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정치화, 극우 종말론적 파시즘으로 갈 수 있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메타', 선거 앞둔 브라질과 대선에서 무슨 짓 하고 있나

오는 25일로 다가온 결선투표를 앞두고 브라질 대선 여론전이 치열하다. 1차 선거 결과 현 대통령 룰라가 감옥에 간 아버지 극우 보울소나루의 아들에게 패배했지만, 격차가 크지 않아 선거 운동 양상이 매우 날카로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뜻밖에 브라질 대선에 튀어나온 뜨거운 쟁점 가운데 하나가 바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글로벌 유력 SNS를 운영하는 실리콘밸리 기업 '메타'다.

사정은 이렇다. 선거 1차 투표 결과가 나온 지 닷새 뒤, 룰라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은 거의 24시간 동안 제대로 작동할 수 없었던 반면 경쟁 상대의 계정은 멀쩡했다. 이후 자신의 콘텐츠가 삭제되거나 노출 범위가 제한되었다고 주장하는 룰라 지지자들의 제보가 브라질 소셜 미디어를 뒤덮었다.

극히 민감한 선거에서 메타는 무슨 짓을 한 것일까? 물론 메타는 단지 '기술적 문제'가 있었을 뿐 어떤 의도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브라질 선거법원은 명백한 증거를 확인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메타에 대해 대선 후보에게 '불평등한 대우'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령했다. 한편, 메타가 사실 보울소나루 가문과 전부터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브라질 선거에 개입하려는 트럼프를 대신해 지금 룰라에게 불리하게 조작하는 걸로 룰라 지지자들은 믿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지가 보도했다.

그런데 이런 이슈는 남미의 브라질에 그치지 않는다.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 직후인 11월 3일로 예정된 미국의 중간선거를 앞두고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대규모 트럼프 반대 시위를 벌이기로 한 10월 17일, '왕은 필요없다(No Kings)' 단체의 메타 계정이 약 1시간 반 동안 접근이 차단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번에도 메타는 사기 방지 시스템이 트래픽을 잘못 탐지한 '기술적 실수'라고 변명했다. 그러나 이 단체는 메타에 강력히 항의하는 한편, 지지자들에게 플랫폼에만 의존하여 커뮤니티를 구축하면 '우리의 조직 능력이 억만장자들의 결정에 좌우'된다면서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자고 호소했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매우 의심쩍은 이 두 사건의 실체는 뭘까? 결론부터 말하면 명확히 실체를 밝히는 게 쉽지 않다. 현재의 제도상 메타의 내부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주체는 오직 메타 뿐이고, 감시 기관을 통한 실질적인 외부 감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멀리 보면, 2015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발생했던 대규모 페이스북 정보 유출 사건인 케임브리지 애널래티카 사건 이후 비슷한 유형의 혐의들은 쉬지 않고 반복적으로 나타났는데, 이번 브라질과 미국 선거는 그 연장선이자 가장 노골적인 형태였다.

브라질 선거 못지않게 치열한 트럼프 공화당의 패색이 짙은 미국 중간선거에서 논쟁이 되는 것은 메타뿐만이 아니다. 공화당의 승리를 위해 가장 분주히 움직이는 인물은, 트럼프 2기에서 활발한 정치적 인사로 부상한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다.

일론 머스크는 이번 중간선거에서 가장 큰 단일 기부자로 등극했는데, 공화당을 위해 쓴 이번 선거 운동 자금이 무려 3억 6600만 달러였고, 그 가운데 최근 3개월 동안 투입한 돈이 2억 7600만 달러였다. 원로 경제학자 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는 지난 10월 15일 서브 스택에 게시한 글을 통해, 일론 머스크가 부패한 공화당 의원을 지원하기 위해 자금을 뿌리는 것은 물론, X에서 2억 4200만 명의 팔로워들에게 민주당 경쟁 후보에 대한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등 선거 운동 개입이 도를 넘었다고 비난했다.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나 일론 머스크로 대표되는 실리콘밸리와 디지털 빅테크는 사실 오랫동안 민주주의와 자유, 다양성과 이민의 장려, 저항과 혁신의 상징이었다. 이들이 트럼프나 보울소나루와 같은 백인 우월주의자나 배타적 민족주의자, 국수적 보수주의자들과 긴밀하게 움직일 거라고 상상하는 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쉽지 않았다.

더욱이 정치적으로도 실리콘밸리가 들어선 샌프란시스코와 캘리포니아주는 더 할 수 없이 탄탄한 민주당 텃밭 아니었나? 비록 1990년대와 2000년대에 공화당 출신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나오긴 했지만, 1992년부터 지금까지 대통령 선거에서 언제나 민주당이 선거인단을 독식했으며, 샌프란시스코 시장 자리도 마찬가지였다.

당연하게도 트럼프 정부와 같은 극우 정치는, 실리콘밸리와 무관한 티파티 운동에 뿌리를 두고, 한편으로 이는 정체성과 접합하거나 이민자를 배척하는 국수주의와 연결되고, 다른 편으로는 종교적 근본주의와 혼합한 MAGA 세력에 기원을 둔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상식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트럼프 2기부터 이런 통념은 현실과 맞지 않게 되었다. 실리콘밸리가 극우에 전격적으로 가세하면서 경제와 정치, 군사와 외교의 양상이 새로운 양상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에게 익숙한 실리콘밸리 이념과 문화는 좌파적 성향의 '1960년대 히피 문화'와 우파적인 기업가들의 '자유 지상주의'가 모순적으로 합쳐져 형성된 것인데 이를 '캘리포니아 이데올로기'라도 부른다. 그런데 199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30년을 거치는 동안, 이 경향은 여전히 '혁신'과 '기술 지상주의'라는 외피를 두르면서 이어지긴 했으나, 내부적으로 기술 산업의 반문화적 뿌리는 점점 사라지면서, 몇 안 되는 눈에 띄는 잔재들은 대개 표면적인 것들—편안한 복장 규정, 비정형적인 업무 공간, 유행어, 그리고 '악하지 말라(don't be evil)'나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와 같은 겉보기에는 전복적인 기업 모토—에 그치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이 최근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사이 2009년 "나는 더 이상 자유와 민주주의가 함께 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는 유명한 선언을 통해 민주주의를 일찌감치 대놓고 거부하고, 2016년 트럼프 선거 운동 대열에 합류한 피터 틸(Peter Theil)을 중심으로, '어둠의 계몽주의(Dark Enlightenment)'를 퍼뜨리며 극단적 우익 사상을 실리콘밸리에 전파한 커티스 야빈(Curtis Yarvin) 등 다양한 인물들이 극우 사상을 확산한다.

특히 실리콘밸리와 트럼프 정부가 2기가 전격 결합하는 데 부통령인 JD 밴스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런데 밴스는 실리콘밸리 극우의 대부인 피터 틸의 거울과 같은 존재다. 이에 대해 저널리스 길 듀란은 이렇게 압축했다.

그리고 트럼프 정부 2기가 시작된 2025년부터 전통적 극우와 실리콘밸리가 공개적으로 한몸 이 되었음을 선언한 이벤트가 있었다. 한파로 인해 좌석이 약 600~800석으로 제한된 의회 의사당 로툰다에서 열린 2025년 1월 20일 취임식에서, 빅테크 수장들은 내각 관료들을 제치고 트럼프 가족 바로 뒷좌석에 나란히 앉은 것이다. 거기에는 일론 머스크는 물론,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과 순다르 피차이, 애플의 팀 쿡 등 실리콘밸리 유력 빅테크 CEO나 창업자들이었다.

위 맥락을 진지하게 되짚어보면, 최근 메타나 일론 머스크가 브라질과 미국 선거에 자신들의 막대한 기술적, 재정적 수단을 동원해 트럼프나 보울소나루를 지원하는 현상이 전혀 이례적으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제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와 같은 현대의 극우를 '테크노파시즘'이라고 새롭게 정의하기 시작했다.

벨기에 기술철학자 마크 쾨켈버그 (Mark Coeckelbergh)는 테크노파시즘을 이렇게 규정했다.

한편, 저널리스트 나오미 클라인과 아스트라 테일러는 트럼프 정부가 종교 근본주의자와 민족주의자, 그리고 여기에 더해 실리콘밸리 빅테크라고 하는 세 번째 세력을 합류시킴으로써, '프랑켄슈타인처럼 기괴한 연합'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이 세 세력이 합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의 파괴를 적극적으로 앞당기면서 자신들만의 세상을 구축하려 한다면서 이를 '종말론적 파시즘(End Times Fascism)'이라고 명명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부와 경제 권력에 더해, 최첨단 AI 기술까지 장악하고 있는 실리콘밸리가 극우 세력에 합류했다는 사실은 앞으로 엄청난 정치 사회적 파급 효과가 있을 전망이다. 특히 기술낙관주의가 극심한 한국 사회 환경에서, AI 기술 추종자들이 극우와 결합하면 한국 정치에 미치는 파급력은 그 어느 나라보다 강력할지 모른다. 첨단 기술과 혁신이라는 허울을 벗고 AI를 앞세우며 극우 정치의 전면에 부상한 테크파시즘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 브라질 대선 후보인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의원(왼쪽)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현직 대통령(오른쪽).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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