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겠다는데 6개월은 가만히 있어라"…울산시의회에 발목 잡힌 김상욱

취임 24일째 조직개편·인사 제자리…5개 구·군 후속 일정까지 영향

"관종이다. 일은 할 줄 아느냐. 6개월 정도는 가만히 있어라"

김상욱 울산시장이 지난 20일 울산시의회 확대의장단과의 면담에서 시의원들로부터 들었다고 공개한 말이다.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회 견제를 넘어 시민의 선택을 받아 막 임기를 시작한 시장에게 당분간 움직이지 말라는 압박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김상욱 울산시장이 SNS를 통해 공개한 영상에서 시의원들의 '관종' 발언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김상욱 SNS

울산에서 여야의 정치적 충돌 여파가 행정 현장으로 고스란히 번지고 있다. 김 시장이 취임한 지 24일째인 7월 24일 민선 9기 첫 조직개편과 정기인사는 여전히 확정되지 않았다. 조직개편안이 시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울산시 본청은 물론 중구·남구·동구·북구·울주군의 후속 인사 일정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

울산시장직 인수위원회는 지난 6월 22일 노동위원회와 감사청렴위원회 신설 구상을 발표했다. 이튿날인 23일에는 AI혁신산업실과 분권인구정책국 설치 등을 포함한 조직개편안을 입법예고했다.

시장에게 집중된 노동·감사 기능을 독립적인 합의제 기구로 분산해 행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인공지능 전환과 인구 감소 등 울산의 구조적 현안에 대응할 조직을 갖추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울산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지난 16일 노동위원회와 감사청렴위원회 설치 등을 담은 행정기구 조례 개정안의 심사를 미뤘다. 주요 정책에 시민 숙의 절차를 도입하는 공론화 조례안도 같은 날 부결됐다. 조직개편안은 지난 20일 열린 본회의에도 상정되지 못했다.

직제와 정원이 확정되지 않으면서 정기인사도 뒤로 밀렸다. 신설되거나 통합되는 국과 부서의 규모가 정해지기 전에 인사를 단행하면 조직개편 이후 다시 자리를 옮겨야 하는 혼선이 발생할 수 있어 조직개편과 인사를 사실상 함께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울산시 인사 지연은 5개 구·군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 시와 구·군 사이의 전출입과 승진 규모가 정리돼야 기초자치단체도 후속 인사를 확정할 수 있는 구조다. 시 본청의 조직개편 지연이 울산 행정 전반의 인사 일정까지 늦추는 셈이다.

인근 지역과 비교하면 울산의 지연은 더 두드러진다. 경남도는 지난 6월 26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하반기 승진 내정자 117명을 확정했고 부산시는 지난 13일자로 4급 공무원 56명에 대한 승진·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반면 울산은 24일 현재 조직개편안부터 확정하지 못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24일 "시의회가 조직개편 방향 자체를 반대한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의회가 요구한 세부 내용을 보완해 8월 중 조직개편과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의회는 노동위원회와 감사청렴위원회의 위원 구성과 권한, 운영 기준이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기존 조직과의 관계, 감사 정보 관리 방안 등도 추가로 검토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조직개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 자료와 제도가 보완되면 다시 심사하겠다는 설명이다.

의회의 심의권과 제도 보완 요구는 존중돼야 한다. 조직개편 지연을 곧바로 의도적인 발목잡기로 단정하기도 어렵다. 다만 수정과 보완을 거쳐 논의를 이어가기보다 심사 지연이 먼저 이뤄졌고 그 여파가 울산시와 5개 구·군의 인사로 번지고 있다는 점에서 절차를 명분으로 새 시정의 출발을 늦추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소속 울산시의원 15명은 김 시장 취임 첫날인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열어 "보여주기식 정치쇼를 중단하라"며 시정 능력을 문제 삼았다. 김 시장이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하기도 전에 다수당인 국민의힘이 대립 구도부터 형성했다는 비판이 나온 배경이다.

갈등은 지난 20일 시의회 확대의장단과의 면담에서 한층 격해졌다. 김 시장은 시장실과 시정 운영 과정을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하는 것은 개인 홍보가 아니라 행정의 투명성과 청렴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면담 과정에서는 김 시장을 향해 "관종이다", "일은 할 줄 아느냐", "시장 된 지 얼마 됐다고 개혁을 이야기하느냐. 6개월 정도는 가만히 있으라"는 등 조룽에 가까운 발언들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취임 초기 시장에게 정책 방향과 행정 능력을 따져 묻는 것은 의회의 역할이다. 하지만 시장 개인을 조롱하거나 개혁 추진을 당분간 멈추라는 식의 발언은 정상적인 정책 검증의 범위를 벗어났다는 비판을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시의회는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20일 면담이 사전에 조율된 공식 일정이었는데도 김 시장이 '시장실 난입'이라는 자막이 담긴 외부 제작 영상을 공유해 의회를 폄훼했다고 반발했다. 해당 게시물 삭제와 공식 사과, 재발 방지도 요구했다.

김 시장은 "사과할 주체가 바뀌었다"고 맞섰다. 자신이 시의원들을 먼저 모욕한 사실은 없으며 오히려 면전에서 도를 넘은 발언을 들었다는 것이다. 이어 "반대를 위한 반대나 왜곡을 멈추고 시민 이익을 위해 협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제9대 울산시의회는 전체 22석 가운데 국민의힘이 15석을 차지하고 있다. 김상욱 시정의 조직과 예산, 주요 정책은 시의회의 협조 없이는 추진하기 어려운 구조다. 다수당이 강한 견제 권한을 가진 만큼 그 방식과 결과에도 무거운 책임이 따른다.

조직개편을 둘러싼 시와 시의회의 이견은 제도와 절차를 통해 풀어야 할 문제다. 시장 개인을 향한 거친 발언과 정치적 공방이 계속될수록 조직개편과 인사 지연에 따른 부담은 울산시와 5개 구·군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울산시는 시의회가 요구한 보완사항을 반영해 8월 중 조직개편과 인사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조직개편안 재심사가 추가 지연 없이 이뤄져 울산시와 5개 구·군의 인사 일정이 정상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윤여욱

부산울산취재본부 윤여욱 기자입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