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15년 반,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ALPS(다핵종제거설비) 처리수의 해양방출을 시작한 지도 3년이 지났다. 시간이 흐르면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에 대한 관심도 조금씩 줄어드는 듯하다. 방류 초기에는 매회 방류가 국제뉴스가 됐지만 이제 방류는 일상적인 폐로 공정의 하나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데 방류 3년을 막 넘긴 지난 9월 3일 일본학술회의가 눈여겨볼 만한 보고서를 내놓았다.일본학술회의 총합공학위원회 원자력안전에 관한 분과회가 발표한 'ALPS 처리수의 해양방출 영향평가와 과제(ALPS処理水の海洋放出の影響評価と課題)'라는 '견해'다. 일본학술회의는 일본 과학자를 대표하는 국가 학술기관이다.
이번 문서는 방류의 방사선학적 영향만 평가한 것이 아니라 방류 결정과정, 모니터링과 시뮬레이션, 풍평피해, 사회적 신뢰, 합의 형성, 앞으로의 폐로 거버넌스까지 다루고 있다. 일본학술회의는 이 견해를 준비하면서 2026년 1월 공개 심포지엄에서 초안을 발표하고 여러 관점의 토론도 거쳤다.
보고서를 읽으며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두 개의 서로 다른 결론이었다. 하나는 현재까지 과학적으로 평가된 방사선학적 영향은 매우 작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하나는 더욱 의미심장하다. "해양방출 결정과정에서 관계 주체와의 합의 형성 프로세스는 성공했다고 말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일본학술회의, 2026, p.31). '안전'은 인정하면서 '합의의 성공'은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바로 이 간극에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의 본질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일본학술회의가 확인한 ‘안전’
먼저 보고서가 확인한 과학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볼 필요가 있다. 보고서는 ALPS 처리수의 주요 방사성핵종인 삼중수소가 해양에서 빠르게 확산되며, 연평균으로 보면 방류구에서 바다 쪽 약 5km, 연안 방향 약 30km 정도에서 자연계의 배경농도 수준으로 희석된다는 기존 평가를 '타당하다'고 판단한다.
삼중수소는 물과 비슷하게 움직이며 거의 생물농축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수산물 축적 위험도 매우 낮다고 평가한다. 삼중수소 이외 장반감기 방사성핵종 역시 ALPS 처리를 통해 규제기준 이하로 낮춘 뒤 추가 희석해 방출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후쿠시마 제1원전 앞바다 10km×10km를 대상으로 한 외부·내부 피폭선량 평가치는 연간 약 10⁻⁵mSv 수준이다. 일본의 자연방사선 피폭량 약 2.1mSv/년보다 5자릿수 낮다. IAEA 역시 방사선학적 영향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일본학술회의는 이러한 평가가 지금까지의 학술연구와 실제 모니터링 결과에 의해서도 대체로 뒷받침된다고 본다. 방류구 가까운 일부 관측점을 제외하면 해수의 삼중수소 농도 증가가 관측되지 않았고, 해산물에서 삼중수소 농축이 일어나 검출됐다는 보고도 없다고 정리한다(p.31).
이 대목은 중요하다.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자신에게 불리해 보이는 과학적 자료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시민사회가 과학적 신뢰를 얻으려면 정부나 도쿄전력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원하는 결과만 골라서는 안 된다. 현재까지의 모니터링에서 심각한 방사선학적 영향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일본학술회의 보고서의 의미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시뮬레이션은 맞았지만 '검증 완료'는 아니다
보고서는 해양확산 시뮬레이션에 대해서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방류 전에 실시한 시뮬레이션과 실제 방류 후의 모니터링 결과가 대체로 일치한다고 평가한다. 그렇다면 이제 시뮬레이션의 정확성이 완전히 검증됐다고 말해도 되는가. 일본학술회의의 대답은 그렇지 않다.
보고서는 "보다 정량적인 검증이 필요하다"고 명시한다. 어느 한 시점의 측정치를 시뮬레이션과 비교하는 '스냅숏' 방식이 아니라 일정 기간의 시간평균값을 비교해야 한다고 지적한다(일본학술회의, 2026, pp.31-32).
관측 자체에도 개선할 점이 있다. 현재 정밀 모니터링도 잦은 경우 주 1회 정도여서 실제 바닷물 농도의 시간적 변동을 충분히 포착하기 어렵다. 검출한계가 상대적으로 높아 '검출한계 미만'이라는 결과가 많아지면 평균농도를 계산하는 데에도 한계가 생긴다. 관측지점의 배치 역시 해류와 방류수의 움직임을 더욱 잘 반영하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한다(pp.26-27).
더 흥미로운 지적도 있다.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와 주변에서는 2011년 사고 이후 ALPS 처리수 방류와 별개로 삼중수소가 바다로 흘러든 사례가 있었다. 보고서는 현재도 부지 또는 주변지역에서 해양으로 유출되는 삼중수소가 있어 경우에 따라 ALPS 처리수 방류의 영향과 구별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기존 유출의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이를 시뮬레이션에도 적절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p.27). 이는 시뮬레이션이 틀렸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까지 잘 맞았다"와 "앞으로도 틀릴 수 없다"는 전혀 다른 말이다.
'불검출'과 '영향 없음' 사이
보고서는 모니터링 체계에도 개선할 점이 있다고 본다. 현재 원자력규제위원회, 경제산업성, 환경성, 수산청, 후쿠시마현, 도쿄전력 등이 각각 측정자료를 생산하고 있다. IAEA의 틀 아래분석기관 간 비교와 지정된 제3국 분석기관 전문가가 직접 해양환경 시료를 채취·분석하는 추가 모니터링도 포함됐다(pp.23-25).
문제는 자료의 양만이 아니다. 보고서는 여러 기관이 각각 측정 결과를 보고하고 있으나 자료의 종합적 평가와 시뮬레이션 결과를 비교하는 단계에는 아직 충분히 이르지 못했다고 평가한다(pp24-25). 이것은 매우 중요한 지적이다.
측정자료가 많다고 자동으로 좋은 과학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자료가 어디에서, 언제, 어떤 검출한계와 분석법으로 생산됐는지 살펴야 하고, 장기간 축적된 데이터를 서로 비교해 하나의 그림으로 만들어야 한다. 특히 방사성물질처럼 농도가 매우 낮고 시공간적으로 변하는 물질에서는 '불검출'이 곧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불검출은 해당 물질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기보다 해당 측정방법의 검출한계보다 낮았다는 의미다. 과학적으로 필요한 것은 단정이 아니라 검출한계와 불확실성을 명시하면서 장기간 자료를 축적하는 것이다.
보고서가 남겨둔 생물농축의 문제
일본학술회의는 삼중수소가 거의 생물농축되지 않는다는 기존 과학적 평가를 받아들인다. 그러나 동시에 중요한 단서도 붙인다. 후쿠시마 원전 주변에서 사고 후 계속돼 온 삼중수소 유출의 영향, 모니터링의 공간적·시간적 한계, 그리고 삼중수소 이외 핵종이 수산물에 어느 정도 농축되는지와 그 순환 메커니즘에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으므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대목은 지난 8월 27일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의 생물 농축과 건강 영향' 세미나에서 스즈키 유즈루 도쿄대 명예교수와 백도명 서울대 명예교수 등이 제기했던 문제와도 연결된다. 물론 특정 연구결과 하나로 현재의 주류 과학적 평가 전체를 뒤집어서는 안 된다.
반대로 현재까지 뚜렷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앞으로 20년, 30년의 생태계 영향을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해서도 안 된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이 일본학술회의가 말한 "파악되지 않은 위험이 존재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한 겸허한 접근"일 것이다.
그런데 어민들은 왜 끝까지 반대했나
여기서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방사선학적 영향이 이렇게 낮다면 후쿠시마 어민들은 왜 마지막까지 해양방출에 반대했을까. 이를 단순히 '과학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하면 후쿠시마 문제의 절반밖에 보지 못한다.
2015년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연합회에 처리수(오염수)와 관련해 "관계자의 이해 없이는 어떠한 처분도 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제시한 과정이 중요하다(pp.10-11). 여기서 일본어 '이해(理解)'라는 말이 법률적 의미의 '동의(consent)'와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정부와 도쿄전력 스스로 관계자의 이해를 중요한 처분 조건으로 제시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2023년 방류가 임박하자 정부는 여러 차례 어업계와 만나 안전대책과 지원책을 설명했다. 어업계에서도 정부의 설명과 지원 노력에 대한 '이해가 진전됐다'는 표현이 나왔다. 그러나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 등 어업계는 해양방출 반대 입장 자체를 철회하지 않았다.
여기에서 중요한 차이가 드러난다. 정부의 설명을 이해하는 것과 정부의 선택에 동의하는 것은 같은 것이 아니다. 폐로에 공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해하면서도 해양방출에는 반대할 수 있다. IAEA의 평가를 이해하면서도 다른 대안을 더 검토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정부의 지원책을 받아들이면서도 자신들의 바다에 방사성물질을 내보내는 정책에는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민주주의에서 '이해'는 '찬성'의 다른 말이 아니다.
일본학술회의가 인정한 '합의 형성의 실패'
이 지점에서 이번 일본학술회의 보고서는 뜻밖에 단호하다. 보고서는 적어도 현시점에서 과학적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평가한다. 그런데 같은 총론에서 곧이어 이렇게 밝힌다. "한편, 해양방출 결정과정에서 관계 주체와의 합의 형성 프로세스는 성공했다고 말할 수 없다."
그리고 앞으로 보다 농도가 높은 처리도중수를 2차 처리해 방출해야 하는 문제와 연료데브리 본격 반출의 지연 등 폐로 전체가 더욱 장기화할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설명과 더불어 신뢰를 얻을 수 있는 합의 형성으로의 전환을 요구한다(p.31).
이 문장은 이번 보고서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경단체의 성명서가 아니라 현재의 방사선학적 안전성 평가를 대체로 받아들이는 일본학술회의 원자력안전분과회가 동시에 내린 결론이다. 그렇다면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과학 대 비과학'의 구도로만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과학적 안전성과 사회적 정당성은 서로 관련돼 있지만 동일한 것이 아니다.
정부가 안전기준을 충족했다고 해서 이해관계자의 참여가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IAEA가 방사선학적 영향이 미미하다고 평가했다고 해서 어민들이 자신의 바다에 관한 결정권까지 정부에 위임했다는 뜻도 아니다.
'풍평피해'라는 말이 가리는 것
이 문제를 가장 잘 보여주는 단어가 일본에서 자주 쓰이는 '풍평피해(風評被害)'다. 풍평피해는 사실과 다른 소문이나 불안 때문에 상품의 판매량과 가격이 떨어지는 등의 경제적 피해를 의미한다. 후쿠시마에서는 실제로 심각한 문제였다.
2011년 사고 이후 후쿠시마 어민들은 시험조업과 방사능 검사를 반복하며 어렵게 수산물의 신뢰를 회복해왔다. 그런데 2023년 다시 처리수를 바다로 방출한다고 하자 수산물 이미지가 악화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실제로 일부 국가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규제도 강화됐다. 일본 정부도 이를 예상해 수산업 지원, 판로 확대, 소비촉진, 피해배상 등의 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풍평피해'라는 말에는 조심해야 할 함정이 있다. "과학적으로 안전한데 소비자가 잘못 알고 있기 때문에 피해가 발생한다"고만 생각하면 문제의 원인이 소비자의 무지나 불안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해결책도 '정확한 정보를 더 많이 알리자'는 데 집중된다.
그러나 일본학술회의의 최종 결론은 이 보다 더 나아간다. '안전성을 넘어선 과제'가 바로 신뢰였다. 보고서 p.32의 '견해 3' 제목 자체가 '안전성을 넘어선 과제: 신뢰관계의 재구축'이다.보고서는 후쿠시마사고가 과학기술에 대한 신뢰를 훼손했고, 사고 초기 정보가 혼란스럽게 전달되면서 원자력 전문가와 전문기관에 대한 불신이 생겼음을 지적한다.
따라서 정량적인 안전성 평가만 제시하는 것으로는 '사회 속의 과학', 특히 사회와의 대화라는 측면에서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일방적인 정보전달이 아니라 쌍방향 소통과 이해관계자 간 대화를 통한 신뢰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질문을 바꿔야 한다. "사람들은 왜 과학을 믿지 않는가?"가 아니라 "왜 믿을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을 만들지 못했는가?"
어민에게 바다는 '가격' 이상의 것이다
환경경제학에서는 어떤 경제활동의 비용이 의사결정자가 아닌 제3자에게 전가되는 것을 '외부비용'이라고 한다. 후쿠시마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나타났다. 해양방출을 통해 도쿄전력은 부지의 탱크를 줄이고 폐로작업에 필요한 공간을 확보한다.
그러나 그 선택에서 생기는 사회적 비용을 도쿄전력만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어민, 수산물 유통업자, 지역 상인과 관광업자가 부담한다. '후쿠시마'라는 지역 브랜드가 부담하고 일부 비용은 미래세대가 부담할 수도 있다.
어민에게 바다는 단순한 생산설비가 아니다. 어장은 수십 년 동안 축적한 경험과 생태지식이 있는 곳이고, 부모에서 자식으로 생업을 이어가는 장소이며, 지역공동체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공간이다. 따라서 "피해가 발생하면 보상하겠다"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사람에게는 피해를 보상받을 권리뿐 아니라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위험을 결정하는 과정에 참여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풍평피해를 넘어 '환경정의'의 관점에서 후쿠시마를 봐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일본학술회의 보고서는 충분한가
여기까지 보면 이번 일본학술회의 보고서는 상당히 진전된 문서다. 과학적 안전성을 평가하면서도 불확실성을 인정한다. 시뮬레이션을 받아들이면서도 추가 검증을 요구한다. 모니터링 결과를 인정하면서도 통합적인 분석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풍평피해를 단순한 오해가 아니라 신뢰 문제와 연결한다. 무엇보다 합의 형성이 성공하지 못했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이 보고서에도 몇 가지 한계가 보인다. 첫째, '과학적 안전성'의 범위가 여전히 방사선학적 선량평가에 상당 부분 의존한다. 연간 10⁻⁵mSv라는 값은 중요한 과학적 근거다. 하지만 인간의 피폭선량이 매우 낮다는 사실과 해양생태계 전체의 장기적 영향이 완전히 규명됐다는 것은 같은 명제가 아니다. 보고서 스스로도 삼중수소 이외 핵종의 생물농축과 순환 메커니즘, 장기 모니터링의 불확실성을 인정한다. 그렇다면 표현도 보다 엄밀해야 한다. '현재 국제기준에 따른 방사선학적 위험이 매우 낮다'와 '바다에 장기적인 영향이 없다'는 구별돼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왜 해양방출이어야 했는가'라는 질문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보고서는 해양방출 결정까지의 경과와 여러 처분방안의 검토과정을 소개(pp.6-11)하지만, 이미 방류가 진행되는 현시점에서 장기 육상보관 등 다른 대안과 해양방출을 비용·시간·환경위험·사회적 수용성이라는 동일한 기준으로 다시 비교하는 데까지 나아가지는 않는다. '방류를 어떻게 안전하게 관리할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앞서 '왜 이 방법을 선택했으며 다른 대안은 충분히 검토됐는가'라는 질문 역시 거버넌스의 핵심이다.
셋째, 보고서가 강조하는 '소통'과 '신뢰 회복'도 한 단계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설명을 잘하면 신뢰가 회복되는가. 정보를 더 많이 공개하면 합의가 이루어지는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어민을 단순히 '설득하고 이해를 구해야 할 이해관계자'로 볼 것이 아니라 결정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 당사자로 볼 필요가 있다. 소통의 문제에서 권리의 문제로 나아가야 한다.
누가 결정하고, 누가 위험을 감수하는가
환경정의는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 누가 위험과 비용을 부담하는가. 누가 의사결정에 참여하는가. 그리고 누구의 삶과 경험이 사회적으로 인정되는가.
후쿠시마 어민의 문제를 이 틀에서 보면 '풍평피해'라는 말 뒤에 가려졌던 것이 보인다. 어민들이 요구했던 것은 단순히 "우리 생선을 사달라"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 바다의 미래를 결정할 때 우리를 당사자로 인정하라"는 요구였다.
그렇게 보면 2015년의 약속도 다르게 보인다. "관계자의 이해 없이는 어떠한 처분도 하지 않는다." 이 말은 적어도 사회적으로는 관계자와 신뢰를 형성하고 이해를 얻는 것이 처분 과정에서 중요하다는 약속이었다.
그런데 어업계가 해양방출 반대 입장을 유지한 가운데 방류가 시작됐다. 그래서 일본학술회의가 3년 뒤 "합의 형성 프로세스는 성공했다고 말할 수 없다"고 평가한 것은 결코 가벼운 문장이 아니다.
'독립·공개' 평가기관이라는 제안
보고서가 제안한 것 가운데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앞으로 수십 년 이어질 폐로 과정에서 '독립·공개'의 평가·감시기관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한 부분이다(pp.32-33). 도쿄전력이 측정하고 정부기관이 감독하며 IAEA가 검증하는 현재 구조에 더해, 장기적으로 독립성과 투명성을 가진 기관이 전체 데이터를 평가하고 감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 걸음 더 보태고 싶다. 그 기관에는 원자력과 방사선 전문가만 참여해서는 안 된다. 해양생태학자, 수산학자, 환경역학자, 환경경제학자, 사회학자와 법률가가 참여해야 한다. 후쿠시마 어민과 지역주민, 시민사회도 참여해야 한다. 그리고 일본 국내에서 끝나서도 안 된다.
바다는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 태평양도서국의 과학자와 시민사회가 장기 모니터링과 데이터 평가에 참여하는 초국경적인 해양환경 거버넌스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일본학술회의 자신도 이 견해를 원자력안전분과회에서 작성했다. 2026년 1월에는 공개 심포지엄에서 견해안을 제시하고 다양한 전문가의 토론을 거쳤다. 따라서 보고서의 독립성 자체를 근거 없이 의심할 일은 아니다. 다만 앞으로의 평가틀은 원자력안전이라는 영역을 넘어 바다·생태계·지역경제·권리·세대 간 정의까지 포괄하는 다학제적 구조로 넓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안전과 안심 사이에 있는 것
이번 보고서에는 '안전'과 '안심'에 관한 흥미로운 논의도 담겨 있다. 과거 일본학술회의 논의에서는 '안심'을 객관적 안전과 사회적 신뢰가 결합해 형성되는 것으로 설명한 바 있다. 위험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전문가를 무조건 믿는 것이 바람직한 안심도 아니다. 충분한 정보와 관심을 가진 시민이 기관과 전문가를 신뢰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사회적 안심이 가능하다는 취지다.
후쿠시마에서 부족했던 것이 바로 이것 아닐까. 안전성을 설명하는 자료는 많았다. 그러나 시민들이 결정과정 자체를 신뢰할 수 있었는지는 다른 문제다. 그렇기에 과학적으로 안전성을 높이는 일과 민주적으로 신뢰를 만드는 일은 둘 다 필요하다. 신뢰는 홍보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신뢰는 반대할 권리까지 인정할 때 만들어진다.
일본학술회의 보고서가 우리에게 묻는 것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논쟁은 오랫동안 '안전한가, 위험한가'라는 두 개의 선택지에 갇혀 있었다. 이번 일본학술회의 보고서는 그 구도를 조금 넘어설 가능성을 보여준다. 현재까지 관측된 방사선학적 영향은 매우 작다. 그렇다고 과학적 검증이 끝난 것은 아니다.
시뮬레이션과 모니터링은 계속 개선돼야 한다. 장기적 불확실성도 추적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판단이 사회적으로 정당한 의사결정이었다는 것을 자동으로 보장하지 않는다. 이것이 이 보고서에서 우리가 읽어야 할 가장 중요한 메시지가 아닐까. 후쿠시마 어민들 입장에서 자신들이 일으키지 않은 사고의 비용을 다시 떠안지 않을 권리. 자신의 생업을 계속할 권리. 다음 세대에 어장을 물려줄 권리. 그리고 자신의 바다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에 참여할 권리말이다.
과학은 방사성물질의 농도를 측정할 수 있다. 시뮬레이션은 그것이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확산되는지 계산할 수 있다. 선량평가는 사람이 어느 정도 방사선에 노출될지를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위험을 받아들일 것인지, 그 위험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 누가 그 결정을 내릴 것인지를 과학만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 그것은 민주주의의 문제이고 권리의 문제이며 환경정의의 문제이다.
일본학술회의 보고서의 가장 중요한 문장은 어쩌면 '안전하다'는 평가가 아닐지도 모른다. "합의 형성 프로세스는 성공했다고 말할 수 없다." 그 자기성찰에서부터 새로운 질문을 시작해야 한다. 왜 합의에 실패했는가. 어민에게 '이해'란 무엇이었는가. 바다에서 살아가는 사람에게 어떤 권리가 있는가. 그리고 한 나라가 공유된 바다에 방사성물질을 수십 년간 내보내는 문제를 어디까지 한 국가의 결정과 원자력 안전의 문제로만 볼 수 있는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3년. 이제 필요한 것은 '안전하다'와 '위험하다'의 끝없는 반복만이 아니다. 안전에서 신뢰로, 신뢰에서 참여로, 참여에서 권리로, 그리고 한 국가의 관리에서 공동의 바다를 지키는 국제 거버넌스로 질문을 넓혀야 한다. 후쿠시마 어민들이 마지막까지 던졌던 질문은 여전히 우리 앞에 남아 있다. 바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지 않고, 과연 바다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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