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없는 첫날' 부산, 연제는 기소·명지는 중대수사

공소청·중수청 2일 동시 출범, 부산중수청 239명으로 시작…인력·전산·기존 사건 이관 '첫 시험대'

부산에서 78년간 이어진 '검찰청' 체제가 2일 막을 내렸다. 수사와 기소를 함께 맡았던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출범하면서 부산의 형사사법 체계도 완전히 다른 길로 들어섰다.

중대범죄 수사는 강서구 명지동에서 기소와 공소유지는 연제구 거제동에서 맡는다. 하나의 조직 안에 있던 수사와 기소가 기관뿐 아니라 공간적으로도 갈라진 것이다. 공소청과 중수청은 개정 정부조직법과 공소청법 등에 따라 2일부터 공식 업무에 들어간다.

▲부산지방검찰청 전경(공소청 변경전).ⓒ프레시안(윤여욱)

기존 부산고검은 '부산광역공소청', 부산지검은 '부산지방공소청'으로 간판을 바꿨다. 공소청 검사는 직접 수사권을 내려놓고 공소 제기·유지와 영장 청구, 수사기관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 등을 맡는다. 초대 부산광역공소청장은 이종혁 전 부산고검장, 부산지방공소청장은 김남순 전 부산지검장이 맡는다.

직접수사의 상당 부분은 명지동 부산중수청으로 넘어간다. 중수청은 부패·경제·방위사업·마약·국가보호·사이버·법왜곡 등 7대 중대범죄를 담당한다. 부산 중수청은 부산·울산·경남을 관할하며 항만과 국제금융거래 등 지역 특성을 반영한 국제경제범죄 수사 기능도 갖춘다. 초대 부산중수청장에는 판사 출신 김기욱 변호사가 임용될 예정이다.

다만 새 간판을 단 것과 새 시스템이 완전히 준비된 것은 별개의 문제로 보인다.

부산 중수청은 정원 322명 가운데 239명, 74.2%로 출발한다. 전국 지방 중수청 가운데 충원율은 가장 높지만 정원의 약 4분의 1은 아직 비어 있다. 전국 중수청 역시 전체 정원 2874명 가운데 1900명, 66.1%만 확보한 채 문을 연다. 부족한 인력은 향후 경력 채용 등을 통해 추가 확보할 예정이다.

전산도 단계적으로 가동된다. 중수청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은 이날부터 사건 이첩 수신과 접수·배당 등 필수 기능을 우선 운영하고 사건 처리 등 전체 기능은 12월 초 개통할 예정이다. 명지동 부산중수청 청사도 개청을 앞두고 내부 시설과 전산·보안 설비 정비가 이어져 왔다.

부산에서 당장 체감할 변수는 기존 수사 사건이 어디로 얼마나 빨리 넘어가느냐다. 공소청 출범 전 검찰이 직접 수사하던 사건은 원칙적으로 새 수사기관으로 이관되지만 개정 형사소송법의 경과 규정에 따라 일부 사건은 시행일부터 최대 90일까지 기존 절차로 수사를 이어갈 수 있다.

또한 부산에서도 반얀트리 화재 사건 등 주요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초기 사건 정리와 이관 과정이 새 체제의 첫 실무 시험대가 된다. 지난 8월 말 기준 전국 검찰 미제사건은 16만 4822건에 달했다.

수사와 기소 분리의 취지는 한 기관에 집중됐던 권한을 나눠 상호 통제를 강화하는 데 있다. 반면 제도 시행을 앞둔 형사사법포럼 등에서는 기관 간 사건 이첩 과정에서 수사 공백이나 업무 중복이 발생할 가능성도 과제로 논의됐다.

부산에서는 2일부터 '중대수사는 명지, 기소는 연제'라는 전에 없던 형사사법체제가 현실이 됐다. 78년간 이어진 검찰청 간판은 내려갔지만 인력 충원과 전산 구축, 기존 사건 이관은 이제 시작이다. 결국 새 체제의 첫 평가는 조직 이름이나 간판이 아니라 사건이 기관 사이에서 표류하지 않고 시민이 체감할 만큼 제때 제대로 처리되느냐에서 내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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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욱

부산울산취재본부 윤여욱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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