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동학이 부안에만 머물 일인가"…'아시아·세계 민주 시민의 성지'로 도약

[기획] 부안동학, 130년의 침묵을 깨고 혁명의 중심으로 서다 ⑤

1894년 혹독한 겨울, 공주 우금티에서 기관총을 앞세운 연합군에게 패배하며 완전히 궤멸한 줄 알았던 동학농민군은 끝내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 않았다.

이선아 전북대학교 교수는 『홍재일기』 후반부의 놀라운 기록들을 분석하여, 정부군과 일본군에 무자비하게 진압된 동학군이 '영학당'과 '활빈당', '화적' 등의 형태로 산속에 숨어 은밀히 명맥을 유지하다 마침내 1905년 을사늑약을 기점으로 거대한 '항일 의병'으로 전면 전환되는 역사적 진화 과정을 명확히 규명해 냈다.

이 교수는 "초기에는 향촌의 기득권을 뺏긴 보수 유림들이 동학군을 진압하기 위해 수성군을 조직하며 맞섰지만, 일본의 국권 침탈이 노골화되고 단발령이 강제되자 기우만 등 유림 세력이 일제히 의병을 일으켰다"며 "바로 이 과정에서 관군의 탄압을 피하던 수많은 '동학 여당(잔여 세력)'들이 척왜라는 거대한 민족적 교집합 아래, 어제의 철천지원수였던 유림의 의병진으로 대거 합류하는 경이로운 역사의 반전이 일어났다"고 입증했다.

신진희 국립경국대 교수 역시 토론에서 이러한 구조적 결합의 다이내믹스에 깊이 주목했다.

신 교수는 "동학은 연원제와 포접제를 기반으로 한 인적 네트워크 조직이고, 의병은 철저히 행정구역인 군현 단위로 결성된 닫힌 조직이지만, 결국 같은 향촌 문화권 내에서 일본이라는 공공의 적을 마주하며 항일이라는 단 하나의 깃발 아래 결합하는 웅장한 역동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거들며 의병 운동사 연구의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

이처럼 다채로운 스펙트럼과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부안동학을 미래 세대를 위한 거대한 문화 자산으로 승화시키기 위한 매우 구체적인 대안도 제시되었다.

김대훈 쌘뽈여중 교사는 동학 관련 콘텐츠 선진지로 꼽히는 논산의 '동학농민혁명 계승사업회' 활동 사례를 공유하며 부안의 실천 과제를 강력히 제안했다.

▲충남 논산동학혁명예술제에서 마당극을 선보이고 있는 예술단원들. ⓒ

김 교사는 단 한 곳의 유적지 안내판도 없던 논산에서 동학농민혁명극 '소토산'을 기획하고 웹툰을 제작하며 스마트폰 QR코드를 연동한 통합 둘레길까지 성공적으로 조성한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부안 역시 핵심 주제를 설정해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을 입혀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교사는 향후 부안동학 기념사업의 구체적 방향성으로 "상생과 조화의 부안, 백산에서 혁명의 꽃이 피다!"라는 역동적인 슬로건을 제안했다.

그는 김낙철의 생명 존중 및 상생 정신과 줄포 도소의 자치 경험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는 '부안 동학농민혁명 순례길' 개발을 촉구했다.

나아가 동학농민군이 최초로 체계적인 군사 편제를 갖추고 4대 명의를 반포했던 역사의 현장 백산 일대에, 한반도를 넘어 아시아 전체 민중 연대의 상징이 될 '백산 성지 및 세계 시민 혁명의 전당'을 건립하는 일에 부안군 전체가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하게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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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홍

전북취재본부 김대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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