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가 문 닫은 진주의료원, 재개원이 필요한 이유

[기자의 눈] 사회적 공익성이 이념에 매몰되는 시대는 지났다

진주의료원 폐업 당시 재정은 악성 위기가 아니었다

1973년 의료법이 개정되어 의료법인 제도가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이후 올해로 45년을 맞이하고 있다. 의료법인 제도가 제정될 당시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의료서비스의 공급량은 매우 부족한 상태였다. 거의 대부분(약 85%)의 의료 서비스가 민간자본에 의해서 공급되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서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공급의 원활한 확장을 위해 의료서비스에 대한 법인화 작업은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 현안이었다.

위와 같은 취지와 목적으로 의료법인 제도가 생겨났다. 이후 45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우리나라는 사회적, 경제적으로 다양한 변화를 경험하였고 동시에 보건의료 환경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국내 민간 의료분야뿐만 아니라 공공의료기관 분야 또한 시대 변화에 따른 사회적 충족을 만족시키기 위해 많은 변화를 겪어 왔다.

최근에는 지역 간 균형 있는 공공의료를 제공, 지역 시민에 대한 적절한 공공의료 제공, 사회적으로 필요하나 공평한 의료공급이 안 되는 분야에 대한 공공의료 제공, 공공의료 대응이 반드시 필요한 질병 예방과 건강증진의 목적으로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과 '지역거점공공병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의 개정이 이루어져 왔다.

▲진주의료원 폐업 전 모습. ⓒDB


하지만, 중소도시 및 농촌의 인구고령화와 감소 현상으로 인한 입원 환자 수의 감소로 인해 진료 혜택이 우수한 대도시로의 인구 유입 가속화, 열악한 지역 병원의 시설를 포함한 장비투자와 우수한 의료진 확보 어려움, 병원간 서비스 및 환자 유치에 대한 경쟁 심화 등 내부적인 요인이 가중되어 지방거점공공병원의 적자는 누적되었다.만성 적자로 인해 지속적인 경영 악화가 발생되어 지역거점공공병원의 경영개선에 대한 강도 높은 개선안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과 ‘지방의료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대한 개정이 번번이 이루어져 왔지만, 공공의료기관은 민간의료기관과 달리 시장 기전이 아닌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등의 정책적 필요에 의해 설립되고 운영돼 본래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기능 부여의 불명확성은 국민들에게 공공병원이 민간병원과 별로 차이가 없는 것처럼 느끼게 했다. 공공병원의 취지를 제대로 살려오지 못한 셈이다. 공공병원이 경영성이나 정체성에 있어 혼란이 지속돼 온 이유다. 또한 '국가 의료 발전'을 위해 전문가들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업이 공공병원 정책의 중심이 돼 왔기 때문에 주민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어려워, 그들로부터 오히려 이해와 협조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럼에도불구하고 공공병원은 국가의 공공의료 시스템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으로 시작하여 의료 파업 등, 다양한 이익단체에 의해 '의료 구멍'이 발생할 때마다 지역거점공공병원들은 그 역할을 충실히 했다.

지역주민의 건강 증진을 비롯해 보건의료 발전을 목적으로 우리나라는 현재 전국에 33개의 지방의료원이 설립 운영되고 있다. 우리 나라의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 중 공공병원은 5.4%를 차지하고 있고, 지방의료원은 1.2%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지방의료원은 태부족 상태다.

지난 2013년 대한공공의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의료기관 중 공공보건의료기관(공공의료 역활을 겸하는 민간의료기관 포함)이 차지하는 비율은 5.5%로,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호주, 영국 등의 OECD 주요국가에 비해 그 비율이 매우 적어 한국의 보편 의료복지 제도는 선진국에 비해 매우 미약하다고 한다.

지역으로 가면 더 심각하다. 대도시 지역에 비해 의료 진료 대상 주민이 많지 않고, 공공의료 혜택을 잘 모르는 농어촌 주민이 사는 곳은 의료기관의 휴업이나 폐업 등으로 인해 의료 불균형이 발생한다. '소비자'가 적으니 의료원의 휴업, 폐업이 발생하고, 휴업, 폐업이 발생하니 의료 불균형이 심화된다. 악순환이다. 농촌과 어촌 지역의높은 의료기관 폐업률은 공공의료에 대한 사각지대를 만들게 된다.


지난 2011년 만성누적 적자가 폐업의 원인으로 지목되어 폐업한 진주의료원 사태는 공공 의료원 경영 등 실태 전반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증폭되는 계기였다.

▲홍준표 전 도정이 진주의료원 폐업을 강행하자 보건의료노조가 철회하라며 농성에 돌입했다. ⓒ프레시안

진주의료원 폐업사태를 거치면서 지금까지 지역거점공공병원 운영의 ‘비효율’은 실재하는 것인지, 지방거점공공병원 적자 및 부채는 왜 발생하며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문제가 표면화되어 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분명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병원은 두 가지의 서로 다른 속성, 즉 환자진료라는 사회적 사명을 지닌 공익기관으로서의 공공성과 함께 의료기관으로서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어려움을 갖고 있다. 지역주민의 공공복리증진에 기여하고, 공공의료에 기여해야 할 지역거점공공의료기관들은 매년 정부 예산의 증가에 불구하고 수익과 공익이라는 두가지 측면에서 만성 적자 재무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병원에 기대하는 공익적 역할 즉, 교육과 연구, 자선적 진료(지불능력이 없는 환자에 대한 진료), 악성 부채성 진료 등 수익성이 없는 환자의 진료 수행은 필요하다.

지역 거점 공공병원의 현황 및 역할수행 능력 등을 제대로 분석하고, 38개소의 지역거점공공병원을 대상으로, 각 병원의 일반현황, 진료현황, 경영현황, 병상 현황 등 인력생산성 ‧ 자본생산성 ‧ 진료 생산성 측면에서 심도 있게 분석 및 재평가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진주의료원 폐업 현황과 문제점을 분석하고 재개원을 위해 지역거점공공병원의 존폐에 근원적인 원인이 되고 있는 문제점을 심도있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진주의료원이 부활하기 위한 현실적인 경영 효율화 방안을 찾은 후 재설립을 서둘러야 한다.

진주의료원 폐업 원인에 따른 문제점 및 주요 쟁점


진주의료원 폐업 배경을 살펴보자.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진주의료원 폐업을 발표했을 즈음에는 진주의료원이 폐업될 정도의 악성 경영위기에 몰렸던 것은 아니지만, 경영이 흑자가 아닌 상황에서 다소 어려웠던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진주의료원은 연간 10억 원 정도의 손실을 봐왔다. 그러다 2009년부터 42억 원, 28억 원, 63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부채비율도 2008년 이후 매년 증가하고 있었다.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진주의료원 노동자, 특히 노동조합을 경영 악화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인건비 비율이 82.8%로 나타났고, 다른 병원에 비교해 볼때 높았다는 것이 경영 악화를 가져온 첫 번째 이유라는 게 홍준표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은 알려진 사실과 다른 것이 분명히 존재했다. 왜냐하면 진주의료원 노동조합은 이미 6년째 임금을 동결한 상태였고 임금은 장장 7개월 동안 체불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2013년 2월 홍준표 도정이 결국 진주의료원 페업을 결정했다. 이에 강한 반발로 홍준표 전 지사를 규탄하는 집회가 경남 전체를 휘감았다. ⓒ보건의료노조

의료수익 대비 인건비 비율이 82.8%인 것은 사실이었으나 이는 경영 악화의 결과로 드러난 현상일 뿐 그것이 곧바로 인건비가 과도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여기서 특히 주목할 것은 진주의료원은 진주시 중앙동에 200병상 규모로 운영하다 2008년 2월 400병상 규모로 확장해 신축 이전한 것이 경영악화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는 것이다. 외형적인든 내면적이든 병원 규모가 커지면 생산량에 관계없이 지출되는 기계설비, 재산세, 보험료, 외주용역비, 감가 상각비, 설비 이자 등의 고정비용이 대폭 상승할 수밖에 없다. 또한 지리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는데 진주시 중앙동은 시내 중심가에 위치했고 신축 이전한 진주시 월아산로는 외곽 지역에 위치했다. 환자 접근성이 떨어질것은 말할것도 없고 이에 따른 의료수익도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진주의료원 적자 경영의 원인은 이전 이후 고정비용 2배가량 상승했고 이에 반해 의료수익은 1.5배 정도밖에 증가하지 않았다는데 있었다. 노동자의 잘못이 아니라 경영의 실패다.

진주의료원의 이전은 진주시도 예외일수는 없지만, 특히 최종 결정권자인 경상남도의 책임이 무엇보다도 가장 크다. 실제 진주의료원을 이전하기 위해 반드시 사전에 검토해야 하는 입지 선정 과정이 부재했다는 사실이 당시 진주시의회 회의록을 통해 밝혀졌다. 또한 당시 보건복지부가 사업타당성 조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음에도 이를 경상남도가 무시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폐업의 배경으로 공공성 결핍을 들 수도 있다.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이 2013년 2월 2일 시행됨에 따른 공공의료 개념의 변화로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이 미미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진주 시내 의료급여환자의 의료원 이용비율은 진료 건수로 2.7%에 불과했으며, 신종플루 환자 입원 거부 등 공공의료서비스 제공을 거부한 일들이 있었다. ‘공공성을 상실’한 셈이다.


진주의료원 폐업에 대한 고찰

지난 2012년 2월 26일 경상남도가 진주의료원을 폐업하기로 방침을 발표한 이후 진주의료원이 폐업한지 6년이 됐다. 국회는 역사상 처음으로 공공의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국정조사까지 실시하기도 하였다. 경상남도의 '막대한 혈세 투입' 운운 주장은 국민을 속이기 위한 거짓으로 판명났다.

알려진 사실과 다르게 경상남도가 진주의료원에 지원한 금액은 연 10억여원 정도였고, 이에 경상남도가 시설 확충과 정부에서 차입한 지역개발기금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진주의료원이 2008년 신축 이전 당시 정부에서 300억원을 지원받았고 경상남도로부터 22억원 지원 받았기 때문에 진주의료원에 대한 공적 자금 지원 규모는 이보다 훨씬 컸다는 것을 알수 있다. 결국 정부의 공공재정이 훨씬 많이 들어간 셈이다.

홍준표 도지사의 독단적 폐업 추진에 부정적 여론이 광범위하게 형성되었다. 진주의료원 적자의 원인에는 입원수익금이 절대적으로 부진했다는 것이 이유다. 왜냐하면 입원환자의 상당수가 저소득층이거나 장기입원환자 였기 때문이었다. 경상남도가 진주의료원을 폐업하면서 환자들을 쫓아내다시피 하는 과정에서 환자들이 다른 의료기관에서 외면 당하거나 치료받지 못해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발생했다. 공의료원인 진주의료원은 사회 저소득층에 대한 진료 기능을 담당한다. 이같은 부분이 부각되면서 '착한 적자'라는 사회적 결론도 얻게 됐다.


그러한 결과 '건강한 적자'와 '불건강한 적자', '착한 적자'에 대해서는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이 국정조사 보고서에 올라가게 된다.

경상남도의 진주의료원 폐업, 해산은 그 자체로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지만,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그 어느 때보다 부각시켰다. 사회 공익적 목적을 본다면 수익과 결부할 수 없는 더 큰 목적이 있기 때문에 공공의료기관의 기능을 자본 잠식이라는 잣대로 가늠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 할 것이다.


이제 경남도는 김경수 도지사를 맞이했다. 김 지사는 지난 6.13지방선거 당시 공약으로 진주의료원 재개원에 대해 언급했다. 당연한 결론이다. 기다려진다.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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