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산분리 완화 '시동'…특례법에 공감대

"금융사의 대기업 사금고화 막기 위한 은산분리, 핵심 규제 원칙"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1년을 맞아 국회에서 은산분리(은행자본-산업자본) 규제 완화와 관련한 논의가 다시 시작됐다.

기존 은행법을 개정하기보다 인터넷전문은행에 맞춘 특례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재호 의원은 1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 인터넷전문은행 토론회에서 이 문제와 관련, 은산분리 완화의 부작용을 피해갈 수 있는 기준을 설정하고 특례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축사에서 "그동안 은산분리 완화에 있어 폐해 우려에 너무 집착했다"며 "금융 산업을 선진화하고, 핀테크로 경제 활성화의 지렛대 역할을 하는 것이 더 큰 논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한국을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칭하지만 이 경제 대국을 이끄는 금융 산업이 부끄러울 정도로 낙후된 것이 현실"이라며 "비금융 주력자(산업자본) 대주주의 은행 지분 취득 한도에 상한선을 두고, 대주주와의 여신 한계도 기준을 정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은산분리는 산업자본이 은행을 사금고화하고 금융시장을 잠식하는 것을 막으려고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에 제한(의결권 있는 주식 4% 이하 보유·의결권 미행사 전제 최대 10% 보유 가능)을 둔 제도를 말한다.

정 의원은 2016년 11월 비금융주력자가 인터넷전문은행 자본을 최대 34%까지 보유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안'을 발의했다.

정부는 2015년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하면서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위한 은행법 개정은 나중에 진행하는 것으로 여지를 남겼다. 이후 2017년 4월 케이뱅크, 7월 카카오뱅크가 출범했다.

그런데 올해 3월말 기준 케이뱅크 계좌 고객이 70만명, 카카오뱅크는 567만명에 이르는 등 빠른 속도로 고객을 유치하고 있어 강력한 대주주가 주도해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특히 케이뱅크는 줄을 잇는 대출 수요를 현재 자본으로 감당할 수 없어 대출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고 있다.

또 인터넷전문은행이 빅데이터 기반의 신용평가 모델을 만드는 등 '은행'을 넘어 진정한 '핀테크'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투자를 열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축사에서 "은산분리를 금융 산업의 기본원칙으로 지켜나가되 인터넷 전문은행에 한해 규제를 국제적인 수준에 맞추어 나가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사의 대기업 사금고화를 막기 위한 은산분리는 은행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산업 자금의 효율적이고 공정한 배분을 위한 핵심적인 규제 원칙이지만, 경제규모의 확대와 경제시스템의 선진화 노력이 이어지면서 원칙 적용 방식을 재점검할 시점이 됐다"고 강조했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박사는 발제문에서 "감독 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이 본래의 설립목표를 달성하고 경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강화해줘야 한다"며 증자 문제를 선제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토론에서는 은산분리의 큰 원칙은 살리되, 인터넷전문은행의 특수성을 고려한 특례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최훈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은 "은행법이 개정되는 형태에서 자칫 은산분리 원칙에 큰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면, 특별법 형식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성훈 케이뱅크 대표는 "은산분리 제도의 취지를 유지하면서 인터넷은행의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방안은 인터넷전문은행에 한정된 특례법 제정"이라고 강조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ICT 기업의 인터넷전문은행 소유 지분을 완화하는 것은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고객에 제공하고 금융시장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이뤄나가는 "기회의 시작"이라고 했다.

민병두 의원은 "지난 1년간 인터넷전문은행은 대출 접근성, 이용 편의성, 가격 효과 등에서 기존 금융을 흔들 정도의 '메기 효과'가 확인됐다"면서도 "한편에서는 혁신 DNA가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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