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뇌출혈로 숨졌다는 소문이 해외 소셜미디어를 타고 번졌다. 시신이 비밀리에 북한으로 옮겨졌다거나 여동생 김여정이 권력을 쥐었다는 이야기까지 덧붙었다. 북한 매체는 이튿날 그가 평양의 한 전시회를 둘러봤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의 신변 이상설은 2014년과 2020년에도 돌았고, 그때마다 그는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사망설이 돌 때마다 언론과 금융시장은 크게 술렁인다. 하지만 지도자의 건강은 북한이 가장 깊이 감추는 비밀이어서 바깥에서 진위를 가릴 방법은 사실상 없다. 확인할 수 없는 소문을 쫓는 대신 눈여겨볼 곳이 있다. 북한 장마당의 달러 환율과 쌀값이다.
북한 정부가 정한 공식 환율은 1달러에 100원 남짓이지만, 이 값에 달러를 사고파는 사람은 없다. 주민과 상인들은 시장의 환전상을 통해 실제 시세로 달러를 바꾼다. 수입품 가격은 이 시세를 따라 움직이고, 수입 곡물 가격이 오르면 쌀값도 함께 오른다. <데일리NK>와 <아시아프레스> 같은 북한 전문매체가 내부 소식통을 통해 평양, 신의주, 혜산 등지의 시세를 한 달에 한두 번씩 조사해 공개한다. 북한 경제의 움직임을 이보다 빨리 보여주는 자료는 없다.
이 숫자들은 북한 안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질 때마다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2020년 가을 당국이 외화 사용을 사실상 전면 금지하자, 겁먹은 주민들이 달러를 내다 팔면서 달러 환율은 11월 6,400원대까지 떨어졌다.
2024년 4월 국가 환전소 밖의 환전을 범죄로 규정하자 이번에는 달러가 자취를 감췄고, 8,900원대이던 달러 환율은 두 달 만에 1만 2,000원을 넘었다. 그해 말 화폐개혁 소문이 돌았을 때는 2주 만에 17% 넘게 뛰었다. 2009년 화폐개혁으로 모아둔 돈을 날려본 주민들이 북한 돈을 버리고 달러로 몰려간 것이다.
바깥의 소문은 사정이 다르다. 2020년 4월 김정은이 심혈관 시술 뒤 위독하다는 보도로 세계가 떠들썩했을 때, 북한 안에서는 이를 아는 사람이 드물었다. 당시 아시아프레스와 인터뷰한 함경북도의 한 노동당원은 수술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며 거리 분위기도 그대로라고 했다.
장마당 시세도 평소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4월 내내 달러는 7,000원대 중반에서 8,000원대 중반, 쌀값은 1kg에 4,000~5,000원대를 오갔고, 5월에는 각각 8,200원대와 4,300~4,400원대에서 자리를 잡았다. 소문이 북한 안에 닿지 않았으니, 시장이 움직일 이유도 없다.
사망설과는 상관없이, 장마당 시세는 이미 2년 넘게 그 어느 때보다 크게 흔들려 왔다. 10년 가까이 8,000원 안팎에 머물던 달러 환율은 2024년 초 8,500원 수준에서 올해 2분기 평균 6만 8,000원대로 뛰었다. 2년여 만에 8배다. 쌀값도 1kg에 5,000원대에서 3분기 4만 원대로 올랐다. 1,000원 하던 라면이 2년 만에 8,000원이 된 셈이다.
이상한 것은 같은 기간 북한 정권의 주머니 사정은 오히려 나아졌다는 점이다. 북한은 러시아에 무기를 팔고 군대를 보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그 대가가 110억 달러 안팎으로 북한 국내총생산의 절반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제재 탓에 상당 부분은 앞으로 받을 돈이고 일부는 암호화폐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권의 외화 사정이 크게 나아진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도 시장에서는 달러가 점점 귀해졌다.
원인은 두 가지다. 먼저 정부가 돈을 너무 많이 풀었다. 북한은 2023년 말부터 노동자 월급을 평균 20배 올리고 지방마다 공장을 짓는 사업을 벌였다. 생산은 그대로인데 돈만 늘었으니, 돈의 값어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 큰 원인은 정부가 번 달러가 시장으로 흘러나오지 않는다는 데 있다. 국가 환전소는 주민에게서 달러를 사들이기만 할 뿐 내다 팔지는 않았고, 환전소 가격은 1달러에 8,900원으로 묶여 있었다. 2024년 가을 시장 시세는 이미 그 두 배 가까이 올라 있었고, 시세의 절반 값에 달러를 내놓을 사람은 없었다. 달러는 집 안 깊숙이 숨었고, 단속이 심해질수록 달러 환율은 더 올랐다.
정리하면 지금의 폭등은 김정은의 건강과는 무관하게 2년 넘게 이어져 온 경제 문제다. 그래서 시세가 높다는 사실 자체가 북한 정세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의미가 있는 것은 그간의 흐름에서 갑자기 이탈하는 움직임이다.
최고지도자의 유고는 북한 주민 모두의 삶을 뒤흔들 사건이다. 권력 공백이 실제로 감지된다면 앞날을 걱정하는 주민과 상인들은 쌀을 사재고 북한 돈을 서둘러 처분하려 할 것이고, 그 불안은 관영매체의 발표보다 쌀값과 환율에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시세가 평소의 흐름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북한 내부가 조용하다는 뜻으로 읽어도 좋다. 사망설이 돌기 직전까지 장마당 시세는 최근 몇 달의 범위 안에서 움직였다. 사망설 이후의 시세는 이달 하순 조사에서 처음 드러난다. 뜬구름 잡는 사망설보다 장마당의 환율과 물가를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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