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호르무즈 해협 문제와 관련, 이란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해 국익을 고려해 종합적인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미국과 이란 어느 쪽 편도 들지 않고 사태의 신속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30일 일본 TV아사히는 이날 열린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야당인 중도개혁연합의 이사 신이치 의원이 "일본이 이란과 미국 간 중재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이에 대한 총리의 견해를 듣고 싶다"고 하자 다카이치 총리가 "현 상황에서 이란과의 정상회담 개최가 적절한 시기에 대해 국익을 고려하여 종합적인 결정을 내릴 생각"이라는 답을 내놨다고 보도했다.
그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 당시 호르무즈 해협에 자위대를 파견하는 문제와 관련해 헌법적 제한이 있다는 점을 미국 측에 설명했냐는 중도개혁연합 시나 다케시(階猛) 간사장의 질문에 "국내법상의 제한"에는 헌법이 포함된다고 명확히 밝혔다고 방송은 전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우리나라 법률의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점을 전달했고, 이를 상세히 설명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외교적 차원에서 논의할 사항이므로 답변하지 않겠다"라면서도 "다만 (미측에 설명할 때는) 헌법과 자위대법 모두 포함된다고 답하겠다"라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 헌법을 개정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으나, 일본이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 행사를 하지 않는다는 헌법 제9조 개정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은 현존하는 헌법에 근거해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곳에 자위대를 파견할 수 없다는 점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에서 설명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미국에는 자위대 파견이 어렵다고 설명한 일본은 이란과 일정 부분 소통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은 이번달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 통화를 통해 "현재 상황이 지속된다면 이란은 고립될 것"이라고 설득했다면서 "어느 편도 들지 않고 사태의 신속한 해결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과 이미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아라그치 외무장관도 일본 관련 선박에 대해 언급했다"라며 "이란 측에서도 '통행을 허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가 이처럼 군함 등 자위대 파견에는 거리를 두면서 이란과 협상을 모색하는 데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경험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19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합의를 파기하면서 양국 긴장이 높아지자 그해 6월 13일 테헤란에 방문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당시 최고지도자를 면담한 바 있다.
물론 당시 면담 이후 뚜렷한 변화는 없어 일본 내에서도 '빈손 외교'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경험은 일본이 세계적 차원에서 주요한 외교 행위자의 역할을 수행했다는 의의를 남겼고, 이에 현 시점에서도 이와 유사한 중재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일본 내부 인식이 이란과 정상회담 타진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군사 행동에 대한 일본 내 여론이 부정적이라는 점도 자위대 파견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테레비도쿄와 함께 지난 27일~29일 일본 성인 9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에 자위대를 파견하는 데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18%에 불과했다. 반면 반대한다는 응답은 74%로 나타났으며, 자민당 지지층에서도 70%가 반대한다고 밝혔다.
<마이니치신문>이 28~29일 1918명을 상대로 실시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에서도 자위대를 파견하면 안된다는 응답이 49%, 정전 이후라면 파견해도 된다는 응답이 33%로 나타나 현 시점 파견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반응이 압도적이었다.
한편 일본 방송 TBS에 따르면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로 인해 현재 페르시아만에 일본 관련 선박 45척의 발이 묶여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네코 야스시(金子恭之) 국토교통상은 30일 새벽 일본인 선원 24명 중 4명이 하선했다고 밝혔다. 선박에서 나온 이들의 건강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정세가 계속 악화되는 가운데, 석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플라스틱 원료인 나프타와 기타 의료 장비의 향후 공급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고 일본 방송 닛폰 테레비가 보도했다.
이에 대해 기하라 미노루(木原稔) 일본 관방장관은 "당분간 공급과 수요에 차질이 발생한 것은 없다"고 밝히면서도 "공급망 확보를 위해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내 나프타 소비량의 약 40%가 중동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관련 일본 기업들이 보유한 나프타 기반 제품 재고와 중동 이외 지역에서의 수입을 통해 약 4개월 치 공급량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방은 전했다.
의료용 석유 제품 공급과 관련해 일부 의료기기 제조업체로부터 투석 회로용 플라스틱 공급이 올 여름부터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방송은 보도했다. 이에 대해 기하라 관방장관은 "현재로서는 당장 수급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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