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도정 출발은 늘 인사에서 시작된다. 어떤 사람을 중용하느냐는 도지사의 철학을 보여주고, 앞으로의 도정이 어떤 가치를 우선할 것인지를 도민에게 알리는 첫 번째 메시지다.
그런 의미에서 박수현 충남도지사가 첫 정무부지사로 구본영 전 천안시장을 내정한 결정은 많은 도민에게 의아함과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물론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구 전 시장은 형기를 마쳤고 피선거권도 회복됐다. 공직 임명을 제한하는 법률상 장애도 없다. 여기까지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법적자격과 공직의 적합성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구 전 시장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대법원에서 벌금형이 확정돼 천안시장직을 상실했다. 시장직을 잃게 된 이유는 단순한 실수나 행정 착오가 아니었다. 정치자금 수수라는 공직윤리와 직결된 문제였다.
당시 인사청탁과 이른바 '매관매직' 논란까지 겹치면서 지역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고, 결국 천안시는 보궐선거라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했다.
그런 인물을 충남도정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정무부지사에 앉히겠다는 결정은 과연 도민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일까.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정치적 일관성이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구 전 시장의 천안시장 경선 참여를 허용하면서 적잖은 논란을 자초했다.
"정치적 책임을 진 인물을 다시 공천 경쟁에 세우는 것이 맞느냐"는 비판이 지역사회에서 이어졌다. 당시 민주당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논리를 앞세웠지만, 많은 시민들은 정당이 스스로 내세운 공천 기준과 도덕성을 의심했다.
그런 논란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이번에는 충남도 정무부지사라는 핵심요직이다.
정무부지사는 단순한 행정 보직이 아니다. 도지사를 대신해 국회와 중앙정부, 시·군, 정치권을 연결하고 도민과 소통하는 자리다. 정책을 설명하기에 앞서 신뢰를 얻어야 하는 자리이며, 도정의 품격을 상징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욱 묻게 된다.
충남에는 정말 다른 인재가 없었는가.
정치적 경험이 풍부하고 지역 현안을 잘 아는 인사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하필 시장직 상실이라는 정치적 책임을 졌던 인물을 첫 정무부지사로 선택해야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인사는 능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국민과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상징성과 메시지가 함께 따라야 한다. 특히 첫 인사는 더욱 그렇다.
박수현 지사는 그동안 소통과 통합, 새로운 충남을 강조해왔다. 그렇다면 이번 인선은 그 철학과 얼마나 부합하는지 스스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법은 처벌을 끝낼 수 있다. 그러나 정치의 책임은 판결문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 속에서 비로소 끝난다.
정치는 법이 허용하는 최소한의 기준으로 평가받지 않는다. 국민이 기대하는 더 높은 기준을 충족할 때 비로소 신뢰를 얻는다.
충남도정의 첫 단추는 앞으로 4년을 상징한다.
그래서 도민들은 지금도 묻고 있다.
왜 하필 구본영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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