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민원으로 인해 학생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 하는 일을 겪은 뒤 교직에 대한 회의감을 토로하는 지인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제가 가진 전문성을 바탕으로 교사의 인권과 교육권을 보호하는데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8일 오전 9시 30분께 경기도교육청 조원청사에는 수 많은 사람들이 바쁜 걸음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도교육청이 교사들을 교권 침해 및 악성 민원에서 보호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시행하는 ‘교권보호전담관’을 선발하기 위해 지난 5일부터 시작된 ‘경기도교육청 교권보호전담관 면접 심사’에 참여한 지원자들이었다.
27명의 변호사와 21명의 현직·퇴직 경찰관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날 면접 심사에 참여한 이들은 면접자 등록대에 선 순간부터 비장한 모습을 보여 얼마만큼 진지한 마음가짐으로 교권보호전담관에 지원했을지를 가늠케 했다.
이들은 오전 10시부터 10명의 지원자가 1개 조를 이룬 ‘조별 면접 방식’으로 진행된 면접 심사에서도 실제로 경험한 다양한 교권 침해 사례를 통해 느끼게 된 교권의 현 주소와 교권 회복의 필요성에 대한 각자의 시각을 설명한 뒤 교권보호전담관으로서 할 수 있는 전문적 역할을 강조했다.
또 자신의 직무 전문성을 바탕으로 교권 보호를 위해 개선이 필요하거나 새롭게 추진돼야 할 제도 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경찰 출신의 지원자들은 평균 32∼33년의 경력을 지닌 이들로, 학교에서 발생하는 교권 침해와 학교폭력 등 각종 문제를 직접 수사하고, 예방활동을 펼친 경험을 바탕으로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이었다.
면접자들은 공통적으로 교권 보호를 위해 운영 중인 현 시스템에 대해 아쉬움을 전했다.
경기도교육청이 다른 시·도교육청에 비해 비교적 촘촘하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 정작 교육현장에서의 체감도는 높지 않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현지훈 변호사는 "용인교육지원청과 연계해 교사들을 대상으로 학교 폭력과 교권 침해 및 아동학대 등의 사안에 대한 특강을 진행 중인데, 현장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지점은 (사안이 발생한 이후) 소송 직전 단계에서 어떻게 신고를 해야 하고, 증거 수집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현실적인 부분에 대한 지원이었다"며 "이번 경기도교육청의 교권보호전담관 모집 공고를 살펴보니, 제도의 취지나 방향성이 현행 제도의 사각지대의 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생각에 지원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현 변호사는 "변호사로서 교권 침해 사안이 신고된 이후 실제 사안 조사와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리기 전까지 실제 증거를 수집·제출하는 골든타임의 과정에 법률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나아가 일선 학교에서 특강을 진행하며 교권 침해 사안이 발생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역할은 물론, 부족한 현행 제도의 보완에도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초등교사 출신으로 현재 국민권익위원회와 서울시교육청의 자문변호사로 활동 중인 김건희 변호사도 "최근 교사들은 악의적인 민원에 대응하느라 정작 본업인 학생을 가르치는 일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임에도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가 사실상 전무해 교사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하고 있는 형편"이라며 "제도적으로 보호를 받지 못하다 보니 교단을 떠나는 교사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학교 현장의 현 주소"라고 현재의 상황을 진단했다.
그는 "그동안 교권보호위원회와 학교 폭력 등 학생간 분쟁 등의 영역에서 활동하면서 현재의 교권보호시스템은 온전히 교사를 보호하고 지원하지 못하는 한계를 실감했다"며 "마침 경기도교육청에서 그동안 제가 생각했던 방향성과 일치하는 교권전담보호관 운영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접한 뒤 활용해 관련 제도가 현실적으로 개선되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33년간 경찰로 활동한 뒤 지난 2021년 퇴직한 이후 경기도교육청에서 학폭전담조사관과 화해중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수만 씨는 "현직일 때부터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린 탓에 불안에 떠는 교사 등 학교 현장의 많은 문제들을 체감해 왔다"며 "특히 학폭전담조사관과 화해중재위원은 관련 사안을 객관적이고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자리임에도 정작 교권을 보호하거나 회복시킬 수 있는 권한이 없어 고통 속에 있는 교사들을 제대로 돕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교권보호전담관은 피해 교사가 직접 민원인을 상대하지 않을 수 있도록 돕는 동시에 법과 규칙에 따라 실질적인 지원의 역할을 통해 추락한 교권 회복에 직접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기존의 제도와 가장 큰 차이점"이라며 "면접에 참여한 다른 지원자들의 의지와 포부는 물론, 직접 지원자 면접에 임하는 교육감의 모습을 보면서 교권보호전담관이라는 제도가 교권보호 및 회복에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갖게 됐다"고 첨언했다.
한편, 도교육청은 이날 오후 진행된 비전문가 대상 면접을 끝으로 총 3일에 걸쳐 전체 1829명의 지원자 가운데 1차 서류심사를 통과한 512명을 대상으로 한 모든 면접 심사를 마무리 했다.
도교육청은 예상보다 많은 지원자 규모로 인해 당초 50명으로 예정했던 선발 규모를 확대, 오는 10일 최종 선발자를 확정할 방침이다.
교권보호전담관은 20일 공식 출범식을 거쳐 다음 달부터 교육감 직속의 ‘교권보호단’ 소속으로서 중대한 교권 침해와 아동학대 피신고 및 악성 민원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교사를 대상으로, 현장 방문과 법률 자문 및 치유 지원 등 사안 발생 초기부터 종료까지 1대 1 전담 지원 등의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최종 선발되지 못한 지원자들도 교권 보호 및 경기교육 발전에 함께 할 수 있도록 ‘(가칭)시민교권보호관’ 등 별도의 네트워크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구를 구성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안민석 교육감은 다양한 분야의 경기도민들이 교권의 회복을 위해 나서준데 대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안 교육감은 "전문가 집단에 대한 면접을 직접 심사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오히려 배우는 시간이었다는 것"이라며 "단순히 교사들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넘어 교육을 보다 바로 세워 대한민국의 미래를 제대로 세우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지원하신 모습을 보면서 크게 감동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교권보호전담관의 1차적인 목표를 ‘예방’에 두고 추진해 왔는데 이번 면접 과정을 통해 제도의 운영 방향성이 더욱 명확해졌다"며 "교육과 교권에 대한 확실한 소신과 신념을 지닌 분들이 대거 참여하는 만큼, 1년이면 교권회복을 선언할 수도 있겠다는 희망과 자신감도 생겼다"고 소회를 밝혔다.
안 교육감은 "지원해 주신 분들 모두 풍부한 경험과 뛰어난 역량을 지니신 분들이다 보니, 어떤 분을 최종 선발할 지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며 "교권보호를 위한 경기도교육청의 노력을 지켜보고 계시는 모든 분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제대로 운영해 교사들과 교육을 지켜 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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