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삼산동 페인트공장 화재 1명 사망…김상욱 시장 "주택가 위험물 시설 전수조사"

긴급대책회의 열고 재난 즉시보고·현장 의전 최소화 지시…위험물 창고 인접 원룸 실태조사 및 제도 개선 추진

울산 남구 삼산동의 한 페인트 관련 시설에서 불이 나 1명이 숨진 가운데 김상욱 울산시장이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주택가 인근 위험물 저장시설에 대한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3일 울산시는 김 시장이 삼산동 페인트 관련 시설 화재 현장을 점검한 뒤 시청에서 긴급대책회의를 개최하고 화재 대응 상황과 피해 지원 대책, 유사 사고 예방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회의에 앞서 이번 화재로 숨진 시민을 추모한 뒤 "발생하지 않아야 할 희생이 발생했다"며 "단순히 불을 끄고 현장을 정리하는 데서 끝낼 문제가 아니라 같은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김상욱 울산시장이 3일 삼산동 페인트 관련 시설 화재 현장을 점검한 뒤 시청에서 긴급대책회의를 진행하고 있다.ⓒ울산시

특히 화재가 발생한 인화물질 저장시설과 원룸이 사실상 맞붙어 있는 구조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페인트 등 인화성 물질이 보관된 시설에서 발생한 불과 유독가스가 인근 주거시설로 확산되면서 인명피해로 이어졌다는 판단이다. 김 시장은 "인화물질이 가득 적재된 창고 바로 옆에 원룸이 있고 그 원룸에서 희생자가 발생했다"며 "울산지역에 이처럼 위험물 저장시설과 주택이 인접한 곳이 더 있을 수 있는 만큼 실태를 신속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시는 소방본부와 도시국, 건설주택국, 5개 구·군이 협업해 주택가와 인접한 위험물 저장·취급시설을 조사할 계획이다. 창고 안에 허용 기준을 초과한 위험물이 보관돼 있는지, 신고·허가 대상 위험물을 불법으로 적재하고 있는지 등도 함께 점검한다.조사 결과에 따라 위험물 시설과 주거시설의 이격거리 확보, 건축허가 과정에서의 주변 위험시설 확인, 소방시설 보강 등을 위한 조례 개정도 검토하기로 했다. 현행법상 해당 용도지역에서 창고와 원룸 건축이 각각 허용될 경우 인접한 위험시설을 이유로 건축허가를 제한하기 어려운 만큼 시는 도시계획조례를 통해 건축물 용도를 추가로 제한할 수 있는지 살펴볼 방침이다.

김 시장은 "법과 조례상 제한이 어렵다면 소방시설을 보강하고 관할 소방서가 예방점검을 집중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관련 부서가 참여하는 전담팀을 구성하고 시의회를 설득해 조례를 마련해서라도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김 시장은 이날 화재 신고 이후 자신에게 상황이 보고되기까지 약 30분이 걸렸다고 지적하며 재난의 경중을 판단하느라 보고가 늦어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화재를 시장에게 보고하기는 어렵겠지만 시민 안전과 직결된 사안이라면 고민하지 말고 최단시간 안에 즉시 보고해야 한다"며 "보고를 자주 하는 것은 감사한 일인 만큼 사안의 경중을 판단하는 데 시간을 소모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 시장은 시장이나 주요 인사가 현장을 방문하더라도 상황을 설명할 최소 인원만 배치하고 소방·구조 인력이 의전에 동원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재난 현장의 과도한 의전도 금지했다. 김 시장은 "재난 현장에서는 의전보다 현장 대응이 가장 중요하다"며 "누가 현장에 오더라도 필요한 한 명 정도만 상황을 설명하고 나머지 인력은 진화와 구조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시는 관할 남구청과 협의해 유가족과 피해 주민에 대한 심리 지원과 임시 숙식, 재난지원금 지원 여부도 검토한다. 주변 상가와 주민 피해 규모를 파악해 남구가 지원을 요청할 경우 시 재해구호기금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살펴볼 계획이다.

끝으로 김 시장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은 행정의 최우선 가치"라며 "이번 화재를 단순한 개별 사고로 보지 말고 도시계획과 건축 인허가, 위험물 관리, 소방 예방체계를 전반적으로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화재는 오전 8시 20분께 울산 남구 삼산동의 지상 2층, 연면적 280.5㎡ 규모 페인트 업체 자재 창고에서 발생했다. 창고 내부에 보관된 페인트 등 인화물질로 불길이 급속히 확산하면서 양옆 빌라 2곳과 인근 자동차정비소 등으로 번졌다. 이 불로 창고 옆 빌라 3층에 거주하던 60대 여성 1명이 연기에 질식해 숨졌으며 페인트 업체 관계자인 60대 남성 1명이 전신 화상 등 중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빌라 주민 등 3명도 연기를 흡입하거나 다쳐 치료받은 뒤 귀가해 모두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인근 원룸과 상가 주민 30여 명도 긴급 대피했다.

소방당국은 화재 직후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진화에 나서 오전 8시 58분께 큰 불길을 잡았다. 이후 창고 내부에 남은 인화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굴착기 등 중장비를 투입했으며, 화재 발생 4시간 6분 만인 낮 12시 26분께 완전히 진화했다. 진화 작업에는 소방과 경찰 등 인력 292명과 장비 73대가 투입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업체 관계자가 창고 내부에서 지게차 작업을 하던 중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과 재산 피해 규모를 조사하고 있다. 화재가 발생한 창고와 인접 건물의 붕괴 위험 여부에 대해서도 안전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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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영

부산울산취재본부 정대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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