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의 '새만금 빅픽처'와 김민석의 '새만금 超속도전'…전북도민은 없다

"정부의 일방적 '새만금의 시혜'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아"

2023년 8월 29일은 당시 윤석열 정부가 새만금 간척지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새만금 기본계획'을 다시 수립하기로 했다고 '폭탄(?)선언'을 한 날이다.

그러면서 당시 한덕수 국무총리는 "새만금 기반시설 건설사업이 확실한 경제적 효과를 올리려면 현재 시점에서 명확하게 목표를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국토교통부와 새만금개발청 등에 새만금 기본계획 재수립을 지시했다.

한 총리는 기존 계획을 뛰어넘어, 전북 경제에 실질적인 활력소가 될 수 있는 ‘새만금 빅픽처’를 짜 달라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에게 당부했다고도 한다.

당시는 윤석열 정부들어 새만금 개발사업에 6조 6천억 원의 민간자본 산업 투자가 이뤄진 시점이었다.

'기본계획 재수립'만 지시한 게 아니다.

그해 5월 말 국토교통부 등 정부 각 부처가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예산요구서에는 새만금 관련 24개 사업 예산 총 7389억 원이 담겨 있었다.

그런데 23년 8월 29일, 정부가 발표한 정부 예산안에는 이 가운데 25% 수준인 1861억 원만 반영됐고 나머지 5528억 원은 기재부 심의과정에서 삭감됐던 것이다.

그같은 상황에서 갑자기 새만금의 '큰 그림'을 다시 그리겠다고 선언한 이유가 어디에 있었을까?

그 시점은 2023년 8월 초에 새만금 일대에서 열렸던 세계청소년잼버리대회가 파행으로 종료된 이후 누구도 예상치 못한 가운데 튀어 나온 발언이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전라북도 지역 국회의원 8명은 정부를 향해 "새만금 잼버리 파행의 책임을 전북 탓, 새만금 탓으로 돌리는 행태를 중단하고 새만금 사업 예산 또한 원상복귀 시키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미 새만금 기본계획(MP)에 반영돼 추진 중인 10개의 새만금 SOC 사업 예산은 정부 각 부처에서 6626억 원을 반영해 기재부에 제출했지만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최종 반영된 예산은 1479억 원(22.3%)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항의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규모 예산 삭감은 잼버리 파행의 책임을 전북 탓으로 돌리며 새만금 사업을 잼버리와 무리하게 엮으며 정치적으로 악용했던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보복성 예산 편성이 아니라면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는다"라며 "게다가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새만금 관련 SOC 사업의 적정성을 검증하겠다 한다"며 비판했다.

이처럼 윤석열 전 정부의 보복성(?) 기본계획 변경이라는 '강제 구조조정의 위기'를 겪으면서 23년 하반기에 착수된 새만금기본계획(MP)변경은 차일피일 완료 시기가 지연되다가 이재명 국민주권정부로 정권이 바뀐 현재까지 2년 여가 훨씬 지나도록 진행 중이다.

그 기간에 정권이 바뀌고 '새만금 조력발전'이 검토되고 새만금호의 '상시해수유통'이 결정되는 등 엄청난 환경 변화가 있었지만 기본계획재수립은 어떤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달 27일, 전북에서는 아홉 번째 '전북의 마음'을 듣겠다는 취지의 대통령의 타운홀 미팅이 개최됐다.

이날 오전에 깜짝 놀랄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현대차그룹이 새만금에 9조 원 규모의 투자를 하겠다는 발표였다.

전북 도민들이 오랫동안 기다렸던 이날 대통령의 '전북마음을 듣다' 타운홀 미팅은 현대차그룹의 새만금 9조 원 투자 소식으로 들뜬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10여 년 전 삼성의 새만금 투자 약속이 물거품이 되고, 군산현대조선소가 10년 만에 문을 닫으면서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던 전북에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이어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새만금-전북 대혁신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하면서 이렇게 강조했다.

"각 부처에 '새전대'(새만금-전북 대혁신 TF 줄임말)담당자를 지정해 '초 속도전'으로 추진하겠다" "종합지원계획을 조속히 수립해 가능한 것은 5월부터 실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

김 총리의 '초속도전'에 맞춰 전북도는 20일, 현대자동차그룹의 새만금 9조 원 투자 프로젝트를 실투자로 조기 전환하기 위해 도 차원의 전담 실무 조직을 출범시키고 전방위적 지원 체계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전북도는 이를 위해 현대차 투자와 관련한 세부 실행계획 수립과 관계기관·중앙부처 협의 등을 전담할 6명 규모의 ‘현대자동차 투자 지원단’을 본격 가동했다. 이는 지난달 27일 체결된 전북 역사상 단일 기업 최대 규모인 9조 원 투자 협약(MOU)을 현실로 끌어내기 위한 후속 조치라고 전북도는 설명했다.

김민석 총리가 킥오프 회의에서 "초반 1~2개월 내 종합지원계획을 마무리하고 기업이 곧바로 실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초속도전으로 추진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도는 오는 5월 발표될 범정부 종합지원계획에 전북의 핵심 과제가 반영되도록 부처 협의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김종훈 전북자치도 경제부지사는 덧붙여 "현대차의 대규모 투자는 전북이 대한민국 미래 첨단산업의 중심지로 도약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며 "전담 조직 가동을 통해 현대차의 투자 계획이 신속하게 현실화될 수 있도록 모든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새만금기본재수립을 위한 용역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산업지도를 뒤흔들만한 투자 계획이 발표됐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한덕수 전 총리가 느닷없이 "새만금 간척지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새만금 기본계획'을 다시 수립하겠다"며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는"새만금 '빅피쳐'를 다시 그리겠다고 한 것"이나 김민석 현 총리가 "'새전대'(새만금-전북 대혁신 TF 줄임말)담당자를 지정해 '초 속도전'으로 추진하겠다"고 말 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지난 19일 전북에서는 전북의 시민단체가 이런 기자회견을 가졌다.

시민단체의 주장을 보면 "현재의 새만금은 잼버리대회 이후 내부개발에 대한 전면적 기본계획 재수립이 본격화했으나 새만금개발청이 주도한 전문가회의는 닫힌 구조였으며 30억 원의 예산이 들어간 용역 결과물이 전혀 알려지지 않은 채 이재명 정권이 출범했고 이 때문에 '재수립'에 '재수립'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이 단체는 "하지만 현재의 중앙정부(새만금위원회) 중심 체제는 지역의 목소리를 담아 내기에 구조적 한계가 명확해 새만금의 주체적 전환과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전북형 민관 거버넌스'구축이 요청된다"고 밝혔다.

전북 시민단체는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그리는 새만금기본계획(MP)이 아니라 이제는 전북도민이 합의한 '전북 새만금 비전'을 먼저 설정할 수 있도록 자치분권형 민관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재명 국민주권정부'는 이 말을 새겨 들어야 한다.

그동안 역대 정부가 해왔던 것처럼 "선거를 앞두고 중앙정부가 시혜(施惠)처럼 던져준 '새만금'은 지난 35년 동안 생색만 내고 실패를 거듭해 왔으니, 이제는 행정의 틀에 갇힌 새만금이 아니라 전북 시민사회가 주도해 새만금에 실제적으로 필요한 상시 해수유통과 조력발전, 재생에너지 이익 공유제 등 지속 가능한 플랜을 공론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새만금-전북 대혁신TF킥오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최인

전북취재본부 최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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