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결단만이 답"..."산불은 끝났지만 삶은 아직 복구되지 않아" 청와대 앞 절규  

경북 산불 피해주민들…"대통령 결단·특별법·실질적 피해보상" 한목소리

산불의 불길은 오래전에 꺼졌지만, 주민들의 상처와 기다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특별한 혜택이 아니라 국가가 재난의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 그리고 다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희망이다./편집자주

2025년 3월 경북 북부를 덮친 초대형 산불이 발생한 지 1년 3개월이 지났지만 피해 주민들의 시간은 여전히 그날에 머물러 있다. 산불은 진화됐지만 삶은 아직 복구되지 않았다는 절박한 외침이 다시 청와대 앞에 울려 퍼지고 있다.

지난달 29일부터 청와대 분수광장에서는 경북 산불 피해지역 주민들이 참여하는 릴레이 1인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청송을 시작으로 영덕과 영양에 이어 안동과 의성까지 합류하면서 이제 경북 5개 주요 피해지역 주민들이 모두 함께하는 공동 행동으로 확대됐다.

현장에서는 "2025년 경북산불, 대통령님만이 해결할 수 있습니다", "국정조사를 실시하라", "우리의 삶을 원상복구하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이 줄지어 세워졌고, 피해 주민들은 뜨거운 햇볕 아래 묵묵히 정부의 책임 있는 대책을 촉구했다.

특히 지난달 30일 1인 시위에 나선 정항우 경북산불 피해보상 공동대책위원장은 "2025년 경북산불 문제는 대통령의 결단만이 해결할 수 있다"며 "피해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더 많은 보상금이 아니라 다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산불은 몇 시간 만에 지나갔지만 주민들의 피해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며 "특별법 제정과 현실적인 피해보상, 생계 회복 대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역대 최대 산불… 피해는 여전히 진행 중

2025년 3월 22일 의성군에서 시작된 산불은 강풍을 타고 안동·청송·영양·영덕까지 번지며 대한민국 산불 역사상 가장 큰 피해를 남겼다.

산림 피해 면적은 약 9만9천490㏊로 정부 수립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으며, 사망자 31명을 비롯해 주택 4천700여 채가 전소됐다. 농작물 피해는 약 5천700만 평, 농업시설 6천700여 곳, 농기계 1만8천여 대가 피해를 입었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피해도 1천여 곳에 달했다. 이재민은 3만6천 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피해 주민들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무너진 집은 아직 복구되지 못한 곳이 적지 않고, 불에 탄 과수원과 농지는 다시 수확하기까지 수년이 필요한 상황이다. 산림이 사라진 산촌마을은 집중호우와 산사태 위험까지 떠안으며 또 다른 불안 속에 생활하고 있다.

"지원 기준도 공개하지 않는 정부"

피해 주민들의 가장 큰 불만은 정부의 불투명한 추가 지원 절차다. 정부는 현재 추가 피해 신고를 접수하고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어떤 피해를 지원 대상으로 인정할 것인지, 어떤 기준으로 심사할 것인지, 언제 결과를 발표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이 없다는 것이다.

피해 주민들은 "희망을 갖고 신청했지만 몇 달째 결과도, 기준도 모른 채 기다리고 있다"며 "끝없는 기다림은 또 다른 피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가 9월 연구용역 결과를 기다려 달라고 설명하는 데 대해서도 "이미 집중 피해조사를 통해 충분한 자료가 확보된 만큼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유형과 지원 가이드라인부터 즉시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1조8천억 원 예산, 주민들은 체감하지 못한다"

피해 주민들은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1조8천억 원 규모의 산불 복구 예산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는 대규모 복구 예산을 투입했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주민들이 체감하는 생계 회복이나 직접 보상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막대한 예산 가운데 실제 피해 주민들에게 얼마나 지원됐는지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조사·특별법·집단소송까지 추진

피해 주민들은 단순한 보상을 넘어 국가 책임 규명도 요구하고 있다. 왜 산불이 초대형으로 확산됐는지, 초기 대응과 확산 방지 과정에 문제는 없었는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산림청, 소방청의 대응에 행정적 공백은 없었는지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특별법 제정과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한편, 국가를 상대로 한 집단손해배상 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언론의 관심이 사라지면 재난도 잊힌다"

피해 주민들은 무엇보다 사회적 관심이 계속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 산불 발생 직후 이어졌던 언론과 국민의 관심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정작 피해 주민들의 삶은 아직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재난은 끝났지만 우리의 삶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피해 주민들이 일상을 되찾는 그날까지 정부와 정치권, 언론이 함께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청와대 분수광장에서 이어지는 릴레이 1인 시위는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니다. 한 사람씩 피켓을 들고 서 있는 모습 뒤에는 여전히 삶의 터전을 되찾지 못한 수만 명의 피해 주민들이 있다.

▲ 지난달 29일부터 청와대 분수광장에서는 경북 산불 피해지역 주민들이 참여하는 릴레이 1인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청송을 시작으로 영덕과 영양에 이어 안동과 의성까지 합류하면서 이제 경북 5개 주요 피해지역 주민들이 모두 함께하는 공동 행동으로 확대됐다. 사진은 정항우 경북산불 피해보상 공동대책위원장. ⓒ 경북산불 피해보상 공동대책위

김종우

대구경북취재본부 김종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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