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재정위기’의 극복을 앞세워 5465억 원을 감액해 편성한 ‘2026년 제2회 추경예산안’을 두고 도와 경기도의회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협상이 장기화되고 있다.
당초 800억 원 규모의 민생예산 복구를 요구했던 도의회는 증액 규모를 줄인 수정안을 지속적으로 제시했음에도 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두 기관 사이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자 도의회 여야는 도민의 삶을 지키는 민생예산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수정안에 대한 도의 수용을 강하게 촉구하고 나섰다.
도의회 더불어민주당은 2일 기자회견을 열고 "도민의 입장에서 바라봤을 때 반드시 지켜야 할 민생예산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재정건전성의 목적은 도민의 삶을 안정적으로 지키기 위한 것으로, 어려운 시기일수록 행정과 정치가 가장 먼저 지켜야 할 것은 도민의 일상"이라고 밝혔다.
안광률(시흥1) 민주당 대표의원은 "현재 도의회는 도의 재정이 어렵다는 사실을 부정하거나 가볍게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무분별한 예산 증액이나 모든 삭감 예산의 원상복구를 요구하는 것도 아닌, 도민의 삶과 직결되는 필수불가결한 민생예산을 중심으로 도의 감액에 대한 최소한의 복원안을 마련해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도의회는 지난달 1∼18일 열린 ‘경기도의회 제393회 임시회’를 앞두고 지난 8월 도가 총 5465억 원이 감액된 42조 2420억 원 규모로 편성해 제출한 추경안에 대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의를 진행한 뒤 ‘경기도 산후조리비 지원사업비’와 ‘경기도의료원·경기콘텐츠진흥원 인건비’ 및 ‘교통약자이동지원 사업’ 등 800억 원 규모의 민생예산 복구를 요구하는 1차 수정안을 전달했지만, 도의 수용불가 방침에 따라 협상이 결렬됐다.
이후 기존 1차 조정안에서 300억 원을 줄인 500억 원의 예산 복원을 요구하는 2차 수정안을 제시한데 이어 증액 요구 규모와 대상 사업을 조정해 제시한 320억 원대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전날(1일) 재차 400억 원대의 수정안을 도에 전달한 상태다.
안 대표의원은 "도의회와 도가 재정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과 사업의 우선순위를 판단하는 기준은 다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도는 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사실상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만 반복 중으로, 민생과 관련된 정책에 필요한 예산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도민과의 약속에 대한 신뢰의 간극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또 "재정을 바로 세우는 과정이 도민의 삶을 먼저 포기하는 과정이 돼서는 안된다"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도의회와 도 가운데 누가 이기는지를 결정하는 일이 아닌, 도민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결정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마지막까지 협의의 문을 닫지 않고, 도와 대화를 이어갈 것"이라며 "도민의 삶을 지키는 민생예산을 반드시 회복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도의회 국민의힘도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의힘은 도민의 최소한의 삶을 지키고자 민생예산의 복원을 제안하고, 도의 어려운 재정 상황을 최대한 감안해 최선의 양보와 협조의 길을 열어뒀다"며 "그럼에도 도는 단지 4개의 사업만 반영하겠다며 민생은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방성환(성남5) 국힘 대표의원은 "이처럼 추경안에 대한 심의는 도민의 삶을 옥죄는 ‘민생 난도질’과 도민의 처절한 목소리를 외면한 ‘무책임한 불통 행정’으로 인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며 "도민의 삶과 직결된 민생 필수 사업을 무참히 중단시키는 손쉬운 방식만 택하며, 공공기관과 민간 및 31개 시·군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재정위기만을 언급하며 도민의 삶과 직결된 민생예산을 일방 삭감하는 도의 행태는 도민의 절박한 목소리를 철저히 무시한 행위일 뿐만 아니라, 도민의 대표기관인 도의회의 정당한 예산 심의권을 박탈하고 의회를 한낱 집행부의 거수기로 전락시키려는 오만한 처사"라며 "추미애 지사는 지금이라도 당장 민생을 외면한 무책임한 태도에 대해 도민 앞에 사과하고, 도민 목소리를 반영해서 도의회가 엄중히 심사한 민생예산 복원안을 즉각 받아들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추미애 지사는 지난달 22일 열린 월간회의에서 "도는 심각한 재정위기 상황의 극복을 위해 5465억 원이 감액된 추경안을 편성했지만, 도의회는 오히려 예산을 증액하자고 요구 중"이라며 "결국 도의회는 지역개발기금을 가져오자는 것인데, 도의회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상환 및 이자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하며 도의회의 요구에 난색을 표시한 바 있다.
한편, 도가 제출한 추경안이 지난달 열린 제393회 임시회에서 처리되지 못한데 이어 현재도 양 기관의 합의가 마무리되지 않으면서 이달부터 여성청소년 생리용품 지원과 산후조리비 지원 등이 중단되는 등 민생사업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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