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황예지 "연주는 정답 제출 아닌 현장에서의 '발견'"

오는 10일 대전시립연정국악원서 7회 독주회, "관객에게 잠시 멈춰 생각할 시간, 위로가 되길"

▲대전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황예지가 오는 10일 대전시립연정국악원 작은마당에서 일곱 번째 독주회를 연다 ⓒ황예지

대전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황예지가 오는 10일 오후 4시 대전시립연정국악원 작은마당에서 일곱 번째 ‘클라비어나이트(Klabianight)’ 독주회를 연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음악으로 전하는 편지’라는 부제 아래 소리라는 형태로 내밀한 감정과 삶의 궤적을 관객에게 건넨다.

공연을 앞둔 그를 만나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해석’과 ‘전달’의 고민을 들어봤다.

황예지에게 음악은 곧 ‘전달’에 가까운 행위다.

그는 이번 공연에 대해 “말로는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나 생각들을 소리라는 형태로 건네는 일”이라며 “이번 프로그램을 준비하며 각 작품이 하나의 완결된 메세지라기보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쓰인 편지처럼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철학은 선곡 과정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는 이번 리사이틀에서 파가니니, 베토벤 브람스 등을 연주한다.

특히 베토벤의 ‘로망스’는 그의 개인적인 경험과 맞닿아 있다.

그는 “최근 보스턴 케임브릿지 지역을 걷다 작년 독일 본(Bonn)의 베토벤 하우스를 방문했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며 “당시의 감정이 작품의 분위기와 깊이 연결돼 자연스럽게 곡을 선택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명확한 서사를 설정하기보다 각기 다른 언어를 가진 작품들이 하나의 흐름 안에서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 행태”라고 설명했다.

연주자로서 황예지가 주목하는 키워드는 ‘발견’이다.

그는 연주를 고정된 결과가 아닌 매 순간의 가변성과 현장성이 살아있는 과정으로 정의하며 익숙한 악보 속에서도 매번 새로운 화색과 흐름을 찾아내 무대 위에서 재창조해낸다.

그는 “같은 악보를 연습하면서도 매번 다른 것이 보인다는 점이 음악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라며 “단순한 선율로 보였던 것이 화성의 색이나 프레이즈의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결국 연주는 사전에 확정된 정답을 제출하는 것이 아니라 무대 위에서 첫 소리를 낸 이후 형성되는 흐름 안에서 유연하게 반응하며 만들어가는 실시간의 기록이라는 것이다.

황예지의 해석법은 치밀하면서도 유연하다.

그는 형식, 화성, 동기 등 음악적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되 그것이 차가운 분석에만 머물지 않도록 경계한다.

“구조에 대한 이해와 그 순간 느끼는 감각 사이의 균형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는 그는 분석된 결과가 아닌 ‘살아있는 흐름’을 관객에게 전달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그는 이번 공연이 관객들에게 거창한 메시지로 다가가기보다 소박한 ‘공유’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

“각자의 삶 속에서 비슷한 순간을 지나고 있을 수도 전혀 다른 경험을 하고 있을 수도 있지만 음악을 통해 어떤 감정이 공유되는 순간이 있다”는 그는 “누군가에게 잠시 멈춰 서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나 작은 위로가 된다면 충분하다”고 전했다.

황예지의 이번 공연은 대전문화재단의 후원과 문화예술협회 연의 주관으로 진행된다.

단순한 일회성 공연을 넘어 ‘7회’라는 숫자가 증명하듯 꾸준히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구축해온 연주자의 성실함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척박한 지역 클래식 시장에서 꾸준히 독주회를 이어가는 것은 그 자체로 지역 문화예술 생태계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누군가에게 잠시 멈춰 서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나 작은 위로가 된다면 충분하다’는 황예지. 봄의 정취가 완연한 5월의 일요일 오후 그가 활 끝으로 써내려가는 이 ‘음악편지’가 관객들에게 어떤 울림으로 남을지 주목된다.

이재진

대전세종충청취재본부 이재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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