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길 생각 있나? 선거 막판 뜬금없는 '연못 자랑'에 측근도 '창피'

미 대법, 트럼프 정부 캘리포니아 '개표 보류 요구' 즉시 기각

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중간선거가 치러지는 가운데 캘리포니아주와 미시간주가 막판까지 들썩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선거 전날 연설 절반 가량을 반사연못 자랑 등에 할애하자 측근까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는 보도다.

캘리포니아에선 선거 전날까지 이어진 트럼프 행정부의 개표 보류 요구를 연방대법원이 차단했다. <뉴욕타임스>(NYT)를 보면 2일 대법원은 미 법무부가 비시민자에게 제공된 걸로 의심된다며 캘리포니아 우편투표 용지 2만장에 대한 개표 보류를 요구한 것을 당일 곧바로 기각했다. 기각 이유는 명시돼 있지 않았지만 공개적 반대 의견 또한 적시돼 있지 않았다.

신문은 법원은 법무부의 긴급 가처분 신청 뒤 수 시간 만에 결정을 내리며 이례적으로 상대방에 의견이나 답변서 제출도 요구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법원이 연방정부가 제기한 사건에 대해 상대 쪽 답변을 듣지도 않고 결정을 내리는 건 거의 없는 일이라며 보수 우위 대법원이 트럼프 정부를 "이례적으로 질책"했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이 주 정부 선거 운영에 개입하려는 시도에 조력할 의사가 없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요청은 이미 지난주 하급 법원에서 "행정부가 입증되지 않은 주장을 근거로 표를 무효화하고 진행 중인 선거를 위협할 수 있다면 우리 민주주의는 위험에 처한 것"이라며 기각된 바 있다. 신문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간선거 하루 전에 대법원에 재차 가처분 신청을 낸 건 선거일 이후로 사건 최종 패소를 미루기 위해서였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캘리포니아, 워싱턴주 등에 제기한 비시민 투표 의혹이 공화당의 선거 패배 전망 속 선거 불복 포석을 까는 시도 중 하나라고 우려 중이다. 캘리포니아 당국자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문제 삼은 유권자 명단에 오류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시장 캐런 배스는 이번 사건이 "사람들을 겁 줘 (투표장에 나오지 않고) 집에 있게 하도록 하려는 필사적 시도"이자 "선거에 대한 의심을 불러 일으키려는 노력 "이라고 비판했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유권자 600만 명 중 120만 명이 이미 투표를 마친 상태다.

접전지 미시간에선 상원의원 당내 경선에서 패배한 민주당 헤일리 스티븐스 하원의원이 지난 주말 공화당 마이크 로저스 후보를 지지한 뒤 파문이 이어졌다. 미시간에선 민주당 후보로 압둘 엘사예드가 나서 첫 무슬림 상원의원에 도전 중이다.

2일 <로이터> 통신을 보면 이후 엘사예드 선거캠프에 소액기부가 몰려 1일 하루 동안 240만달러(약 32억원) 후원금이 들어왔다고 한다. 이 캠프의 일일 모금액 중 최고치다. 공화당은 미시간주 출생 이집트계 미국인인 엘사이드를 근거 없이 테러 동조자로 비방하고 미국에 대한 충성심에 의문을 제기해 왔다.

이 사건은 개인적 문제로 끝나지 않고 가자지구 전쟁 이후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둔 민주당 내부 고민과 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5월 뉴욕타임스-미 시에나대 여론조사에 따르면 2023년 10월 이후 이스라엘 공격으로 팔레스타인인 7만4000명 이상이 숨진 가자지구 전쟁 뒤 민주당 유권자의 4분의 3이 미국의 이스라엘 군사·경제적 지원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시했다. 유권자 성향 변화에 따라 많은 민주당 의원과 후보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강화해 왔다.

그러나 다른 의원들은 동맹인 이스라엘과 거리가 벌어지는 걸 꺼리고 반유대주의가 득세할 것을 경계해 이 같은 흐름을 탐탁지 않아 하며 당내 간극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선거의 최대 후원처 중 하나인 친이스라엘 로비단체 미-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의 영향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을 보면 AIPAC 및 연계 단체는 올해 민주당 경선에서 엘사예드를 제치게 하기 위해 스티븐스에 3000만달러(403억원)를 쏟아부었다. 이 단체가 단일 경선에 가장 많은 돈을 투여한 사례 중 하나다.

스티븐스는 경선 패배 뒤에도 이스라엘 지원 중단을 지지하는 엘사예드에 사과를 요구하며 이스라엘 문제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말 일반적으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AIPAC이 이례적으로 엘사이드에 맞서 로저스를 지지하는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에 기부를 시작했고 최대 900만달러(121억원)를 기부할 예정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디트로이트에 미국에서 가장 큰 아랍계 공동체와 동시에 상당한 규모 유대인 공동체를 보유하고 있는 미시간은 이번 상원 선거 주요 경합주로, 1일 공개된 뉴욕타임스-시에나대 여론조사에 따르면 엘사예드가 로저스에 11%포인트(p) 차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상원 경합주로 꼽히는 7개주 중 사실상 동률을 기록한 아이오와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주에서 민주당이 앞섰다. 미시간, 텍사스, 메인, 오하이오, 캔자스에선 민주당이 5%포인트 이상 격차로 앞섰고 알래스카에선 2%포인트 차 근소한 우위를 점했다.

상원 100석 중 이번 선거 대상 의석은 35석으로 현재 공화당이 22석, 민주당이 13석을 점하고 있으며 전체 의석은 공화당 53석 대 민주당 47석의 공화당 다수로, 민주당이 상원 다수를 탈환하려면 이번 선거에서 최소 17석을 확보해야 한다. 즉 현직 의석을 모두 지키고 공화당 의석 4석을 더 가져와야 한다.

한편 중간선거 전날 공화당 선거유세 대미를 장식할 걸로 예상됐던 워싱턴DC 링컨기념관 앞 반사연못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뜻밖에 연설 절반 가량을 반사연못 노후 배관 교체, 낙서 제거, 기념물 보수 등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이날 연설 54분 중 초반 최소 24분이 이러한 내용에 쓰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뒤 반사연못 보수 공사를 벌였지만 녹조 발생, 공사 지연 등으로 곤혹을 겪은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연설이 유권자들이 가장 중시하는 경제 문제에 초점을 맞추기 바랐던 공화당원, 백악관 참모 일부까지 실망시켰다고 전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 측근이 연설에 대해 평가하며 창피함에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는 이모티콘을 표시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중반 이후에 비로소 선거 관련 언급을 시작해, 알사예드를 근거 없이 비방하고 민주당의 알래스카주 동명이인 후보 동원 의혹 등을 강조했다.

▲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워싱턴DC 링컨기념관 앞 반사연못에서 연설하고 있다. ⓒ UPI=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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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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