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고창갯벌 한복판에 교량이라니"...환경단체, 노을대교 중단 촉구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열린 부산서 기자회견 "'곰소·새만금'까지 확대 등재해야"

세계자연유산인 전북 '고창갯벌'을 관통하는 노을대교 건설을 즉각 중단하고 곰소만 전역과 '새만금 갯벌'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확대 등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현장에서 터져 나왔다.

전북환경운동연합과 환경운동연합, 새만금상시해수유통운동본부, 완주자연지킴이연대, 부안곰소어촌계, 정읍시민생태조사단 등 환경단체와 어민들은 22일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리고 있는 부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고창갯벌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훼손하는 노을대교 건설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대한민국이 개최국이자 의장국으로서 여수·고흥·무안·서산갯벌 등 ‘한국의 갯벌 2단계’ 확대 등재를 앞두고 있지만, 정작 전북에서는 세계자연유산 고창갯벌을 가로지르는 노을대교와 새만금 수라갯벌의 신공항 건설이 강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 갯벌의 세계적 가치를 앞세우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세계유산과 동일한 생태권역을 훼손하는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명백히 이중적이고 반환경적인 행태"라고 주장했다.

노을대교는 국토교통부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이 추진하는 ‘고창 해리∼부안 변산 도로건설공사’의 핵심 사업으로, 총 연장 8.87㎞ 규모의 해상교량이다. 현재 실시설계와 관계기관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노을대교가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EAAF)를 단절하고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서식지를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수많은 교각이 바닷물의 흐름을 왜곡하고 부유사 퇴적과 조류 변화를 일으켜 양식 환경과 갯벌 지형을 변화시킬 가능성도 제기했다.

정부 측은 대규모 매립이 없고 새들의 비행에 지장이 없는 ‘친환경 교량’이라고 주장하지만, 거대한 교량 구조물 자체가 조류 서식지를 파편화하는 생태장벽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단체는 "고창갯벌은 바깥쪽부터 모래갯벌과 혼합갯벌, 펄갯벌로 이어지는 독특한 퇴적 양상과 해안을 따라 모래나 조개껍질이 쌓여 형성되는 ‘셰니어(chenier)’ 지형을 한 곳에서 관찰할 수 있는 곳"이라고주장한다.

또 운곡습지와 인천강 하구 등 내륙습지와 갯벌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저서규조류 194종과 대형저서생물 255종이 서식하고 있으며, 붉은발말똥게와 대추귀고둥, 흰발농게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도 확인됐다.

황새와 검은머리물떼새, 노랑부리백로, 알락꼬리마도요 등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오른 21종을 포함해 100여 종, 20여만 마리의 물새가 고창갯벌을 서식지와 중간 기착지로 이용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노을대교 건설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기준 가운데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자연 서식지’를 규정한 기준 Ⅹ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지난 2021년 ‘한국의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면서 유산 구역 확대와 추가 등재 지역을 포함한 통합관리체계 구축, 유산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추가 개발 방지를 대한민국 정부에 권고했다.

이 때문에 환경단체들은 노을대교 건설이 "이 같은 유네스코의 권고와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세계유산 등재 이후 교량 건설로 유산 지위를 박탈 당한 독일 ‘드레스덴 엘베 계곡’ 사례를 들며 "세계유산은 한번 등재됐다고 해서 그 지위가 영구적으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고 경고했다.

환경단체는 대안으로 국도 22호선 고창 흥덕∼부안 구간 4차로 확장과 선형 개량, 고창읍 국도 23호선 우회도로 신설, 현 국도 77호선 해안도로 위험 구간 개선 등을 제시했다.

▲노을대교 위치도 ⓒ환경운동연합

이들은 "부안과 고창의 주요 관광지와 지역 상권을 촘촘하게 연결하는 관광형 도로가 두 지역의 경제를 함께 살리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2021년 개통한 충남 '보령해저터널'과 2025년 착공한 '여수∼남해 해저터널' 등을 거론하며 해상교량 대신 '해저터널'을 건설하는 방안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환경단체들은 노을대교와 함께 새만금 수라갯벌에 추진되는 새만금신공항 문제도 세계유산위원회 결정문에 반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행정법원은 2025년 9월 11일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에서 공항 건설이 세계자연유산인 서천갯벌을 이용하는 조류의 서식지를 훼손하고 조류 충돌 위험을 높일 수 있는데도 대책이 충분하지 않다는 취지로 기본계획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국토교통부가 이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새만금신공항 건설을 둘러싼 법적·환경적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새만금 수라갯벌이 서천갯벌과 동일한 조류 생태권역에 속하는데도 국토교통부는 유산영향평가(HIA)를 실시하지 않았고 국가유산청 역시 이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세계유산위원회에 모두 네 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우선 고창갯벌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훼손하고 기존 등재 권고사항을 위반하는 노을대교 해상교량 건설에 대해 ‘사업 중단’ 권고를 결정문에 명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세계자연유산 구역을 곰소만 전체와 동호 명사십리 해안사구까지 확대하고 완충구역을 설정해 생태적 연결성과 통합관리체계를 확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해저터널과 내륙 도로 선형 개선, 기존 국도 확장 등 친환경 대안을 유산영향평가 과정에서 철저히 검토하도록 한국 정부에 권고할 것도 요구했다.

마지막으로 새만금 갯벌을 인천·부산·화성갯벌과 함께 ‘한국의 갯벌 3단계 확대 등재 권고 지역’으로 결정문에 포함하고 새만금신공항에 대한 유산영향평가 실시와 경고 의견을 명시해 달라고 호소했다.

▲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리는 부산 벡스코 현장에서 전북 시민사회·어민이 공동으로 기자회견 개최했다.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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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

전북취재본부 최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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