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오후 2시 무렵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앞.
태양볕은 한여름의 열기를 거침없이 뿜어냈다. 기온은 34도에 육박했고, 직사광선을 그대로 받아낸 아스팔트는 손을 대기조차 어려울 만큼 달궈져 있었다. 체감 온도는 숫자보다 훨씬 뜨거웠다.
그러나 그 뜨거움보다 더 뜨거웠던 것은 경북 초대형 산불 피해 주민들의 절규였다.
삶의 터전을 잃고, 가족의 추억이 깃든 집을 잃고, 생계마저 무너진 주민들이 국가를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법원 앞에 섰다. 단순히 소장을 제출하는 날이 아니었다. 세상이 잊어가는 자신들의 아픔을 다시 한번 세상 밖으로 꺼내는 날이었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김홍중 경북산불피해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말을 잇다 끝내 목이 메었다.
"언론마저 이제는 우리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습니다. 세상에 버림받은 우리는 더 이상 갈 곳이 없습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주민들의 얼굴에는 분노보다 체념이, 억울함보다 지쳐버린 시간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산불은 1년 하고도 수 개월 전 끝났지만, 그들의 상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들의 표정이 말해주고 있었다.
그 순간, 또 다른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카메라를 내려놓은 기자들은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 위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 누구의 지시도 없었다. 무릎을 꿇고 노트북을 펼쳤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열기땜에 잠시라도 엉덩이를 붙이고 있기 어려워 보였지만 누구 하나 자리를 옮기지 않았다. 금세 땀이 등을 타고 흐르는 것을 두 눈으로 선명하게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들은 혹시라도 주민들의 한마디를 놓칠까, 떨리는 목소리 하나까지 기록하려는 듯 손가락은 쉼 없이 자판을 두드렸다.
카메라는 눈물을 담았고, 펜은 그들의 분통을 기록했다. 그들은 단순히 취재를 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세상이 외면하기 시작한 산불 피해 주민들의 목소리를 끝까지 듣고, 그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날은 그들이 바로 '애드버킷(Advocate)'이었다.
흔히 법정에서 의뢰인을 변호하는 변호사를 떠올리지만, 현장에서 약자의 눈물을 기록하고 잊혀질 뻔한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는 기자 역시 또 다른 의미의 애드버킷이다.
이날 산불 피해 주민들에게도 기자들은 단순한 취재진이 아니었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준 사람, 아무도 기록하지 않으려는 아픔을 기사로 남겨 준 사람이었다. 그들이 써 내려간 한 줄 한 줄은 피해 주민들의 절규였고, 세상을 향한 간절한 호소였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준 사람, 아무도 기록하지 않으려는 현실을 기록한 사람, 그리고 지역의 작은 외침을 대한민국 전체에 전달한 사람들이었다.
누군가는 기사를 쓰고, 누군가는 영상을 촬영하고, 누군가는 사진 한 장에 그날의 절박함을 담았다. 그 기록들이 모여 여론이 되고, 공감이 되고, 결국 사회를 움직이는 힘이 된다.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주민들과 함께 땀을 흘리던 그들의 모습은, 기자가 왜 현장에 있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진실은 시원한 에어컨 및 책상 위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가장 뜨거운 현장, 가장 낮은 자리에서 가장 약한 사람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하는 것.
그것이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만난 기자들이 보여준 '애드버킷(Advocate)'의 진정한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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