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은 여성의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그러나 많은 여성들에게 월경은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이라기보다 매달 견뎌야 하는 통증의 시간으로 남아 있다. 월경통에는 아랫배를 쥐어짜는 듯한 통증, 허리와 골반으로 번지는 방사통, 두통, 소화불량이나 설사, 예민함과 우울감까지 다양한 증상이 포함된다. 심한 경우 진통제를 복용해도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통증이 지속되기도 한다.
특히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학생들, 장시간 앉아 업무를 보는 직장인들에게 월경통과 월경전증후군(PMS)은 더욱 흔하게 나타난다. 늦은 취침시간, 스마트폰 과다사용, 카페인 섭취, 불규칙한 식사, 무리한 다이어트, 잦은 음주나 흡연은 자율신경의 균형을 깨뜨리고, 이는 곧 생리 주기의 불안정과 통증으로 이어진다.
월경 전 4~10일 사이 시작되는 월경전증후군은 불안, 초조, 우울감 같은 정서적 변화와 함께 부종, 유방통, 소화불량, 두통 등을 동반한다. 월경이 시작되면 자궁 수축을 유도하는 프로스타글란딘 분비가 증가하면서 통증이 본격화된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기혈의 순환 장애’라는 관점으로 바라본다. 스트레스로 ‘간(肝)의 기운이 울체되면 기(氣)가 막히고(간기울결 肝氣鬱結)’ 기가 막히면 혈의 순환도 원활하지 못해 통증이 발생한다. 시험 기간이나 프로젝트 마감이 겹칠 때 통증이 유독 심해지는 이유도 이와 연결지어 설명할 수 있다.
또한 찬 음식 섭취, 과도한 냉방 환경, 하복부 냉증이 지속되면 자궁이 차가워져 혈류 순환이 저하되는 ‘한응혈체(寒凝血滯)’ 상태가 되기 쉽다. 이 경우 월경혈이 덩어리로 나오거나 색이 짙고, 통증이 쥐어짜듯 심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월경혈에 검정 덩어리가 많고, 생리 시작 전후로 찌르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반복된다면 ‘어혈(瘀血)’ 양상을 의심해볼 수 있다. 어혈은 혈액이 잘 순환되지 않아 한곳에 정체되거나 탁해진 상태를 의미한다. 물론 자궁근종, 자궁내막증, 자궁선근증 등 기질적 질환이 원인일 가능성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 통증이 점점 심해지거나 생리 양상이 급격히 변한 경우에는 산부인과적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우선이다. 한의학적 치료는 이러한 기질적 질환이 없는 원발성 월경통이나, 수술 적응증이 아닌 질환에 관리가 필요한 경우에 함께 고려할 수 있다.
한약 치료는 개인의 체질과 원인에 맞추어 진행된다. 간기울결이 주된 경우에는 기의 흐름을 소통시켜 정서적 긴장과 통증을 완화하고, 한응혈체나 어혈증인 경우에는 자궁을 따뜻하게 하고 어혈을 풀어주는 방향으로 접근한다. 기혈이 부족해 쉽게 피로하고 월경 후 탈진감이 심한 경우에는 보혈과 기력 회복을 함께 도모한다. 침, 뜸, 약침 치료는 기의 흐름을 개선하며, 골반 내 순환을 돕고 자율신경 균형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장시간 앉아 있는 학생과 직장인들에게서는 골반의 구조적 불균형과 하복부 순환 저하가 흔히 관찰된다. 골반 주변 근육의 긴장을 완화하고 균형을 바로잡는 치료를 병행하면 통증 완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생활 관리 역시 중요하다. 카페인과 자극적인 음식 섭취를 줄이고, 복부를 따뜻하게 유지하며, 가벼운 유산소 운동과 스트레칭으로 골반 순환을 돕는 것이 좋다. 충분한 수면과 규칙적인 식사만으로도 증상이 완화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월경통은 단순히 ‘참아야 하는 통증’이 아니다. 매달 반복되는 불편함은 몸이 보내는 신호일 수 있다. 주기의 조화를 회복하고 기혈의 흐름을 바로잡는 과정은 단지 통증을 줄이는 것을 넘어, 전반적인 컨디션과 삶의 질을 회복하는 일과도 연결된다.
여성의 몸은 한 달을 주기로 섬세하게 움직인다. 그 변화 속에서 나타나는 통증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월경통 역시 몸 전체의 균형이라는 맥락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매달 반복되는 통증이라면, 그 근본 원인을 차분히 짚어보는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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