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는 평범한 삶을 꿈꿨습니다."
박은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장문의 글은 형사소송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알리는 정치적 선언이면서도, 지난 2년여 동안 자신이 걸어온 시간을 담담하게 되짚는 회고록에 가까웠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감찰한 이후 공직에서 해임됐던 기억부터 검찰개혁 입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지켜준 시민들에 대한 감사까지 담겼다.
박 의원은 "윤석열을 감찰한 대가로 24년간 긍지를 갖고 일했던 공직에서 해임됐다"며 "1심에서 밝혀졌듯 그것은 부당한 해임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검찰독재의 폭주를 막아야 한다는 민주시민들의 절박한 손길이 자신을 붙들어 주었다"며 "검찰정권은 결국 내란을 일으켔지만 촛불시민과 함께 그 정권을 끝냈고, 국민주권정부가 출범할 수 있었다"고 적었다.
박 의원은 무엇보다 지난 2년을 "피가 마르는 시간"으로 표현했다.
그는 "오직 검찰개혁 완수를 위해 모든 것을 갈아 넣었던 시간이었다"며 "고비마다 시민들이 함께해 주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지난해 추석 전까지 검찰청 폐지를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을 마무리하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찰개혁은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공소청법과 중대범죄수사청법,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이어지는 연속적인 개혁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열리던 날 밤 국회 앞을 메운 시민들의 응원봉을 떠올리며 "시민들이 가슴 속에 품고 있던 개혁의 의미를 선명하게 기억한다"고 적었다.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의미를 설명했다.
박 의원은 이번 개정안이 검사의 수사권 폐지를 전제로 하면서도 △수사의 신속성 △수사의 완결성 △수사의 책임성이라는 세 가지 원칙을 중심으로 설계됐다고 밝혔다.
보완수사 기간을 1개월 이내로 제한하고,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에는 긴급 보완수사 요구권을 인정했으며,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는 반드시 문서로 사유를 명시하도록 했다.
또 모든 수사기록을 전자화해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등록하도록 하고, 적절한 보완수사가 어려운 경우에는 상급기관이나 다른 수사기관으로 사건을 넘길 수 있도록 하는 등 수사기관의 책임성을 높이는 장치도 담았다고 박의원은 설명했다.
박 의원은 이번 입법이 즉흥적으로 추진된 것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민주정부가 30년 동안 논의해 온 검찰개혁의 집단지성을 토대로 지난 3월부터 시민이 참여하는 개정안 검토를 시작했다"며 "6월 정부 방침이 확정되자 곧바로 법안을 대표 발의할 수 있었던 것도 그동안 충분한 준비와 숙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그는 지난 한 달 동안 법사위 전체회의 7차례, 법안심사소위원회 10차례를 열었고, 피해자 단체와 학계, 관계기관 등이 참여한 간담회와 토론회도 10여 차례 이상 진행하며 조문을 수정·보완했다고 소개했다.
박 의원은 "검찰발 언론플레이와 방해 속에서도 민주시민들의 염원을 알기에 끝까지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형사소송법 통과를 검찰개혁의 종착점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이라고 규정했다.
"78년 무소불위 검찰이 이제 제자리로 돌아온다"고 평가하면서도 "가보지 않은 길인 만큼 시행착오도 있을 것이고, 개혁을 되돌리려는 시도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가 이어왔고 이재명 정부에서 완수한 검찰개혁이 성공할 수 있도록 끝까지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의 이날 글은 검찰개혁 법안 통과를 계기로 정치적 성과를 자평하기보다, 공직 해임과 시민들의 지지, 그리고 입법 과정의 치열했던 시간을 차분히 되돌아본 기록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검찰개혁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은 계속되고 있지만, 적어도 박 의원에게 이날은 자신이 "모든 것이 제자리로 왔다"고 표현한 지난 2년의 시간을 마무리하는 하나의 이정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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