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당협위원장 전면 물갈이' 구상이 가시화하는 분위기다.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관련 안건은 당권파를 중심으로 동의를 얻어 사실상 의결 정족수를 채웠다. 다만 안건을 당장 의결하지는 않았다. 정점식 원내대표를 비롯해 당내 의원들의 반발을 의식한 탓이다. 결정은 일단 보류됐고, 표면상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최고위는 이날 오전과 오후에 걸친 비공개 회의에서 이달 말 임기가 만료되는 당협위원장들을 일괄 사퇴시킨 뒤, 당원 투표로 재선출하는 방안을 도입하는 안건을 논의했다.
통상 기존 당협위원장이 공석 상태인 '사고 당협'이거나, 당무감사 하위권에 속하는 '교체 권고 당협'이 아니라면, 기존 위원장들의 임기를 연장하는 것이 관례였다. 지역구 현역 의원이 있는 곳은 대체로 그 관행을 이어오는 분위기였다.
다만 '단일대오'를 강조해 온 장 대표는 "싸우지 않는 사람들은 배지를 떼야 한다", "당원들이 원하는, 함께 싸울 수 있는 당협위원장을 임명하겠다"며 254개 전체 당협 교체 의지를 드러내 왔다. 장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도 당협위원장 전면 교체 쪽에 힘을 실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는 장 대표의 당협위원장 교체 구상을 두고, 장 대표가 사퇴 요구를 일축하며 임기를 채우겠다는 의지가 강한 만큼 당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특정 인사를 축출하는 방식의 인적 개편을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친한동훈계 등 장 대표 체제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온 인사들을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도 이어졌다.
아울러 장 대표는 대표직 임기 2년을 채운다면 내년 8월까지 자리를 유지하게 되는데, 시기상 2028년 총선 공천권은 행사할 수 없다. 때문에 당협위원장을 교체하고, 대표직 연임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 공천권을 쥐기 위한 밑자락을 까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됐다.
정점식 '반대', 의원들도 공개 반발
정 원내대표와 비당권파 최고위원들은 우려를 표했다. 애초 최고위는 이날 오전 당협위원장 전면 교체에 관한 구성원들의 찬반 의사를 확인한 뒤 의결할 계획이었는데, 1시간 넘게 이어진 비공개 회의에서도 결정을 못 내렸다.
당헌·당규에 대한 해석이 엇갈렸다. 국민의힘 당규에는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매 짝수년 8월 말까지 선출하되 선출 시기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정한다'고 돼 있는데, 장 대표를 비롯한 당권파는 이를 기존 당협위원장을 몰아내고 교체하는 물갈이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
반대로 정 원내대표는 당헌·당규상 규정을 근거로 전체 당협위원장 교체를 추진할 경우, 당에 부담이 갈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당권파인 우재준 최고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우리 지도부가 모든 당협위원장을 평가할 수 있는 권위가 없다고 (최고위에서) 말했다. 사실상 총선 공천권을 미리 행사하는 건데, 지도부부터 전당대회를 다시 해서 평가받아야만 남을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당권파인 조광한 최고위원은 "현역 의원들은 소극적이다. (당협위원장 교체는)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 아니겠나"라고 주장했다. 당권파 중 유일한 현역 의원인 신동욱 최고위원은 "당 대표가 찍어 내려보낼 수 있는 걸 (당원들이) 투표하라는 것"이라며 "명분상 당원들에게 맡기자는 건 틀리지 않다"고 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KBS 라디오에 출연해 "지금 단계에서 당의 면모를 일신하는 방향으로 갈 거냐, 아니냐의 선택이기 때문에 장 대표가 추진하듯 당협위원장 임기가 끝나면 당원들에 의해 선출하는 방법으로 가지 않을까"라며 "대체적인 의견은 그렇게 모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장 대표가 불참한 채 시작한 이날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도 당협위원장 전면 교체는 논쟁거리였다. 당협위원장직을 유지해야 지역 조직 관리와 당원 접촉에 유리한 만큼, 차기 총선 때 가동할 조직력과 유리한 공천 입지를 확보해야 하는 의원들에게 '당협위원장직 위협'은 계파를 떠나 예민한 문제다.
다만 지도부는 의원들의 의견을 형식적으로 듣는 수준에 그쳤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의결권은 최고위에 있다. (의총에서는) 의원들의 의견을 토론해 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가 의원들의 반발을 뒤로하고 당협위원장 교체를 굳힐 경우, 내홍은 더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5선 권영세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당협위원장 교체는 적절하지 않다"며 "(대여) 전투력을 더 보태도 모자랄 판에 (현역 의원의) 힘을 빼려고 하는 방향이다. 전투력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당을 이끌어가는 게 필요한데, (장 대표는) 그런 부분에서 좀 부족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최근 국민의힘 3선 의원들이 회동한 데 이어 4선 이상 중진 의원들도 조만간 모여 장 대표의 당 운영 방식에 관한 문제의식을 나눌 계획이다. 장 대표의 '징계 정치'와 당협위원장 교체 적절성까지 토론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당 중앙윤리위원회는 이날 조경태·권영진·서범수·진종오 의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징계를 내렸다. 결과적으로 당 조강특위와 윤리위가 모두 '장동혁 체제' 공고화에 동원된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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