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진핑 만남에서 한국이 주목해야 할 것은

[기고] 9월 미중 정상회담, 한국 정부의 대응방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9월 24일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다. 지난 5월 베이징 정상회담 이후 넉 달 만의 만남이다. 미국산 농산물과 항공기 구매, 관세, AI·반도체, 희토류, 대만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연내 회담할 의사를 밝힌 만큼 북핵 문제도 언급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논의할 사안이 많다고 해서 큰 합의가 예상되는 것은 아니다. 미중 경쟁은 무역과 첨단기술뿐 아니라 공급망과 군사·안보, 글로벌 영향력 전반에 걸친 장기 경쟁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회담에서도 양국 관계의 방향을 바꿀 대타협보다 지난 회담의 합의를 점검하고 조정이 필요한 현안을 처리하는 데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에서 미국과 중국이 원하는 성과에는 차이가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에는 중국의 미국산 제품 구매 확대와 제조업 일자리 창출, 무역수지 개선처럼 단기간에 유권자에게 제시할 결과가 필요하다. 반면 중국은 미국산 제품 구매와 희토류 공급을 협상 카드로 활용해 관세 인하와 기술규제 완화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조기에 확인할 수 있는 성과를, 중국은 추가적인 압박을 막고 대응할 시간을 확보하는 데 상대적으로 무게를 두는 셈이다.

미국은 대두와 옥수수, 쇠고기 등 농축산물과 보잉 항공기의 추가 구매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5월 중국은 보잉 항공기 200대와 연간 최소 17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하기로 했다.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이 같은 합의의 이행과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성 개선을 요구하고, 중국의 이행 수준에 따라 일부 품목의 관세 조정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AI·반도체와 희토류 문제에서도 제한적인 교환의 여지가 있다. 미국은 중국에 희토류 수출 허가의 신속화와 안정적인 공급을 요구하는 반면, 중국은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와 자국 기업에 대한 제재 완화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첨단 AI 반도체에 대한 통제 기조는 유지하면서 안보적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일부 품목의 규제를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기술 우위 유지와 중국의 기술 자립이라는 기본 방향까지 달라지기는 어렵다.

대만 문제는 경제·기술 현안과 달리 협상의 폭이 좁다. 중국은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의 축소 또는 보류와 고위급 교류 자제, 대만 문제에 대한 미국의 명확한 입장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약 140억 달러 규모의 추가 무기 판매 승인 시기와 품목을 조정할 수 있지만, 이는 인도·태평양 안보와 첨단 반도체 공급망에 직결된 기존 대만 정책 기조의 변화를 의미하지 않는다.

결국 이번 회담에서 중요한 것은 논의되는 의제의 수보다 합의의 범위다. 일부 경제적 합의가 이루어지더라도 첨단기술과 대만을 둘러싼 기존 입장이 유지된다면 이를 미중 관계 전반의 개선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북핵 문제도 정상 간 대화에서 언급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 5월 미중 정상은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 그러나 북핵 문제가 논의되는 것과 미중 공조가 이루어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미국은 중국에 북한의 추가 도발 억제와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협조를 요청할 수 있으며,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과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를 우려하지만, 북한 체제가 불안정해지거나 한반도에서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이 확대되는 상황도 경계한다.

더욱이 북한은 러시아와의 군사·경제 협력을 확대하며 중국 이외의 지원과 외교적 선택지를 확보했다. 따라서 미중 정상이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하더라도 대북 압박의 수준과 구체적인 대응 방안에 합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우선 주목해야 할 것은 북핵 문제의 의제 포함 여부와 논의 수준이다. 미중 정상이 비핵화와 정세 안정이라는 원칙을 확인하는 데 그칠 수도 있지만,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중국의 역할이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 정부는 북핵 논의가 후속 대화로 이어질 경우 한국의 입장과 역할이 반영되도록 미국과 긴밀히 협의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한반도 문제와 함께 경제 분야의 파급효과에도 대비해야 한다. 미중 간 관세와 반도체·희토류 협상 결과가 한국 기업의 수출과 공급망에 미칠 영향을 점검해야 한다. 대미 투자 역시 이행 속도보다 상업적 타당성과 국내 산업과의 연계 효과, 한국 기업의 수익성을 기준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미국과 중국이 각각의 정치·경제적 필요에 따라 현안을 조율하고 갈등을 관리하는 회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 중요한 것은 정상회담의 상징성보다 회담 결과가 한반도 문제와 한국 산업에 미칠 영향을 정확히 읽고, 그 과정에 우리의 안보·경제적 이해를 반영하는 일이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5월 15일(현지시간) 베이징 중난하이에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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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덕

최재덕교수는 성균관대학교 중문과를 졸업하고 중국 베이징대학에서 박사학위(한중관계)를 받았고 모스크바국립대학 국제관계 박사후과정을 거쳤습니다. 이후 연세대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전문위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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