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엔 "30년 기다려 고작 태양광이냐?"...지금은 "미래,국가전략사업 대신 카지노?"

2018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새만금을 세계 최대 재생에너지 단지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발표하자 당시 민주평화당은 전북 군산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회의장에는 '30년 기다린 새만금, 고작 태양광이냐'​라는 대형 현수막이 내 걸렸다.

당시 민평당 정동영 대표는 "30년 기다린 새만금, 고작 태양광이냐는 것이 전북도민 다수의 솔직한 심정"이라며 "새만금 사업이 좌초할지 모른다는 절박감 때문에 현장 최고위원회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민주평화당은 입장문에서 "새만금은 글로벌·첨단·농생명 산업의 기회의 땅이 돼야 한다"면서 "새만금을 태양광 발전 패널로 뒤덮는 것은 새만금 개발계획의 훼손이며, 30년 동안 일구어온 새만금 용지의 효율적 이용 그리고 전북의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8년이 지나 대한민국은 전 국토가 다시 거대한 국가 프로젝트 경쟁에 들어간 모양새다.

정부가 발표한 3대 메가프로젝트를 계기로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반도체와 AI, 미래 모빌리티, 해양산업 등 국가 전략사업을 유치하기 위해 대통령실과 정부를 향한 건의가 이어지고, 정치권도 지역 현안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런데, 전북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다.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이라는 '60년 짜리 새만금'을 품고 있으면서도 정부의 미래 전략에서 존재감은 찾아 볼 수 없고, 더구나 그 빈자리를 반도체도, AI도 아닌 '내국인 카지노'로 채워보려고 하다가 '벌집을 쑤신 꼴'이 됐다.

이원택 전북특별자치도지사가 새만금 복합리조트와 내국인 카지노 도입 가능성을 언급한 데 이어, 새만금개발공사도 스마트 수변도시 내 복합리조트 후보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전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새만금'도박장'저지군산범시민대책위원회 등 30여 개 시민·사회단체는 16일 전북도청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새만금 내국인 카지노 추진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이번 논란은 단순히 카지노를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의 문제에서 그치지 않는다. 더 근본적인 질문은 '왜 지금 이 같은 상황에서 새만금에서 카지노 이야기가 빛바랜 앨범을 꺼내는 것처럼 다시 나오고 있느냐'​는 것이다.

거창하게 '비전선포식'까지 자졌던 8년 전에도 새만금은 비슷한 논쟁의 한가운데 있었다. 그 때의 질문도 "30년을 기다렸는데 고작 태양광이냐?"였고 지금은 "35년을 기다렸는데 '도박장 카지노'냐?"이다.

광주·전남은 반도체, 충청은 AI, 부산은 해양산업을 중심으로 국가 미래 프로젝트를 논의하면서 지역 정치권과 지자체는 정부를 상대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전북.새만금은 국가 전략산업의 중심에 서기보다 복합리조트와 카지노 논란으로 떠들썩하다.

지켜진 것은 없지만 새만금은 역대 정권마다 '국가균형발전의 상징'이었고 대한민국 미래 산업을 담아낼 공간이었고, 첨단 제조업과 국제물류, 신재생에너지, 미래산업의 전진기지가 되겠다는 국가적 약속이었다.

새만금의 미래를 둘러싼 논쟁이 첨단산업이 아닌 카지노 유치 여부로 흘러가는 현실은, 오히려 지금 새만금이 처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5일, 전주시의회에서는 무소속 최영심 의원이 대표 발의한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전북 소외 대응 및 전주시 광역거점도시 도약 촉구 결의안'이 채택됐다.

최 의원은 결의안에서 "지난 7월 6일 정부가 호남권 반도체 산업단지를 광주 군 공항 부지에 조성하기로 결정하면서 전북과 전주시는 구체적인 투자계획을 전혀 보장받지 못하는 소외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호남이라는 이름 아래 추진되는 대형 국책사업에서 전북이 반복적으로 소외되는 구조는 전북특별자치도 출범 취지와 국가균형발전 원칙에 명백히 위배된다"며 "전주가 단순한 배후 도시가 아닌 첨단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성장하려면 국가 차원의 실행계획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주시의회는 이날 채택한 결의안을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전북특별자치도 등 관계 기관에 전달한다는 예정이다.

이게 과연 일말의 효과라도 있을지 기대하는 전북 도민은 아마 없을 것이다.

대형국책사업 유치에서 반복적으로 소외되니 "꿩 대신 닭"으로 '카지노'라도 유치하려는 것인지 도민들은 알다 가도 모를 일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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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

전북취재본부 최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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