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러 밀착 속 제2의 우크라이나 될 것인가

[기고] 유라시아의 심장지대가 다시 뛴다

러우 전쟁과 중동 지역의 무력 충돌로 국제질서가 대혼란과 대격변의 시기에 접어들었다. 기존의 세계화가 재편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가운데, 하나의 글로벌 공급망을 미중이 억지로 나누려는 시도에 세계 경제는 몸살을 앓고 있으며, 화해와 공영을 추구하던 국제질서는 이념과 안보를 이유로 대치하는 쪽과 국익을 우선하여 중립적 위치에 머무는 국가들로 나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전략가 즈비그뉴 브레진스키(Zbigniew Brzezinski)는 그의 저서 <거대한 체스판>(The Grand Chessboard, 1997)에서 소련의 붕괴를 조직화된 유라시아 심장지대의 와해로 해석하였다. 그는 소련 해체 이후 모스크바는 구소련 영토 회복 시도를 멈추지 않을 것이며, 우크라이나 지역은 러시아와 서방의 충돌 요인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방중(訪中) 길을 열었던 외교 전략가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는 그때와 반대로 미국이 러시아와 관계를 개선하여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6년 12월 트럼프 당선인에게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을 사실상 인정하는 방안을 포함한 미·러 관계 개선을 조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구상에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인정, 러시아 군대의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철수와 반군 지원 중단, 서방의 대러 제재 완화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으로 해석되었다.

러우 전쟁은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결속을 한층 더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러한 흐름은 미국의 대러 전략이 변하지 않는 한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미국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반패권주의 성향의 연대가 더욱 공고해졌다.

러시아를 고립시키고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려는 미국의 전략은 결과적으로 중러 연대를 더욱 강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러시아와 중국은 에너지, 경제 발전, 군사안보, 탈달러화에 이르기까지 상호보완적 협력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존 미어샤이머(John J. Mearsheimer) 시카고대 교수는 그의 저서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The Tragedy of Great Power Politics)에서 '중국은 평화롭게 부상할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미국의 최대 적은 러시아가 아니라 중국이며, 중국을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근본적 책임이 나토의 동진으로 오랫동안 러시아를 자극한 미국과 서방에 있으며 푸틴 대통령이 이에 대응하여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가능성을 경고해 왔다. 그는 심각한 위협이 되는 국가는 러시아가 아니라 중국이며,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서 러시아를 협력자로 두고 인도, 러시아, 미국이 협력하여 중국을 봉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러우 전쟁에 대해서는 미국, 러시아, 나토, 우크라이나 어느 쪽도 전쟁에 지는 것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쟁이 낮은 강도로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우크라이나의 중립국 선언으로 이 상황이 정리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오히려 러우 전쟁을 계기로 전략적 이익을 구조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러우 전쟁에서 한발 물러나 평화의 중재자를 자처하면서 러시아와의 에너지 협력을 늘려 러시아의 대중 경제의존도를 높이고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계기로 삼았다.

중국은 미중 패권경쟁 속에서 중국의 꿈을 이뤄가기 위해 에너지를 공급해 주고 미국에 함께 대항할 러시아가 필요하다. 러시아는 안보적 완충지를 확보하고 구소련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서방의 경제 제재를 무력화하기 위해 중국과 전략적 협력을 이어가야 한다.

양국은 미국의 간섭이 배제된 자국 중심의 국제질서를 지향하며, 유라시아 국가들이 스스로 안보를 책임지는 지역 안보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항미적 성격의 중러 연대를 확대·강화해 나갈 것이다.

국익을 우선하며 중립적 위치에 있는 국가들은 중국, 러시아와도 협력의 가능성을 충분히 열어놓을 것이고, 이에 국제 사회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완전 봉쇄나 고립은 실현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세계 전략 변화가 수반되지 않는 한 중러 연대의 강화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다. 현재 중국과 러시아는 사실상 분리되기 어려운 한 몸처럼 작동하고 있고, 양국의 리더십은 오랜 친분과 신뢰를 바탕으로 국제적 이슈뿐만 아니라 국내적 통치 체제에도 상당 부분 동일한 지향점을 추구하고 있으며 미국과의 대결을 위해 상대국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상호 인식하고 있다.

중러 연대 강화는 유라시아 심장지대가 다시 조직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한반도에 결코 가벼운 변화가 아니다. 유라시아 내륙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결속이 강화될수록 한반도 주변의 세력 구도 역시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러우 전쟁은 약소국 또는 중견국이 강대국 경쟁의 압력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냉혹한 사례이다. 우크라이나의 선택이 지금의 전쟁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우크라이나는 자국에 집중된 강대국 간 경쟁의 압력을 분산시키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충분히 기울이지 못했고, 러시아와의 완전한 단절과 서방으로의 편입이 우크라이나 안보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우크라이나의 사례는 단순히 먼 나라의 비극이 아니다. 강대국과의 적대적 관계 형성이나 협력 단절은 해당 국가의 부정적 영향력이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은 여러 강대국과 협력적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강대국 간 경쟁이 한반도에서 직접 충돌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따라서 한국의 선택은 매우 중요하다. 지금의 변화를 직시하고, 국익 우선의 실용외교와 자강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 한국은 기술강국, 외교강국, 문화강국을 중심으로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여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 지난 5월 20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인민대회당에서 양자 회담을 마친 뒤 공동 문서에 서명하고 있다. ⓒ타스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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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덕

최재덕교수는 성균관대학교 중문과를 졸업하고 중국 베이징대학에서 박사학위(한중관계)를 받았고 모스크바국립대학 국제관계 박사후과정을 거쳤습니다. 이후 연세대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전문위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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