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위기' 대전시, 방만 재정 '전면 수술' 예고…'온통대전'은 부활 추진

민선 8기 채무 1조 5800억 원 폭증 진단, 음악전용공연장·제2시립미술관 등 경제성 없는 대형 토목 사업 원점 재검토

▲허태정 대전시장 당선인(오른쪽)과 박정현 인수위원장 ⓒ대전광역시장 인수위원회

민선 9기 출범을 앞둔 대전광역시장직 인수위원회가 민선 8기 이장우 시정을 향해 "사실상 부도 및 파산 위기"라며 날을 세웠다.

전임 시정의 무리한 토목사업과 방만한 재정운용 탓에 당장 다음달부터 지역화폐 캐시백 중단이 가시화되는 등 대전시에 강력한 지출감축 한파가 예고됐다.

이 같은 위기 속에서도 허태정 대전시장 당선인은 소상공인들을 만나 "골목상권을 최우선으로 살리겠다"며 정면돌파 의지를 피력했다.

박정현 인수위원장과 허 당선인은 22일 각각 기자회견과 간담회를 열고 대전시 재정 실태와 차기 시정 대안을 발표했다.

박정현 인수위원장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민선 8기 시정 실태가 매우 심각하다"며 재정 위기를 경고했다.

박 인수위원장은 핵심 문제로 검증 없는 대형 토목·건축사업 남발, 지방채 중심의 무책임한 재정운용, 민선 9기 폭탄 넘기기, 편향적 홍보비 과다 지출 등 네 가지를 꼽았다.

인수위에 따르면 문화예술관광 분야 총사업비 1조 3435억 원 중 17개 사업이 단순 건축에 편중됐다.

특히 음악전용공연장과 제2시립미술관은 비용 대비 편익(B/C) 분석에서 경제성이 없음이 드러났음에도 추진을 강행했다는 지적이다.

그 결과 2022년 말 약 1조 원이던 채무는 2025년 말 1조 5800억 원으로 폭증했다.

박 위원장은 "이장우 시장은 대전이 다른 지자체보다 적은 20% 안팎의 지방채를 발행해 왔다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특·광역시 중 지방채 발행 증가율 1위가 전망된다"며 차기 집행부에 100억 이상 투자사업 원점 재검토, 행사성 경비 10% 이상 삭감 등을 건의했다.

4년 만에 49% 급증한 언론홍보비를 두고는 "비판하는 언론을 배제하는 등 언론 길들이기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위기의 여파는 민생현장으로 고스란히 번졌다.

허태정 당선인은 이날 오후 동구 중앙시장 활성화구역상인회에서 민생·소통 프로젝트 ‘시민의 광장’ 세 번째 순서로 ‘소상공인과의 대화’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전통시장 상인회장, 골목상권 대표, 대전소상공인연합회 및 외식업중앙회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해 뜨거운 토론을 벌였다.

간담회에 참석한 상인들은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매출 감소를 호소하며 노후시설 개선, 저금리 지원정책, 도로변 주차단속 배제 등을 건의했다.

특히 한 상인은 "성심당 매출이 좋으니까 대전 경기가 다 살아난 줄 착각에 빠져 있지만 전통시장 상인들은 여전히 고사 직전"이라며 "피부에 와닿는 생활물가 정책을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여기에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상시 전달할 창구인 '소상공인정책협의체' 구성 요구도 나왔다.

이에 허 당선인은 시 곳간이 비어버린 참담한 현주소를 토로했다.

허 당선인은 "지역화폐 관련 시 보고를 받았는데 당장 다음 달 집행할 시비가 '0원'이라 7~8월 캐시백 지급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공무원 후생복리비까지 조정해야 할 정도로 재정이 악화됐다"고 우려했다.

동시에 예산 낭비 논란이 일었던 '0시 축제'는 과감히 수술대에 올리겠다고 확언했다.

허 당선인은 "지난해 축제 직간접 비용으로만 96억 원 이상이 집행됐다"고 지적하며 "100억씩 들여 한여름 뙤약볕 아래 2주 동안 거리를 막아가며 축제를 할 만큼 콘텐츠가 좋고 경제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며 이것이 지방재정 위기를 불러온 주원인"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이미 사업비가 편성된 부분은 재정손실을 최소화하며 활용하되 결국은 폐지수순으로 가야 한다"고 못박았다.

대신 허 당선인은 전임 시정에서 축소됐던 지역화폐를 소비 순환형 민생경제 플랫폼으로 고도화한 ‘더 좋은 온통대전 2.0’ 부활을 선언했다.

연간 사업으로 예산을 최우선 편성해 시민과 소상공인이 끊김 없이 혜택을 누리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허 당선인은 "우리 소비경제의 최일선에 계신 여러분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며 "최근 국무총리를 만나 지방재정교부금 확대를 강력히 요청했고 긴밀히 협의 중인 만큼 최악의 재정 상황 속에서도 소상공인에게 힘이 되는 정책을 끊임없이 발굴해 문제를 풀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 동석한 인수위원들은 상인들이 제안한 소상공인정책협의체 구성과 전통시장 환급행사 품목의 공산품 확대 등의 아이디어를 민선 9기 정식 시정과제와 정책 설계에 적극 반영하기로 했다.

이재진

대전세종충청취재본부 이재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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