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핵잠, 설익은 핵무장론에 막히나…외교부, 美와 핵잠 협의 "쉽지 않아"

외교부 "우리 비확산 의지 계속 강조…오해살 수 있는 용어 발신되지 않도록 노력"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됐던 핵추진잠수함 도입 및 원자력협정 개정 등을 추진하기 위한 양국 간 실무 논의가 시작됐으나 외교부는 미국이 핵 통제 권한을 쉽게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에 핵 비확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9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해 10월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로 나온 '공동설명자료' (Joint Fact Sheet) 이행 차원의 '원자력 협력 관련 후속협의'를 지난 2~3일 개최했다며 "한미 양측은 양국 정상 간 합의 사항에 대해 가능한 조속히 실질적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연중 성과를 점검하기 위한 체계를 마련하고 향후 협의를 가속해 나가기로 하였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라고 밝혔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에서 핵추진 잠수함 연료 공급 및 평화적 목적의 우라늄 농축과 핵연료 재처리 등을 요청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여기에 공감을 표하면서 한미 간 원자력 협력과 관련한 큰 틀의 합의가 마련됐다.

이후 약 7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실무협의가 진행됐다. 이에 대해 이 당국자는 "미측도 이번 협의에 진심으로 임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며 "엘리슨 후커 국무부 정무 차관을 필두로 국무부, 에너지부 등 농축 및 재처리 문제를 실제로 협의할 권한이 있는 인사들로 구성됐다. 미국이 국무부 차관을 수석대표로 파견했다는 것 자체가 정상 간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미측의 정치적 의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윤주 외교부 1차관과 앨리슨 후커 미 국무부 정무차관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에서 한미정상회담 공동설명자료(조인트 팩트시트) 안보 분야 후속조치 협의를 위한 발족 회의를 시작하기 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면서도 이 당국자는 "긍정적인 첫 실무 협상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향후 미국과의 협의가 쉬울 것으로 예단해서는 안 된다"라며 "미국이 수십 년 간 행사해 왔던 통제 권한을 쉽게 내려놓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내부적으로도 해야 할 일이 많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우리의 비확산 의지"라며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주년 기자회견 때에도 재차 강조했듯이 비확산에 대한 우리의 강력한 의지를 계속해서 재확인하고 외부에서 오해를 살 수 있는 용어나 불필요한 메시지가 발신되지 않도록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이 미국에 핵 비확산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여론조사라든가 발언들이 문제가 된다"라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핵무장론을 경계하는 듯한 의중을 내비쳤다.

실제 지난해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것을 두고 한국 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핵무장론 때문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3월 9일 <한겨레>는 한미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미 에너지부는 4월15일부터 한국을 민감국가로 분류하기로 하고 산하 국립연구소들에 이를 사전 통보하는 등 행정적 준비를 시작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신문은 "미 에너지부는 국가 안보나 핵 비확산, 지역적 불안정성, 경제안보 위협, 테러지원 등의 이유로 민감국가를 지정"한다고 밝혔는데 한국이 지역 불안정이나 경제안보, 테러지원을 하는 국가로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핵 비확산 문제가 미국을 자극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외교부는 이와 관련 3월 17일 "미측을 접촉한 결과, 미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 리스트 최하위 단계에 포함시킨 것은 외교정책상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에 대한 보안 관련 문제가 이유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3월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미 에너지부 민감국가 지정 긴급 현안보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서 (핵무장 발언이) 나오기 시작했던 2023년 1월부터 그 문제(민감국가 지정)가 심각해지기 시작했다고 추측했는데, 그런 추측을 바탕으로 미 상원의원을 통해서 '맞는다' 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히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발언이 미국을 자극한 측면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2023년 1월 2일 윤석열 당시 대통령은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한미가 미국의 핵전력을 '공동 기획(Joint Planning)-공동 연습(Joint Exercise)' 개념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해 핵 운용 관련 논란을 불러 일으켰고 이후 1월 11일 열린 외교부·국방부 업무 보고에서는 "문제가 심각해져서 대한민국에 전술핵 배치를 한다든지 우리 자신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며 핵무장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이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질서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국제 핵 비확산 체제다.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그물망을 만들었다"며 "미국 조야는 여기에 익숙하고 이 체제에서 예외적 사안이 나오는 것을 상당히 경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비확산 관련해서 핵잠이 핵 확산과 관련 없다는 점과 정부의 비확산 의지가 강력하다는 것을 정상부터 외교 실무자까지 거듭 (미국 측에) 강조하고 있다"며 "이에 대해서도 미측이 이해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핵추진잠수함을 한국 기술로 국내에서 건조한다는 데 한미 양측 간 큰 이견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당국자는 "(미측과) 협의할 때 핵추진잠수함은 한국에서 건조한다는 이해를 바탕으로 협의가 이뤄졌고, 이에 대해 미측에서 별다른 이야기가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달 26일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공개된 핵잠 개발 기본계획에서 국산 원자로를 사용한다고 명시했는데 이에 미국도 동의했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핵추진잠수함 기본계획을 포함해서 핵잠 개발의 구체 사항에 대해 우리 기술로 지어질 것이라고 설명했고 미측도 그렇게 이해했다"라며 "미측이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든지 하는 인상을 이번 협의에서 받지는 못했다"라고 답했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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