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여 벌어진 전쟁이 열하루째가 되었다. 필자는 한 달 전인 2월 6일 기고에서 트럼프의 '평화위원회는 학살위원회로 불러야 옳다'라고 주장했다. 불행하게도 참말이 되었다. 트럼프는 2월 19일 평화위원회 첫 회의에서도 이란을 협박하는 데 열을 올리며 "이란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 합의하지 않으면 나쁜 일이 일어날 것", "협상에 참여하면 좋다. 참여하지 않으면 매우 다른 길이 있을 것", "앞으로 열흘 안에 결과를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에 대한 전쟁을 언제부터 구상하고 기획했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 온갖 분석과 추측만 있을 뿐이다. 2월 6일 미국과 이란은 오만이 중재하여 오만 수도 무스카트에서 협상을 진행했다. 2월 26일 역시 오만이 중재한 두 번째 협상을 제네바에서 진행했다. 결렬되었다는 소식은 전혀 없었다. 협상 중재를 맡은 오만 외교장관 바드르 알부사이디는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을 비축하지 않을 것이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포괄적인 검증을 받아들이겠다고 하는 등 협상에서 상당한 양보를 했으며, 이로써 협상이 합의에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틀 뒤 이스라엘과 미국은 이란을 공격했다.
이 글은 전쟁보다 평화가 낫다는 원칙에 따라 우리가 이 전쟁에서, 그리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어떻게 흘러가든 간에 계속해서 살펴보고 기억해야 할 네 가지를 말하고자 한다.
첫째, 이 전쟁은 타락한 전쟁이다.
고결한 전쟁은 없지만, 이 전쟁은 최소한의 명분조차 내팽개쳤다. 무엇을 위한 전쟁인지 목표가 무엇인지 전쟁을 일으킨 이들도 말이 바뀌었다.
트럼프는 공격한 날 "우리의 목표는… 임박한 위협을 제거함으로써 미국인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 말은 조금의 진실성도 없기에 논할 가치도 없다. 또 이란의 핵무기와 핵무장을 여러 번 언급했다. 미국 정보기관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고 있다고 꾸준히 평가해 왔으며, 트럼프 자신도 2025년 4월 이란을 공습한 후 '이란 핵시설이 완전히 제거되었다'라고 주장했다. 1년도 안 되어 트럼프는 자신이 한 말도 뒤집으며 또다시 거짓말을 했다. 이란에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부당하고 불공정하지만, 그럼에도 이란은 2015년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에 따라 핵 기술 개발을 제한하고 이를 준수했다. 트럼프는 2018년 JCPOA를 일방적으로 깨고 이란에 강도 높은 제재를 시작했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전쟁을 왜 시작했냐는 질문에 "우리는 이스라엘의 행동이 있을 것을 알고 있었다. 우리는 그것이 미군에 대한 공격을 촉발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만약 우리가 그들이 공격을 시작하기 전에 선제공격을 하지 않는다면, 더 큰 사상자가 발생하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고 답했다. 아마도 이 말이 트럼프와 트럼프 행정부의 여러 거짓말 중 유일하게 진실을 담고 있는 말인 듯하다. 비록 다음날 트럼프가 이 발언을 부인했지만 말이다.
조작한 명분조차 내밀지 못하고, 이유도 없고, 전쟁 목표도 알 수 없는 이 전쟁에서 확실한 것은 트럼프와 네타냐후가 정치적 약점을 피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네타냐후에게 영원한 전쟁은 가장 든든한 정치 전략이다. 2019년 뇌물,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되어 2020년부터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네타냐후는 2023년 말 재판정에 직접 출두해서 증언해야만 했다. 그러나 2023년 10월 7일 가자 집단학살을 시작하면서 법원에 일정 연기를 요청했고 일정이 연기되었다. 여러 차례 미루었으나 2025년 1월 19일부터 발효된 이스라엘-하마스 휴전으로 2025년 3월 18일로 예정된 출두 증언 일정을 더는 연기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3월 18일 새벽 휴전을 일방적으로 깨고 가자 지구를 공습해서 이날 400여 명을 죽였다. 네타냐후 총리실은 법원에 연기 요청을 했고 일정이 취소되었다. 이후에도 전쟁과 정치 일정을 이유로 계속 연기를 요청해 연기해 오다 2025년 6월 이란과의 이른바 '12일 전쟁'으로 일정이 또다시 두 차례 연기되었다. 이번 전쟁도 네타냐후로서는 사법 위기를 뒤로 미루는 기회로 삼을 확률이 크다.
단순히 재판 일정 연기뿐 아니라 전쟁으로 네타냐후는 전시 지도자로 지위를 강화하고 안보 문제를 중심에 둠으로써 정치에서 사법 의제를 치워버리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제노사이드에 대한 국제적 비난 여론에 시달리고 있다. 비록 식민통치기구 성격을 지녔지만 평화위원회에 여러 국가가 개입함으로써 가자 집단학살을 지속하는 데도 한계가 다가오고 있다. 국제적 고립은 깊어지고 국내에서는 아파르트헤이트 체제가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 이런 어려움과 혼란을 단번에 덮고 국가 체제를 통합하는 유일한 해결책이 또 다른 전쟁이었다.
트럼프는 제프리 엡스틴 파일 공개와 ICE의 폭력적인 단속으로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을 일시적으로 모면했다. 이와 관련한 추측이 끊이지 않는 것은 어떠한 명분도 찾을 수 없는 이 전쟁이 범죄 그 자체임을 말해준다.
둘째, 죽고 다치는 사람들.
2월 28일 이후 이란에서 현재까지 13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이란 적신월사와 HRANA의 발표를 포함하여 여러 언론매체 보도에 따르면 절대다수가 민간인이다. 이란 호르모간주 미나브 시 샤자레 타예베 초등학교를 미군이 두 차례 폭격해서 일곱 살에서 열두 살 사이 어린이를 포함한 180여 명을 살해한 사건은 어떤 변명도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가장 끔찍한 전쟁범죄다. 샤자레 타예베 초등학교 폭격 책임을 묻는 건 중요하지만, 이것만 말해서는 안 된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이란 곳곳의 학교, 병원, 시장, 민간시설과 주거지역을 폭격했다. 수천 명이 다쳤고 일부는 평생 치유할 수 없는 중상이나 화상을 입었다.
이란 적신월사의 3월 7일 발표에 따르면 65개 학교가 폭격을 받았거나 피해를 본 가운데, 샤자레 타예베 초등학교 말고도 테헤란 시 닐루파르 스퀘어에 있는 샤히드 하메다니 초등학교를 비롯한 학교 네 곳에서 공습으로 사상자가 발생했다.
WHO(세계보건기구)의 3월 5일 발표에 따르면 최소 13곳의 병원이 폭격을 받았고 의료진 네 명이 죽었다.
공습 첫날 폭격을 받은 파르스 주 라메르드 체육관에서는 체육 훈련 중이던 십대 여성 청소년 스무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이란 174개 도시의 주거지역을 폭격했다(3월 5일 현재). 테헤란 시에서만 1천여 명의 시민들이 숨졌으며, 카라즈, 이스파한, 쉬라즈 시 등에서도 각각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란 정부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격으로 숨진 이들 중 약 30%가 어린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격으로 3월 6일 현재 3600개가 넘는 민간 시설이 피해를 보았다. 이스라엘이 이란 정유소를 폭격해서 대규모 환경오염으로 번지고 있다. 테헤란에서는 '검은 비'가 내렸다.
레바논도 3월 1일부터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고 있다. 3월 8일까지 레바논에서 최소 339명이 죽었다. 2024년 11월 27일 이스라엘과 레바논 헤즈볼라는 휴전에 합의했으나, 이스라엘은 최근까지 1만~1만5천 회 휴전 위반을 저지르며 레바논을 공격해 휴전 기간에도 레바논에서 397명이 숨졌다. 이 중 민간인으로 확인된 사람은 최소 127명이었다. 또한 이스라엘의 공격과 파괴로 레바논 남부에서 6만~9만 명의 주민이 실향민이 되었다.
3월 1일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공격하자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뿐 아니라 수도 베이루트까지 공격을 확대했다. 남부에서 수만 명이 대피하는 가운데,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많은 민간인이 살해되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 주거지역에 백린탄을 사용했다고 3월 9일 발표했다.
셋째, 시온주의와 기독교 근본주의 동맹.
동기와 목표가 무엇이든 간에,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을 공격할 수 있게 한 토양은 시온주의와 기독교 근본주의다. 트럼프의 지지 기반은 친이스라엘 성향의 기독교 복음주의자들이다. 지난 선거에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백인 복음주의자들의 약 80%가 트럼프에 투표했다.
목사 출신으로 아칸소 주지사를 지낸 마이크 허커비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는 2월 21일 한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중동 전역을 차지해도 괜찮을 것"이라고 성경 구절을 인용하며 말했다. 이런 인식을 미국의 백인 기독교 복음주의자들이 공유한다. 이스라엘 전체 인구보다 훨씬 많은 미국 기독교 시온주의자들은 트럼프의 친이스라엘 정책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다.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도 기독교 시온주의 성향의 인물이다.
또한 미리암 아델슨, 폴 싱어 같은 유대인 시온주의자들은 트럼프에 막대한 정치자금을 후원하는 거액 후원자들이다. 유대인 시온주의자들과 기독교 시온주의자들은 투표 기준이 이스라엘이라고 공공연히 말한다. 이런 정치적 토양에서 트럼프가 이스라엘에 복종하는 듯한 모습까지 보이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넷째, 학살 기계.
학살 기계는 부풀린 표현이나 은유적 수사가 아니다. 미국에서 무기를 무한대로 공급받는 이스라엘 국가의 본질이다.
이스라엘은 2023년 10월 7일 이후 가자 지구 집단학살에 인공지능 시스템을 사용했다. 물론 이스라엘은 그 이전에도 가자 지구와 레바논에서 수많은 민간인 학살을 저질렀다.
2023년 가자 집단학살은 공격 목표물을 정하고 공격을 실행하는 의사결정 과정을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으로 대규모로 수행한 세계 첫 사례로 평가받는다.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시피, 이스라엘군은 Lavender, Habsora('복음'이란 뜻의 히브리어), Where’s Daddy(아빠 어딨니)란 이름을 붙인 인공지능 시스템을 이용했다. 라벤더는 공격할 인간 목표물을 생성한다. 이스라엘군은 라벤더를 이용해 약 3만7000명의 하마스 요원 목표물을 지정했다. 이전까지 인간 표적 한 명을 특정하기 위해 증거를 확인하고 표적이 어디 있는지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해야 하는 복잡한 과정을 자동화하여 공격 목표물을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하브소라는 공격할 건물 표적을 생성하며, '아빠 어딨니'는 표적으로 삼은 사람을 추적하여 그 사람이 가족의 집에 들어갔을 때 폭격을 수행하는 시스템이다. 이스라엘군은 공격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하마스 표적이 군사 건물에 있거나 군사 활동을 할 때는 공격하지 않았다가, 표적이 가족을 만날 때 집을 폭격했다. 이렇게 해서 수천 가구가 집에 있을 때 폭격을 받아 숨졌다.
인공지능을 생산이 아니라 파괴에 사용할 때 오류는 너그럽게 허용된다. 이스라엘군은 표본을 점검해본 후 라벤더 오류율이 10%인 것을 확인하고는 라벤더 시스템 사용을 승인했다. 물론 오류로 잡지 않은 다양한 '인간적인' 사례, 예를 들어 휴대전화를 바꾸거나 건네주는 경우 따위는 무시되었다.
가디언 지 등의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번 이란 공격에 라벤더와 하브소라를 이용했다. 미군 또한 이번 전쟁에 팔란티어 테크놀로지 기반 인공지능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알려졌다. 이를 통해 첫 12시간 동안 900개의 공격을 수행했다. 자동화와 효율성의 결과 샤자레 타예베 초등학교 학살로 대표되는 민간인 대량 학살이 벌어졌다.
어떤 식으로든 이 전쟁이 지금이라도 멈추도록 전 세계가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전쟁이 일어난 원인을 없애거나 해결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전쟁의 원인을 추적하고 전쟁범죄를 처벌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하며, 이 전쟁을 실행한 트럼프와 네타냐후의 말이 아닌 희생자의 모습에, 파괴와 고통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세계 시민으로서 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분명히 내면서, 전쟁과 학살에 기독교 복음주의 같은 사상과 인공지능 첨단 기술이 사용되는 것을 감시하고 막아야 한다. 바로 우리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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