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 가는 시기임에도 낮에는 반팔 차림이 자연스러울 만큼 최근까지 더위가 이어졌다. 그러더니 가을을 건너뛴 것처럼 갑작스러운 추위가 찾아왔다. 해마다 여름은 더욱 길고 뜨거워진다. 바다 생물들에게도 지구는 점차 더욱 뜨거워지는 중이다. 지난달 28일 오전 부산 북항 친수공원 인근 수로에서 발견되어 연신 화제를 모았던 상어 ‘부캉이’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부캉이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지정된 9가지 위기(EN)종인 흑상어로 확인되었다. 흑상어는 주로 수온 18~26도의 따뜻한 바다를 선호하며 장거리를 이동하는 특성이 있다. 부캉이 역시 계절적 수온 변화나 해류의 흐름을 따라 연안으로 바짝 접근했다가, 만조 때 바닷물이 밀려들며 수로 안쪽까지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해역, 특히 동해와 남해 연안의 표층 수온은 지난 50여 년간 세계 평균 상승 폭의 2배가 넘을 정도로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본래 태평양이나 인도양 등 열대·아열대 해역에 주로 서식하는 흑상어 같은 아열대성 대형 상어류가 남해와 동해의 난류를 타고 북상하는 빈도가 매년 늘어나는 이유다.
부캉이의 출몰은 단순히 길을 잃은 희귀 상어 한 마리의 여정이 아니다. 이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한반도 바다 생태계가 빠르게 아열대화되고 있다는 명확한 기후 경고 신호이자, 서식지를 잃고 밀려난 생태적 난민의 등장이다.
그러나 초기 정부의 대응은 한가했다. 지방정부와 언론은 이를 생태적 재난의 신호로 읽기보다 도심 수로에 나타난 신기한 구경거리 정도로 가볍게 소비했다. 수로 주변으로 시민들이 몰려들어 구경하는 동안, 당국은 명확한 안전 대책이나 구출 매뉴얼 없이 상황을 관망했다. 부캉이가 수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장기간 갇히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이어지고 나서야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행정의 안일함을 그대로 드러낸다.
바다의 아열대화는 해양 생태계의 구조적 균형을 깨뜨리고, 그 여파는 인간 사회로까지 확장된다. 공격성이 높은 상어의 출몰이 잦아지면 해수욕객과 해녀, 어민들의 안전이 당장 위협받는다. 그뿐만이 아니다. 바다온도가 올라가면 바닷가 인근에 해파리가 늘어난다. 맹독성 해파리를 비롯한 독성 생물들이 해변으로 몰려들어 쏘임 사고와 입수 통제를 유발하고, 수온 상승에 따른 바다 사막화(백화현상)로 해조류가 사라진 자리를 석회조류가 덮는 갯녹음 현상도 가속화된다. 바다 생태계의 기초인 어종 구조가 급변하면서 수산업 전반도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부산시는 뒤늦게 부캉이를 생태계 문제로 보고 워터펌프 물줄기로 유도하고 차단 그물로 밀어내는 등 구조 작업에 나섰다. 어렵사리 수로 밖으로 유도해 냈으나 부캉이가 다시 연안 수로 안쪽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했고, 설상가상으로 부캉이가 떠돌던 북항 인근 해상에서 기름 유출 사고까지 터졌다. 긴급 방제선이 들어서고 기름막이 번지자 부캉이는 자취를 감추었다. 안전하게 바다로 돌려보내려던 당국의 시도들은 악재가 겹치며 커다란 난항에 봉착했고, 부캉이의 생사조차 불투명한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 몰렸다.
최근 인공수로를 벗어난 부캉이가 부산한 국제여객터미널 인근 항만에서 헤엄치는 모습이 확인되어 다행이지만, 수로 밖으로 나간 뒤에도 차단막 주변을 맴돌며 되돌아오기를 반복하는 모습은 급변한 환경과 인공 구조물 속에서 부캉이가 겪는 생태적 혼란을 여실히 보여준다. 점차 뜨거워지는 바다 속에서, 그리고 차가워지는 계절의 길목에서 부캉이가 앞으로 무사히 잘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 우리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다만 당장의 위기를 피했을 뿐, 수온이 더 올라 상어류의 연안 유입이 더 자주 반복될 때마다 매번 이런 식의 늦장 유도 작업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바다의 수온 상승은 육지의 기온 상승과 직결되며, 결국 폭염과 기후재난의 형태로 우리의 일상을 위협한다. 유엔(UN)이 경고했듯이, 우리는 이제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를 넘어 '끓는 지구'(Global Boiling)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기후위기는 폭염과 재난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사회적 약자와 말 없는 생명들에게 더욱 가혹하게 다가온다.
기후위기가 생존의 불평등을 가속하는 지금, 현장 곳곳에서도 존엄을 향한 외침이 분출하고 있다. 폭염과 한파, 기후재난의 피해가 사회적 약자에게 집중되듯 생존의 불평등은 우리 사회 가장 취약한 곳부터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동물, 빈민, 이주민, 성소수자, 홈리스 등 소수자들의 삶이 생존의 바깥으로 밀려나고 있다. 지난 10월 17일 단 하루만 해도 빈곤철폐투쟁대회,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 홀로 갇힌 흰고래(벨루가) '벨라'의 해방을 촉구하는 집회, 인천퀴어문화축제, 경기차별철폐대행진 등 수많은 집회가 열렸다. 기후위기부터 차별과 혐오에 이르기까지, 무더위와 불평등을 피할 겨를도 없이 온몸으로 감내해야 하는 존재들을 떠올려야 할 때다.
지구가 끝없이 뜨거워지는 지금, 인류는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제는 개개인의 소소한 실천이나 이슈가 터진 뒤 뒷북을 치는 임시방편식 행정을 넘어, 신속한 기후 적응 대책과 해양 안전 시스템을 마련할 정부의 제도적 결단이 필요하다. 희귀한 멸종위기 상어가 나타났다며 신기해하거나 SNS 영상 콘텐츠를 퍼나르는 데 열을 올릴 때가 아니다. 부캉이가 온몸으로 전했던 위험 신호를 똑똑히 읽어내고, 근본적인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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