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이 올해 두 번째 만남을 이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진핑(习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도착한 앤드루스 합동기지로 마중을 나가기도 했는데, 미국 대통령이 이곳에서 외국 정상을 직접 영접한 것은 2015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맞이한 이후 최초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박인규 <프레시안> 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을 워싱턴 D.C로 불러 극진한 대접을 했다"며 "이제 중간선거가 한 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우크라이나 전쟁도 못 끝내고 이란 전쟁도 마무리되지 못한 상태에서 미국 내에서는 그나마 미중 관계라도 어떻게 좀 해서 점수를 따야 되는 거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한다"라고 평가했다.
박 고문은 "이번에 미중 정상회담 이후 열린 백악관 만찬에 초청된 인사들 대부분이 다 빅테크 등 미국의 내로라하는 주요 기업 인사들이었는데, 미국 기업이 중국에 가서 장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테슬라도, 애플도 중국 시장을 버릴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을 극진히 대접했는데도 미국산 대두의 관세 면제는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이미 콩 수확이 끝나서 그걸 팔아야 여당인 미국 공화당 입장에서는 표가 되는 건데,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 선거 앞두고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셈이다. 올해 11월 선전에서 열릴 에이펙 정상회의에서도 미국이 굽히고 들어가는 형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내다봤다.
정 전 장관은 "대두 판매도, 일자리 창출도 어려워지면 중간선거에서 질 가능성이 높은데, 이렇게 되면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도 줄어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국내 정치적으로 지지율도 높지 않고 시진핑에 박대 받고 있는 트럼프가 무슨 약속을 한들, 그 약속을 이행할 수 있는 힘이 국내정치적으로 있겠는가 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이 김정은의 등을 떠밀면 북미 회담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던데 북한은 중국 말을 잘 안 듣는다. 우리가 미국 말을 잘 듣는 것처럼 북한이 중국 말을 잘 들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대단한 착각"이라고 지적했다.
박 고문은 "우리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든 중동이든 어디든 연루되지 않아야 하는, 극히 유동적이고 불확실한 외부 여건을 마주하고 있다"며 "그래서 국내 정치 지도력이 중심을 끌고 가야 하는데 이재명 정부가 흔들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정 전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호르무즈 파병에 대해 확실하게 선을 그었는데, 안보실 참모들이 써준 내용을 그대로 읽은 것 같지가 않다. 안보실 참모들은 한미 관계도 있으니 파병해야 한다고 이 대통령을 계속 설득했다고 하더라"라며 "그런데 이 대통령이 파병에 대해서만큼은 이들의 말을 듣지 않은 셈이다. 이른바 '숭미'(崇美), '종미'(從美) 세력들의 가스라이팅이 통하지 않은 것"이라고 전했다.
정 전 장관은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이재명 대통령이 좀 딱하기도 하다. 참모들이 대통령 헛발질하게 하고 대통령에 적대적인 세력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비판하고, 요즘은 유시민 전 장관까지 나서서 이 대통령을 흔들고 있더라"라고 평했다.
정 전 장관은 "그런데 유시민 전 장관은 좀 쉬었으면 좋겠다. 옳은 말을 하는 것 맞는데, 좀 쉬었다가 하면 안 되나?"라며 "'호가도 삼청이면 불락(好歌三聽不樂)'이라는 옛말도 있지 않나. 아무리 좋은 노래라고 해도 세 번이나 부르고 있으면 듣는 사람이 즐겁지 않다고 했다. 유 전 장관이 정부에서 일을 해봤던 사람이고 말 잘하고 글 잘 쓰는 건 알겠는데 이렇게 하는 건 좀 소모적이다. 그러니 좀 쉬었다 다시 할 말 하시면 좋겠다"라고 조언했다.
대담은 지난 29일 진행됐다. 다음은 대담의 주요 내용이다.
박인규 : 미중 정상회담을 보면서 느낀 것은 세계 정세가 두 개의 전쟁과 한 개의 경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두 개의 전쟁은 러시아-우크라이나,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이고 하나의 경쟁은 미중 간의 AI(인공지능) 경쟁이다.
사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전쟁 모두 일어나지 않을 수 있는 전쟁이었다. 서방에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우 러시아의 안보만 잘 보장해 줬어도 러시아가 저런 행태를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지금의 유럽이 베트남 전쟁에서 미국이 패퇴한 것처럼 큰 피해를 볼 것이라는 관측을 하기도 한다. 세계 2차 대전 이후 유럽에서는 큰 전쟁이 없었는데 이번에 일어났다는 측면도 있다.
이란 전쟁의 경우 존 미어샤이머 교수는 미국이 일으킨 가장 바보 같은 전쟁이라며, 베트남전보다 더 심한 수준이라고 했다. 트럼프 정부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해 보니 이란도 이렇게 하면 될 것 같아서 지난 2월 28일 불법 무도하게 이란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를 제거했는데 40일 동안 공습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자 결국 6월 17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이런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워싱턴 D.C로 불러 극진한 대접을 해줬다. 양 정상은 지난해 10월 경주 에이펙(APEC,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계기로 만났고 올해 5월 베이징에서도 만났다. 이번이 세 번째인데 올해 11월에는 중국 선전에서 열릴 에이펙에서, 12월에는 플로리다에서 열릴 G20 정상회의에서 만남을 앞두고 있다.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1년 2개월 사이에 5번 만나는 건데, 중국에서는 이번 회담을 건설적이었다면서 자랑하고 있고 미국에서는 회담 결과가 아무것도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24시간 내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단언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고 지금 시점에서도 끝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란 전쟁의 경우 하메네이만 제거하면 이란 정권이 교체될 것이라는 잘못된 계산을 했다.
이제 중간선거는 한 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미국 내에서는 그나마 미중 관계라도 어떻게 좀 해서 점수를 따야 되는 거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한다. 이번에 미중 정상회담 이후 열린 백악관 만찬에 초청된 인사들 대부분이 다 빅테크 등 미국의 내로라하는 주요 기업 인사들이었는데, 미국 기업이 중국에 가서 장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테슬라도, 애플도 중국 시장을 버릴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면서 중국에 145%의 보복 관세를 때리며 관세 전쟁을 시작했는데 결과적으로는 패배했다. 지난해 10월 경주 미중 정상회담 당시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이 싸움에서 졌다고 규정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남한이 중국을 겨냥한 단검이라면서, 동북아 집단 방위의 전략적 중심이라고도 말했다. 이에 대해 25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대적연구원 강철수 실장이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따라 '집단방위의 결정적중심'으로 부상한 한국은 집단적 응징의 결정적 목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중국의 최고위층에서는 관계를 관리하는 것처럼 얘기를 하는데 실제로 한국 입장에서는 남북 관계가 더 어려워 지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 중동과 유럽에서 힘들어하고 있는 미국이 이번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동아시아에서만이라도 실리를 챙기려고 하는데, 군사부문에서는 한국이 아직도 미중 대결의 선봉장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정세현 : 미국이 유럽에서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배후 조정한 결과가 무엇인가? 유럽에서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국가들이 손절하는 형국이 돼버렸다. 미국이 이란 전쟁을 도와달라고 했지만 나토 국가들은 가지 않겠다고 하면서 어떻게 보면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전에 오바마, 부시 대통령 때 유럽 국가들은 감히 미국에 그렇게 하지 못했다. 심지어 2001년 9.11 테러 직후에 미국은 유럽 국가들에게 줄 똑바로 서라고 할 정도였다.
미국이 이란을 쉽게 생각했다가 늪에 빠졌는데, 쉽게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다. 중대 실수를 한 셈이다. 미국이 유럽에서는 종이호랑이가 됐고 중동에서는 늪에 빠졌고, 동북아에서는 '인도태평양전략'이라는 것을 통해 중국의 태평양 진출 막으려고 일본과 손잡았지만 만만치 않은 상황에 사실상 전략의 내용은 희미해지고 간판만 남았다. 이런 와중에 공급문제가 발생했고 미국 주요 기업들이 백악관에 가서 중국 시장 진출에 매달려야 하는 형국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공항에서 1시간 기다렸다가 시 주석을 영접하는 등 극진한 대접을 했는데도 미국산 대두(大豆, 콩)의 관세 면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미 콩 수확이 끝나서 그걸 팔아야 여당인 미국 공화당 입장에서는 표가 되는 건데,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 선거 앞두고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셈이다. 올해 11월 선전에서 열릴 에이펙 정상회의에서도 미국이 굽히고 들어가는 형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마오쩌둥이 미국을 '종이호랑이'라고 말했는데 그 때만 해도 중국은 미국 국력이 비할 바가 아니었다. 겁낼 것 없다는 공산주의 특유의 혁명적 낙관주의에 기반해 그렇게 말한 건데, 2026년 현재에는 미국이 종이호랑이가 되는 장면이 나와버리고 말았다.
올해 5월 베이징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했을 때도 이런 모습이 좀 보였다. 트럼프는 상대국 최고지도자와 악수할 때 손을 세게 잡고 자기 쪽으로 잡아 당기곤 하는데 시진핑 주석이랑은 그걸 못하고 있더라.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2011년 저서 <온 차이나>(On China)에서 미국을 '쇠퇴하는 국가(decling country)'로, 중국을 '떠오르는 국가(rising country)'로 규정했는데 그로부터 15년 만에 트럼프 때문에 미국이 더 빠르게 쇠퇴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미국 입장에서는 선거 앞두고 일자리 창출도 중요했다. 그래서 한국이 광주에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하니까 이걸 미국에 투자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대두 판매도, 일자리 창출도 어려워지면 중간선거에서 질 가능성이 높은데, 이렇게 되면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도 줄어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인규 : 북한이 대화에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인가?
정세현 : 김정은은 국내 정치적으로 지지율도 높지 않고 시진핑에 박대 받고 있는 트럼프가 무슨 약속을 한들, 그 약속을 이행할 수 있는 힘이 국내정치적으로 있겠는가 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가 김정은이 볼 때도 만나봤자 득될 것 없는 지도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뜻이다.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이재명 대통령이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동결과 제재를 연계시켜야 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는 유일한 지도자라고 믿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북미 회담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통해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이를 4자, 6자회담으로 연계시키려는 이재명 대통령의 큰 그림이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종이호랑이가 되는 현 상황을 고려했을 때 김 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을 무시할 것 같다. 북미 회담이 이뤄지지 않으면 4자회담을 발전시키기도 어렵다.
박인규 :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 회담에서 중국과는 2차 세계대전에서 파시즘에 맞서는 동맹이었다고 이야기도 했다. 중국에 대한 유화적 제스처를 보인 셈인데, 중국에 북한과 대화를 도와달라고 하지는 않았을까?
정세현 : 중국이 김정은의 등을 떠밀면 북미 회담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던데 북한은 중국 말을 잘 안 듣는다. 우리가 미국 말을 잘 듣는 것처럼 북한이 중국 말을 잘 들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대단한 착각이다. 한미관계와 조중(북한-중국)관계는 다르다. 한미는 수직적인 관계지만 조중은 거의 대등한 수평적 관계다.
그리고 중국의 역할이 필요하면 우리든 미국에 대해 하는 것처럼 보조를 좀 맞춰서 중국을 대해야 하는데 이재명 정부의 안보실이 그럴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 지난 8월 19일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조현 외교부장관과 회담을 가진 뒤 중국 측 보도자료에 '한조(한국, 북한) 두개 국가'(韩朝两个国家) 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었는데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중국 측에 문제제기를 했다고 한다.
위 실장이 한중 양국 수교 당시 중국이 통일을 지지한다고 했다면서 "'두 국가'가 되면 통일과 멀어지기 때문에 우리 입장과 배치된다"라는 이유를 들었다고 하는데, 아니 그러면 미국은 남북을 하나의 국가로 보나?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려는 이유가 남한과 북한이 두 국가, 즉 한반도에 두 개의 국가가 있다는 전제 하에 북한이 동북아 정책의 변수라고 생각해 자기 편으로 만들려는 것 아닌가? 한반도에 두 개 국가가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그 토대 위에서 트럼프 대통령도 저러고 있는건데, 하물며 조중혈맹이라는 말을 달고 살았던 중국이나 왕이 외교부장 입장에서는 어떻겠나.
중국에서 하는 말을 마치 김정은 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에 동조하는 것으로 전제하고 이에 대해 엄중하게 항의하면, 북미 정상회담 성사시키기 위해 중국에 일정한 역할을 해달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겠나. 왕이가 "한국 안보실장은 북한은 별개 국가로 취급도 안하던데 어떻게 미국과 회담을 하라고 하냐" 라고 받아치면 뭐라고 이야기할 건가?
북미회담도 그렇고 4자회담도 그렇고 중국의 역할이 있다. 대통령은 북미회담과 4자회담, 이어서 6자회담까지 생각하고 있는데 중국이 양 국가 이야기한 것에 대해 말을 잘못한 거라면서 김정은 입장에 동조한 것 아니냐고 따지면, 대체 회담을 하겠다는 것인가 말겠다는 것인가.
박인규 :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비빌 수 있는 언덕이 미중관계밖에 없는 상황이라 설사 중국에 '저자세'로 보인다고 해도 중국과 협력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미중 간 협력 분위기가 우리나 동북아에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이같은 여건에서 우리가 외교적 입지를 강화하고 상황을 돌파해 나가야 하는데 안보실장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이런 와중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북한군 포로 두 명을 한국에 보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탈북민들의 한국 입국의 경우 기본적으로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비공개로 하는 것이 원칙인데, 이미 얼굴까지 다 보도된, 그것도 전쟁 포로들을 한국으로 보냈다고 밝힌 것은 매우 경솔한 행동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사회관계망서비스인 'X'의 본인 계정에 "비공개 합의를 어기고 공개한 우크라이나 측에 무슨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나 많이 아쉽다"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런데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우크라이나 측에서 젤렌스키 대통령 연설 이전에 포로에 대한 언급이 있을 거라고 알려왔다며 정부도 알고는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와 협의에서도 과정을 공개하지 않고 조용히 처리한다는 데 대한 양해가 있었는데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와 다르게 연설에서 언급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 포로의 한국 입국 상황이 이렇게 전 세계에 공개된 데 대해 우크라이나와 협상을 매끄럽게 진행하지 못한 책임이 있는 안보실이, 미리 우크라이나가 발표할 것을 알고 있었다면서 별일이 아니라는 듯 사태를 무마하려는 것이 과연 적절한 대응이었는지 의문이다. 더군다나 대통령의 발언이 있었는데도 안보실이 이같은 반응을 내놓는 것이 대통령을 보좌하는 기관으로서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평가할 부분이 있어 보인다.
여기에 비무장지대에서 지뢰로 추정되는 물질이 폭발하기도 했다. 한국 내 보수세력들은 북한 포로에 DMZ지뢰 사고를 엮어서 이재명 정부의 외교 정책에 맹공을 퍼붓고 있는 상황이다.
정세현 : 북한군 포로가 한국에 들어왔다는 것이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공개되면 남북관계는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DMZ 폭발물 사건까지 터져서 이재명 정부가 한반도 평화 공존이나 공동성장 등의 대북 정책 추진에 있어서 내부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북한은 탈북자들이 한국의 공항에 입국해서 기자회견을 하는 것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북한 입장에서는 자신들 얼굴에 완전히 재를 뿌리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군 포로 2명이 자유의지에 따라 한국에 입국하더라도 조용히 들어와서 한국에서 보호를 받으며 뿌리내리도록 보호해 줘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공개해 버리면 이후 상황도 어려워지는 것이다.
박인규 : 트럼프는 어떻게든 우크라이나에서 손을 떼려는 것이 기본 입장인데 우리는 뭔가 다른 방향으로 가려는 것 아닌가 싶어 우려되기도 한다. 러시아는 자신들이 안심할 수 있는 안보 틀을 만들지 않으면 휴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데, 내년 2월이면 전쟁이 벌써 5년째다. 자칫 이러다 세계 2차 대전보다 더 장기간 전쟁을 할 수도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든 중동이든 어디든 연루되지 않아야 하는, 극히 유동적이고 불확실한 외부 여건을 마주하고 있다. 그래서 국내 정치 지도력이 중심을 끌고 가야 하는데 이재명 정부가 흔들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정세현 : 외교가 국내 정치의 연장이라고 하는데 대통령 주변 참모들이 이렇게 대처 잘못하고 대통령을 망신시키면 대통령이 일을 어떻게 하나. 참모들부터가 문제다. 물론 아무리 미국이 힘이 빠지고 있다고 해도 한국 같은 나라에는 힘을 쓸 수 있다. 그런데 이것보다는 미국 말이면 그냥 다 들어야 한다는 세력이 국내에 많은 것이 더 큰 문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호르무즈 파병에 대해 확실하게 선을 그었는데, 안보실 참모들이 써준 내용을 그대로 읽은 것 같지가 않다. 안보실 참모들은 한미 관계도 있으니 파병을 해야 한다고 이 대통령을 계속 설득했다고 하더라. 그런데 이 대통령이 파병에 대해서만큼은 이들의 말을 듣지 않은 셈이다. 이른바 '숭미'(崇美), '종미'(從美) 세력들의 가스라이팅이 통하지 않은 것이다.
2009년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는 재직 당시 오키나와에 위치한 후텐마 기지를 이전하려고 했다. 그런데 당시 일본의 전현직 외무성 관료들이 미국에 후텐마 기지를 옮겨서는 안된다면서, 자신들이 안에서 흔들테니 미국이 위에서 눌러 버리라고 했다고 하더라.
당시 내가 일본 강연차 히로시마에 갔었는데, 일본의 영자신문인 <재팬타임스>에는 주일 미국대사가 하토야마 총리를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했다는 기사기 실렸다. 대사가 주재국 총리를 비난하는, 비외교적인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결국 하토야마 총리는 10개월 만에 물러났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이재명 대통령이 좀 딱하기도 하다. 참모들이 대통령 헛발질하게 하고 대통령에 적대적인 세력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비판하고, 요즘은 유시민 전 장관까지 나서서 이 대통령을 흔들고 있더라.
그런데 유시민 전 장관은 좀 쉬었으면 좋겠다. 옳은 말을 하는 것 맞는데, 좀 쉬었다가 하면 안 되나? "호가도 삼청이면 불락(好歌三聽不樂)"이라는 옛말도 있지 않나. 아무리 좋은 노래라고 해도 세번이나 부르고 있으면 듣는 사람이 즐겁지 않다고 했다. 유 전 장관이 정부에서 일을 해봤던 사람이고 말 잘하고 글 잘 쓰는 건 알겠는데 이렇게 하는 건 좀 소모적이다. 그러니 좀 쉬었다 다시 할 말 하시면 좋겠다.
이 대통령에게 김영삼 대통령 때 일화를 하나 소개해주고 싶다. 당시 YS는 개각을 앞두고 있었는데, 미국이 특정 부처 장관을 굉장히 중시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왔다. 미국의 입장을 한국 정부에 잘 전달하고 있어서 YS가 이 장관의 거취에는 손대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돌 정도였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YS 귀에 들어갔다.
그랬더니 YS가 "그래-애? 알았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후 개각 발표가 났는데 그 부처 장관이 바뀌어 버렸다. YS는 이렇게 했다. 미국에서 챙기니까 개각 대상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에 대한 YS의 대응이었다. 참고가 되길 바란다. 일국의 대통령이면 이 정도의 결기도 좀 있어야 하지 않나?
박인규 : 미중은 지난해 경주 이래로 휴전 모드에 들어가면서 대국 끼리 실리는 챙기는데 한국은 계속 총알받이가 되어 국익에 불리한 쪽으로 끌려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대국끼리는 잘 지내고 싸움은 밑에 있는 국가들이 하고 있는 셈인데, 이런 부분에서 우리가 중심을 잡고 잘 대처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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