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값없이’와 ‘암곰’의 발음

필자는 동영상 강의를 많이 시청하는 편이다. 필자도 몇 개의 동영상을 찍어서 올렸고,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필자의 전문 분야가 아닌 부문은 동영상이나 AI에게 질문하여 답을 얻기도 한다. 동영상을 제작하는 작가들이 본문 해설을 할 때 AI의 도움으로 하는 것이 많은 모양이다. 아마도 거의 대부분이 AI를 활용하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발음에 문제가 많은 것을 느낀다. 필자뿐만 아니라 많은 독자들이 동영상을 통해서 공부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직 AI의 한국어 발음은 초보적인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본다. 특히 형태소 분석이 안 되었거나, 습관적으로(서울 사는 교양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말) 어법에 어긋나게 하는 것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을 본다.

오늘 아침 들은 것 중 두 가지를 살펴보자. 우선 성경을 해설하는 동영상에서 계속해서 잘못 발음하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값없이’의 발음을 [갑섭시]로 발음하는 것이었다. 학생들이 들으면 그것을 바른 발음으로 알까 두렵다. 필자가 대학에 다니던 시절에 문법 관련 교수님과 3시간을 토론했던 것이 ‘값어치’의 발음에 관한 것이었기 때문에 필자는 더욱 관심이 많은 분야이다. 당시 교수님께서는 [갑서치]로 발음해야 한다고 하셔서 필자와 오랜 시간 토론을 했던 기억이 있다. 필자는 [가버치]로 발음해야 한다고 하면서 ‘어치’가 실사인가 허사인가, 값[갑]의 발음이 맞는 것인가, ‘값이’의 발음이 [갑시]인가 [가비]인가를 가지고 다른 학생들은 신경도 안 쓰고 논쟁을 했다. 지금 국립국어원에서 발행한 사전에는 [가버치], [갑시]로 발음해야 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값없이’의 발음은 [가법시]라고 해야 한다. ‘값’과 ‘없이’가 각각 별개의 단어라고 할지라도 한 단위로 발음해야 하기 때문에 앞에 있는 값은 [갑]으로 발음하고, 뒤에 있는 ‘없이’는 그대로 [업시]라고 읽은 후, 두 단어를 하나로 연결하면 [가법시]로 발음해야 한다. 그런데, 그 동영상에서는 두 번이나 [가섭시]라고 발음하여 필자의 귀를 힘들게 했다.

아마도 AI에 ‘ㅂㅅ’받침이 앞에 있고, 뒤에 모음이 연결되면 분리해서 발음하는 것이라고 입력이 되어 있는 모양이다. 그러니 같은 발음을 두 번이나 틀리게 발음하는 것이 아닌가? 이러한 발음의 오류는 수도 없이 많이 들어서 요즘은 그것을 고려하고 듣지만, 일반인들이 들을 때는 그것을 맞는 발음으로 알까 두렵다. 아직 한국어 발음에 대한 AI의 갈 길은 상당히 멀다고 생각한다.

비슷한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하나의 예를 더 들어 본다. 우리말에는 ‘ㅎ 곡용어’ 혹은 ‘ㅎ 종성체언’이라는 것이 있다. 그래서 이에 관한 발음상의 문제가 많이 제기되어 왔다. 특히 ‘암’, ‘수’의 경우 예외 규정이 많아서 바른 발음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 우리가 흔히 아는 것으로 ‘암탉’, ‘수탉’ 등의 경우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 외에서 ‘안팎’이나 ‘살코기’, ‘휘파람’ 등의 단어를 보면 아직도 ‘ㅎ’이 살아서 펄펄 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말에서 복합어를 보면 ‘ㅎ 종성체언’의 흔적이 남은 단어들이 있는데, '살코기'(ᄉᆞᆶ+고기 : 신문상에는 아래 아 표기가 불가능할 것 같아서 표기상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첨언한다.), '수컷'(숳+것), '암컷'(아ᇡ+것), '안팎'(않+밖) 등이 모두 ‘ㅎ 종성체언’의 흔적이다. 특히 '암/수'의 경우 의미의 특성상 동물 어휘와 연결되어 엄청나게 많은 파생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불규칙한 것이 많이 남아있다.

‘암곰(암컷의 곰)’의 경우가 그렇다. 위의 규칙에 의하면 ‘암콤’이 되어야 할 것이나 규범표기는 ‘암곰’이다. 일반적인 것과는 다르다. 그러므로 이것의 발음도 [암곰]이라고 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은 [암콤]이라고 발음하는 것을 들었다.

물론 세상이 변함에 따라 발음도 변하고 자형도 변할 수가 있다. 그러나 그 시대에 맞는 발음을 규정해 놓은 이상 그것을 지켜야 한다.

아름다운 우리말은 올바르게 발음할 때 더욱 멋지게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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