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온, 이륙한지 3초 만에 추락한 이유는

[정욱식 칼럼] 해병대원 목숨보다 돈이 더 중요했나

5명의 해병대원의 안타까운 목숨을 앗아간 '마린온' 헬기 추락 사고를 보면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점을 발견하게 된다. 당시 폐쇄회로(CC)TV에 찍힌 영상을 보면, 이륙 후 4~5초 만에 사고 헬기에서 회전날개 1개가 먼저 튀어 나가고 나머지 회전날개 전체가 떨어져 나가면서 헬기 동체가 추락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점이 바로 '진동 현상'이다. 언론들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기체의 떨림 현상이 심할 경우 이를 완화해주는 자동진동저감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진동이 심하면 헬기 전체에 영향을 줘 날개가 떨어져 나갈 수 있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자동진동저감장치를 설치했는데 여기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해 11월에도 수리온 헬기가 시험비행 도중 이 장치에서 이상 신호가 발견돼 비상 착륙을 한 바가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분석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더구나 수리온의 개량형인 마린온은 날개의 견고함은 떨어지고 동체는 더 무겁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함정에 이착륙할 수 있도록 날개를 접이식으로 바꾸고 침투가 가능하도록 연료탱크를 2개 추가하고 방염처리도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수리온에 비해 마린온이 진동 현상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말해준다.

주목할 점은 추락한 마린온 2호기의 진동 현상은 한국우주항공(KAI)이 올해 1월 해병대에 이 헬기를 인도한 직후부터 발견되었다는 데에 있다. 이번에도 KAI 기술자와 해병대 정비사는 시험 비행 직전에 진동 현상에 대한 정비를 실시했다. 그리고 시험 비행의 목적은 진동 현상을 체크하기 위한 것이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새 제품에 결함이 발견되었다면 해당 제조사는 그 제품을 회수하거나 구매자가 리콜을 요구해 먼저 문제 해결에 나서는 것이 상식에 맞다. 헬기 추락 사고는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KAI와 군 당국은 이러한 조치를 취하기는커녕 무엇에 쫓기듯 시험 비행을 강행했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혹시 KAI의 이윤 욕구와 군 당국의 조기 전력화 욕구가 맞물린 결과는 아니었을까?

만약 KAI가 마린온 2호기의 회수 및 점검 조치를 취했다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추가적인 마린온의 판매는 미뤄졌거나 재검토되었을 것이다. 수리온의 개량형인 마린온의 대당 가격은 300억 원을 넘어선다. 계획대로 2023년까지 28대를 인도하면 무기 판매가만도 1조 원에 육박한다. KAI의 이윤 논리가 안전 및 생명 논리를 압도한 것은 아니지 반드시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또한 마린온 조기 전력화는 해병대의 숙원 사업이었다. 해병대 항공부대가 1973년 해병대 사령부가 해체와 함께 해군으로 통합된 지 45년 만에 독자적인 항공전력을 갖추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숙원을 반영하듯 마린온의 전력화는 속도전을 방불케 했다. 2015년 1월 초도비행 이후 불과 16개월 뒤인 2016년 5월 전력화를 결정한 것이다. 이는 대개 5년 안팎의 시험 비행을 거쳐 전력화를 하는 일반적 관례에 비해 파격적인 것이었다.

조사의 핵심은 바로 이러한 문제를 밝히는 것이 되어야 한다. 기체 결함이 이미 확인된 상태에서 KAI와 해병대 지휘부가 이 헬기의 회수 및 반품 조치를 취하지 않고 무리하고도 졸속적으로 시험 비행을 강행한 이유가 무엇인가를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조사단의 책임자를 해병대 준장이 맡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이해관계자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한편 청와대는 18일 "현재 우리 수리온(마린온의 원형 모델)의 성능과 기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수리온이 결함이 있던 헬기라고 해서 마치 수리온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칠 가능성이 있지만, 실제 감사원이 지적했던 결빙 문제는 완벽하게 개량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대단히 부적절한 입장 표명이 아닐 수 없다.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기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식의 입장 표명은 조종사의 과실로 몰아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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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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