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를 만드는 동안 바다는 뜨거워졌다

[초록發光] '부캉이'가 찾아온 부산의 바다, 과연 안녕한가

부산에 살고 있다. 요즘 부산에서 가장 유명한 존재를 하나 꼽으라면 아마 '부캉이'가 아닐까 싶다. 얼마 전 토론회 참석차 대구에 갔을 때 만난 사람들도, 여기저기서 문자를 보내온 친구들도 하나같이 "부캉이 봤냐?"고 물었다. 지난 9월 18일 부산 북항 친수공원 인공수로에 몸길이 약 3.5미터의 상어 한 마리가 나타났다. 무태상어로 추정되는 이 상어에게 시민들은 '부캉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부캉이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부캉이가 발견된 뒤 북항 친수공원을 찾은 누적 방문객은 약 63만 명에 달했고, 추석 연휴 나흘 동안에만 50만 명 가까운 인파가 몰렸다. 부산시는 급기야 부캉이를 명예홍보대사로 위촉했다.

수일이 지나도 부캉이는 좀처럼 수로를 빠져나가지 못했다. 9월 29일 부산시와 국립수산과학원 등이 선박과 워터펌프까지 동원해 바다로 돌려보내려 했지만 실패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10월 2일, 두 번째 '귀향 작전'이 벌어지고 있다. 언론사들은 그 과정을 라이브로 생중계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10월 2일 '부캉이' 라이브 뉴스 채널 갈무리. ⓒKNN유튜브채널

상어는 어쩌다 부산 북항까지 들어온 걸까. 전문가들은 수온과 먹이, 해류, 무태상어의 행동 특성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부캉이의 출현을 기후변화와 곧바로 연결할 수는 없지만, 최근 상어 출현이 늘어나는 배경에는 달라진 바다의 환경이 있다. 올해 4~6월 동해안에서 확인된 대형 상어류는 46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12건보다 3.8배 늘었다. 당시 동해안의 평균 표층 수온은 평년보다 1.1도 높았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수온 상승과 함께 고등어·참다랑어 같은 난류성 먹이원의 분포가 동해안으로 확대된 것을 대형 상어 출현 증가의 배경으로 보고 있다. 8월 말까지 동해안에서 확인된 대형 상어 혼획도 73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29건의 2.5배에 달했다.

기상청의 지난 8월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2016~2025년)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평균 해수면 온도는 18.1도로 평년(1991~2020년)보다 0.7도 높았다. 같은 기간 전 지구 해수면 온도의 평년 대비 상승폭인 0.3도의 두 배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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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뜨거운 날도 크게 늘었다. 일일 해수면 온도가 평년의 상위 10%에 해당하는 상태로 5일 이상 지속되는 '해양 열파', 이른바 '바다 폭염'은 최근 10년 동안 우리 바다에서 연평균 83.3일 발생했다. 평년 22.6일의 3.7배다. 특히 동해의 변화가 가파르다.

▲기상청 홈페이지 보도자료 화면 갈무리. ⓒ기상청

한국 바다의 온난화 속도가 유난히 빠르지만, 전 세계 바다 역시 기록적인 고온을 이어가고 있다. 유럽연합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22일 극지방을 제외한 전 세계 해양의 일평균 해수면 온도는 21.1도를 기록해 2024년 3월의 종전 최고 기록 21.09도를 넘어섰다. 통상 전 세계 해수면 온도는 남반구의 여름이 끝나는 3~4월에 가장 높아지는데, 올해는 8월에 기존 최고 기록을 넘어섰다는 점에서도 최근의 이례적인 해양 고온을 확인할 수 있다.

왜 바다가 이렇게 뜨거워지고 있을까.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로 지구에 추가로 갇힌 열의 대부분을 바다가 흡수해 왔기 때문이다. 우리가 만들어 낸 열의 상당 부분은 결국 바다로 향한다. 바다는 기후 위기의 거대한 완충장치였지만, 그로 인해 바다 생태계는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바다로 열을 보내는 훨씬 직접적인 통로도 있다. 바로 발전소다.

핵발전소와 석탄·LNG 발전소는 모두 열로 물을 끓여 증기를 만들고 터빈을 돌리는 '열 발전'이다. 전기로 전환되지 못한 열은 폐열로 남는다. 해안에 있는 발전소들은 막대한 양의 바닷물을 냉각수로 끌어들여 이 열을 식힌 뒤, 데워진 물을 다시 바다로 내보낸다. 바로 '온배수'다. 2019~2025년 한국수력원자력과 5개 발전공기업이 바다로 배출한 온배수는 약 3978억 톤에 이른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인 약 2001억 톤이 한국수력원자력에서 나왔다. 이렇게 발전소에서 사용된 냉각수는 자연 해수보다 평균 약 7℃ 높은 상태로 다시 바다로 흘러든다.

일본의 원자력공학자 고이데 히로아키는 그의 저서 《은폐된 원자력 핵의 진실―원자력 전문가가 원자력을 반대하는 이유》에서 원자력 연구를 시작할 당시 도쿄대 조교수였던 미토 이와오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고 회고한다.

핵발전소의 안전한 운전을 위해 설정한 냉각수의 최고 온도인 '설계해수 온도'라는 것이 있다. 해수 온도가 이 기준을 넘으면 정해진 시간 안에 원자로를 정지하고 냉각하는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 한수원이 2025년 8월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보고한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 온도 상승 관련 대응현황 및 향후계획'을 보면, 신월성 1·2호기는 2030년, 한빛 3·4호기는 2031년, 한빛 1·2·5·6호기는 2034년에 설계해수 온도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부산에 있는 고리2호기의 설계해수 온도는 36.1도인데 한수원은 2023년 평가에서 이 온도에 도달하는 시점을 2076년으로 예상했지만, 2024년 평가에서는 2050년으로 26년이나 앞당겼다. 고리3·4호기 역시 2059년에서 2045년으로 당겨졌다.

문제는 핵발전소의 설계해수 온도가 여러 차례 상향됐다는 점이다. 고리3·4호기는 2001년 27.8도에서 33.3도로, 고리2호기는 2005년 기존보다 8.3도 높게 조정됐다. 새울1·2호기(당시 신고리3·4호기)도 2022년 31.6도에서 34.9도로 상향됐다. 바다가 계속 뜨거워지면서 애초 핵발전소를 설계할 때 예상했던 범위에 너무 빠르게 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전소의 가동으로 온배수가 발생하고 그로 인해 뜨거워진 바다는 다시 발전소의 냉각과 가동에 영향을 미치는 참 역설적인 풍경이다. 이뿐만 아니라 발전소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액체·기체 방사성물질도 바다를 위협한다.

▲부캉이 열풍이 부는 가운데 녹색당은 '상어는 경고하려고 왔다'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상어 출현을 새로운 볼거리나 '상어 특수'로 소비할 것이 아니라, 기후변화로 빠르게 달라지는 바다의 신호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녹색당

전재수 부산시장이 SNS를 통해 부캉이에게 긴 작별인사를 남겼다. 부캉이가 "해양수도 부산을 응원하러 온 상징"이라면서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 낸 기후변화가 너를 북항으로 부른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없지 않다"고 했다.

정말 부캉이에게 미안한 마음이라면, 이제는 그가 살아갈 바다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물어야 하지 않을까. 부산과 울산에는 여러 기의 핵발전소가 밀집해 있고 노후 핵발전소의 수명연장이 추진되고 있다. 이에 더해 작은 핵발전소인 SMR을 추가로 건설하겠다고 하고 최근에는 고리1호기 해체 부지에 데이터센터를 짓자는 제안까지 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부산의 바다를 매립해 생명을 파괴하고 기후위기를 가속할 가덕도신공항도 추진되고 있다.

바다는 도시의 멋진 배경이기 전에 수많은 생명이 살아가는 터전이고,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삶과 생계를 지탱해 온 곳이다. 부캉이를 '해양수도 부산의 상징'으로 기억하고 싶다면 그가 돌아가 살아갈 바다를 핵발전소와 데이터센터의 냉각수로 여기거나, 개발을 위해 메워도 되는 공간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그 바다를 더 뜨겁게, 더 위험하게 만들지 않는 것. 그것이 '해양수도'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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