과할 경우 최대 2000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고, 개별심사를 통해 추가로 1000만 원까지 더 지원받을 수도 있다. 보건복지부는 연간 8만3000명이 사업의 수혜를 받을 것으로 추계하고 있다.

보장성 강화와 함께 재난적 의료비 지원 확충해야!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예상하는 사업 대상자는 전체 중증 질환자 450만 명의 2%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전체 중증 질환자의 의료비 부담률 감소 효과나 재난적 의료비 경험 가구 비율의 감소 효과가 매우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업 대상자로 사업 효과를 분석하면 이전 연구에서 사업 적용 전후 재난적 의료비 경험 가구의 비율이 68.9%에서 38.3%로 30.6%포인트 감소하여 감소 효과가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재난적 의료비를 신청한 중증 질환자의 38%가 지원을 받은 이후에도 재난적 의료비를 여전히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해봐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사업 대상자의 확대와 1인당 의료비 지원 예산의 확대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기존의 연구에서 우리나라의 재난적 의료비 경험 가구는 비경험 가구에 비해 소득 분위 하락의 가능성이 1.58배 높다. 또, 재난적 의료비 경험과 빈곤 가구 발생의 관련성을 분석한 연구에서 가구 지불능력의 10% 이상을 지출한 재난적 의료비 경험 가구가 비경험 가구에 비해 빈곤 상태로 하락할 가능성이 1.42배 내지 1.88배 높았다.

재난적 의료비 경험 가구의 비율을 낮출 수 있다면 소득 분위 하락의 가능성을 낮출 수도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정부는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수준을 크게 높이고, 가계의 직접 부담 의료비 비율을 낮출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김철웅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은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입니다.)

(☞이상이의 칼럼 읽어주는 남자 바로 가기 : 소득주도 성장과 복지국가 뉴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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