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 통합, 일단 정지! 20조 주면 뭐하나, '제2의 잼버리' 될라?

[정희준의 어퍼컷] '고용 창출 가능한 기업'의 지방 이전이 핵심이다

수해 등 재난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은 정부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다. 그 지자체장은 주변 단체장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왜? 평소엔 꿈도 꿀 수 없는 규모의 재정 지원을 받기 때문이다. 2022년 태풍 힌남도 때문에 포항시에만 복구비 6천억원이 투입됐고 2020년 장마 때는 30여개 지자체에 3조원가량이 투입됐다. 돈벼락이다.

그런데 피해 규모와 필요한 공사 내역은 지자체가 작성하지만 사업 내용과 예산 규모는 중앙정부가 결정한다. 조사단을 보내 현장 확인도 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협업이긴 해도 예산 편성권과 결정권은 중앙정부에 있는 것이다.

광역단체 통합이 쟁점으로 부상했다. 통합에 성공하면 중앙정부로부터 1년에 4조원씩, 5년간 총 20조원을 받는단다. 예를 들어 대전광역시의 올해 예산이 약 7조인데, 용도가 정해진 국고보조금, 인건비, 진행 중인 계속사업비 등 고정비를 제외하면 여윳돈은 전체 예산의 5~10% 정도다. 고작(?) 5천억원 안팎. 꼬리표 없는 20조원은 그래서 악마와의 거래도 가능케 할 액수다.

그런데 궁금해진다. 통합 광역단체가 연간 4조원씩 지원 받으면 그 돈을 알뜰살뜰, 적재적소에 투입해 꿈에 그리던 장밋빛 성과를 도출해낼까.

2023년 전북은 세계스카우트잼버리를 유치해 국비 포함 약 14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었으나 결과는 한마디로 나라망신이었다. 광역지자체가 전국체전보다도 작은 행사를, 그토록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괴력을 보여준 무능의 금자탑이었다. 특히 청소년 대원들을 위한 시설보다는 인건비, 출장비, 회의비 등 운영비에 비정상적으로 많이 지출됐다는 사실은 전북이 청소년 행사를 유치해 놓고 참가 청소년들은 뒷전에 제쳐두고 자신들을 위한 돈잔치를 벌였다는 증빙이다.

2023년 연말 진정한 '돈잔치의 끝판왕'이 온 국민을 망연자실하게 했다. 2030년 세계박람회 유치 결정 투표에서 부산시는 막대한 예산과 국력을 쏟아부었음에도 꼴랑(?) 29표를 얻어 119표를 얻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참패했다. 유치를 포기해 아무것도 하지 않은 로마가 17표다. 6천억원 가까운 국비가 투입됐고 삼성, 현대차, SK 등 대기업이 전세계를 돌며 유치 활동에 쏟아부은 비용을 합하면 집계조차 어려울 정도로 막대한 예산이 지출됐다.

그런데 투표권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국내 매체, 그리고 파리 길거리 홍보에 집중한 부산시의 전략은 도무지 이해 불가다. 특히 부산시는 배우 이정재를 홍보대사로 임명해 그의 포스터, 목소리로 수개월 동안 부산시민을 괴롭혔다. '투표권 가진 BIE 회원들은 파리에 있는데 왜 부산에서?'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결국 유치에 실패하자 시민들은 '이정재 강점기'에서 해방되었다며 이날을 '해방의 날'이라 냉소하기도 했다.

공무원들은 위에서 시키는 대로 열심히 일했다. 리더가 문제다. 리더가 무능하니 전북은 1천억 넘는 예산이, 부산은 민간기업 유치 비용까지 1조원 가까운 재정이 사라졌다. 마침 이 두 사례는 윤석열이라는 무능하고 우매한 폭군이 대통령 자리에 있으면서 벌어진 일이다. 중앙정부가 제대로 관리했다면 도저히 벌어질 수 없었던 일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협업이 중요한 이유다.

균형발전은 중앙정부와 광역단체 투트랙으로: 인프라는 통합 광역단체, 기업은 중앙정부

이재명 정부는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광역단체 통합에 나섰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지난 3일 자신의 SNS에 “시·도 통합은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시대적인 과제”라면서 그래야 “지역이 두루두루 발전”한다고 했다. 핵심은 지방분권인데 그 첫째는 충분한 예산이다.

통합 광역단체는 지역 사정에 맞는 사업을 할 수 있다. 중앙으로부터 꼬리표 없는 예산을 받게 되면 우선 광역 인프라 건설이 가능해진다. 서울·천안 전철처럼 전주·광주, 부산·울산 전철이 만들어져야 한다. 대구·광주, 강릉·부산 KTX가 건설되어야 한다. 그래서 지역과 지역이 교류하고 소통해야 한다. 이제까지는 지방 간 왕래를 중앙의 기재부, 국토부가 막아왔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서울 독점,' '지방 수탈'의 면허증이었고 그렇게 지방은 수도권 인구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국가 기간 교통망은 지금의 방사형에서 격자형으로 전환되어야 하고 그래야 전 국토에 피가 돈다.

둘째는 더 많은 예산에 더해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권한이다. 예를 들어 수도권 이외 지역의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인 대학 부실화를 막기 위한 거점 대학 지원 등 고등교육 활성화도 가능해진다. 대학 뿐이 아니다. 통합 지자체에 특목고·자사고 등의 설립 권한을 부여해 중등교육부터 인재를 키우는 것이다. 혹자는 교육의 서열화와 양극화를 우려하는데 지방의 현실은 이미 그런 걱정을 할 시즌이 지났다. 외지에서 지방에 좋은 직장을 구해서 갔음에도 가족을 결국 수도권에 다시 보내는 이유는 지역에 좋은 고등학교가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고용 창출 가능한 기업'의 지방 이전

그런데 통합 광역단체가 교통과 학교 문제를 해결한다 해도 결국 불가능한 것은 대기업 또는 좋은 기업을 유치하는 것이다. 이는 광주·전남이나 부산·울산·경남이 통합해도 안 될 일이다. 잘못하면 인프라 건설에 5년간 20조를 투입하고도 지역엔 기업도, 일자리도 없는 최악의 경우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통합 광역단체에 지급할 20조를 반으로 나누어 지자체가 10조를 인프라 건설 등에 투입하고 중앙정부는 지방 이전 기업에 나머지 10조원을 직접 지원해야 한다. 이제까지 지방시대위원회 등 중앙정부가 기업의 지방 이전을 촉진하기 위해 내놓은 방안은 대부분 세제 혜택이다. 법인세, 소득세를 다년간 감면하고 상속세를 아예 없애고 취득세, 재산세를 감면하는 것이다. 물론 근로자 정주 여건 개선도 있고 국비 지원 한도도 기존 10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그런데 그 정도 혜택으로 수도권의 기업이 지방으로 옮길 생각이 할까? 직원들이 동의할까? 중소기업도 옮기기 힘들다. 특히 지역에, 특히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뿜어내 '고용창출'의 효과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이, 적어도 중견기업이 가야 한다. 그러려면 기업에 직접적인 경제적 혜택이 가야 한다. 광역단체 뿐 아니라 기업과 그 직원들이게도 '돈벼락'이 떨어져야 기업이 움직인다. 지방소멸은 열심히 하는 것으로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

지방소멸을 막고 균형발전으로 가기 위해서는 광역교통망과 좋은 학교가 필수적이다. 그렇지만 설사 이를 이룬다고 해도 지역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선사할 기업이 없으면 그 지역은 결국 죽는다. 인천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컸고 부산에서 20년 넘게 살면서 '제2의 도시' 부산이 '노인과 바다'의 도시로 추락하는 것을 생생하게 경험한 입장에서 내린 결론은 이렇다. 패러디다. '그런즉 교통, 학교, 기업,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 제일은 기업이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대전·충남 통합 및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명선 상임위원장, 정 대표, 박범계 공동위원장. ⓒ연합뉴스

정희준

스포츠와 대중문화 뿐 아니라 세상사에 관심이 많아 정치 주제의 글도 써왔다. 인간의 욕망과 권력이 관찰의 대상이다. 연세대학교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미네소타대에서 스포츠문화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미래는 미디어가 지배할 것이라는 계시를 받아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동아대 체육학과 교수, 부산관광공사 사장을 지냈다. <미국 신보수주의와 대중문화 읽기: 람보에서 마이클 조든까지>, <스포츠코리아판타지>, <어퍼컷>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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