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혁의 세무 이야기] 소득으로 낼 수 없는 세금은 무엇을 요구하는가

세금 고지서를 받아 든 사람이 가장 먼저 하는 계산은 낼 수 있느냐다. 통장에 있는 돈으로 안 되면 다음 계산이 이어진다. 무엇을 팔아야 하는가.

정부가 내놓은 2026년 세제개편안은 이 두 번째 계산을 하는 사람을 늘리는 방향으로 설계돼 있다. 거주하지도 않고 사업에 쓰지도 않는 부동산은 시장에 내놓으라는 신호가 곳곳에 담겼다. 자산이 제 몫을 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방향에는 수긍할 대목이 많다. 다만 그 일을 세금으로 하는 방식은 따져볼 필요가 있다.

팔라는 신호가 세제 전반에 깔렸다

부동산 관련 조항은 한 방향을 가리킨다. 거주하지 않는 1주택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는 12억 원에서 9억 원으로 낮아지고,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는 보유기간에 대한 공제를 단계적으로 없애고 거주기간만 따지는 구조로 바뀐다. 사업에 쓰지 않는 토지는 이 공제에서 아예 빠지고, 중과세율은 10%포인트에서 20%포인트로 올라간다.

부담의 크기를 정하는 장치도 함께 움직였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60%에서 70%로, 3주택 이상 보유자 등은 80%까지 오른다. 세부담 상한도 150%에서 200%로 높아진다. 경우에 따라 보유세가 전년의 두 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자산의 쓰임을 묻겠다는 취지 자체는 이해할 만하다. 가업상속공제 개편도 같은 문법 위에 있다. 개편안은 '가업'을 전문기술과 노하우를 보유한 기업으로 처음 정의하고, 임대수입이 주된 소득인 기업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물려받는 재산이 아니라 이어지는 사업에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방향이 아니라 수단이다.

개편안이 두 곳에서 스스로 인정한 것

보유세는 자산이 만들어내는 소득이 아니라 자산가격을 기준으로 부과된다. 가격은 올랐어도 소득은 그대로일 수 있다. 이때 세금이 짧은 기간에 크게 늘면, 납세자는 소득이 아니라 자산을 팔아 세금을 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개편안도 이를 의식하고 있다. 10년 이상 거주한 65세 이상 1주택자는 보유세가 소득의 10%를 넘으면 별도의 소득 요건 없이 납부를 유예받을 수 있게 했다. 자산은 있으나 그 자산에서 세금 낼 소득이 나오지 않는 상황을 제도가 먼저 인정한 셈이다. 다만 유예는 면제가 아니다. 납부 시점을 처분이나 상속·증여 때까지 미루고 그동안 이자를 붙이는 장치다.

인정은 한 번 더 나온다. 개편안은 다주택자의 조정대상지역 주택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2027년과 2028년 두 해 동안 한시적으로 완화하면서, 그 이유를 매도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고 적었다. 그동안 팔 길이 막혀 있었다는 뜻이다. 낼 소득이 없다는 사정과 팔 길이 좁다는 사정을 제도가 함께 인정하면서도, 열어준 문은 두 해뿐이다.

영국에서는 법인 전환이 늘었고, 캐나다에서는 제도가 폐지됐다

비슷한 정책을 먼저 시행한 나라들은 두 가지 문제를 남겼다. 하나는 부담이 옮겨가거나 형태만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영국은 개인 임대사업자가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전액 비용으로 공제하지 못하도록 제도를 바꿨다. 이후 임대료 상승과 일부 임대주택의 시장 이탈이 함께 관찰됐다. 동시에 이 제한을 받지 않는 법인으로 보유 형태를 바꾸는 흐름도 나타났다. 세금이 자산의 처분만이 아니라 소유 형태의 변경까지 유도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쓰임을 가려내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점이다. 캐나다의 연방 빈집세는 실제 사용 여부와 예외를 판정하기 위해 복잡한 신고 절차를 두었다. 면제 대상이어도 신고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결국 납세자의 신고비용과 정부의 행정비용을 줄이고 다른 주택 규제와의 중복을 정리한다는 이유로, 2025년분부터 이 세금은 폐지됐다.

우리 개편안도 부득이한 사유로 거주하지 못한 기간을 인정하기로 했다. 다만 직장, 치료, 가족 돌봄처럼 현실의 사정은 다양한데, 이를 세법 요건으로 정확히 가려내기는 쉽지 않다.

처분을 유도하려면 물어야 할 것들

세금으로 행동을 유도하는 것 자체가 언제나 부당한 것은 아니다. 담배에 높은 세금을 매기고 탄소배출에 부담을 지우는 것도 줄이려는 행동에 가격을 붙이는 방식이다. 부동산에 자산이 과도하게 묶이는 것을 막기 위해 세제를 활용할 수도 있다.

다만 세금이 재원 마련을 넘어 특정 자산의 처분까지 유도하려면, 몇 가지 물음을 통과해야 한다. 그 부담을 현재 소득으로 감당할 수 있는가. 부동산은 주식처럼 즉시 정리할 수 없는 자산인데 대응할 시간을 충분히 주었는가. 처분하지 못하는 사정을 일관된 기준으로 가려내고 있는가.

그리고 하나가 더 남는다. 그 부담이 결국 누구에게 닿는가. 정부는 이번 개편으로 서민·중산층의 세부담이 1조 2,258억 원 줄어든다고 밝혔다. 다만 임대인에게 물린 세금이 임대료를 통해 임차인에게 옮겨가는 몫은 그 계산에 담기지 않는다.

세금은 국민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 걷는 제도다. 이 물음들에 답하지 못한 부과는 부담을 나누는 일이 아니라, 고지서의 형식을 빌린 처분 명령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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