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경산 정가 흔드는 공천 메시지…유권자는 어디에 있나

공천권자의 '입'만 바라보는 TK 정치 한계

대구경북(TK) 정치에서 ‘공천’은 여전히 생명줄로 통한다.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의 정책과 비전보다 먼저 오가는 말이 '공천' 여부인 이유다.

선거를 앞두고 정책과 비전보다 공천권자의 의중을 먼저 살피는 기현상은 TK 정치가 안고 있는 오래된 그림자다.

▲ 조지연 국민의힘 국회의원(경북경산) 페이스북 갈무리 ⓒ 프레시안(=권용현)

최근 경산 정가를 흔든 조지연 의원(국민의힘, 경북 경산)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시지는 이런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말보다 행동으로 실천할 인물”, “외유성 출장으로 세금을 축내지 않을 인물”이 전면에 서야 한다는 발언은 겉으로는 쇄신을 말하지만, 지역에서는 곧바로 ‘공천 배제’ 신호로 읽히고 있다.

정치인의 한마디가 공천 셈법으로 번역되는 순간이다.

특히 이는 지난 1월 2일 신년 간담회 당시 "기준은 단 하나, 시민을 위해 일을 잘했는지 여부"라고 읊조렸던 뻔한 메시지와는 배치되는 대목이다.

'쇄신'이라는 단어는 명분과 동시에 누군가를 배제하는 칼날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지역 정치권에서는 쇄신의 방향보다 공천권자의 의중을 먼저 따져 묻게 된다.

이 때문에 조 의원의 '쇄신'이 현실적으로 공정성과 설득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조 의원 메시지, 지역 정가의 갈등 단초

특히 경산시의회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심각한 내부 균열을 겪어왔고, 갈등은 봉합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지난해 9월, 안문길 경산시의회 의장과 전봉근 행정사회위원장 등이 국민의힘을 전격 탈당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의원이 민주당 행을 선택하거나 무소속으로 남으며 '보수 단일대오'는 사실상 무너졌고, 의석 분포는 국민의힘 9명, 민주당 3명, 무소속 3명으로 재편됐다.

통합과 조정이 필요한 시점에 공천을 둘러싼 조 의원의 메시지가 다시 긴장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쇄신의 성공 여부는 시민들이 체감하는 '공정함'에 달려 있다.

공천권자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사적인 감정이나 정치적 계산이 아닌, 시민의 알 권리와 지역 발전을 위한 진심 어린 고민에서 비롯된 것인지 시민들은 매서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시민 앞이 아닌 공천권자 앞에서 벌어지는 충성경쟁은 TK 정치의 고질적 문제다. 쇄신과 신뢰는 말로만 시작할 것이아니라 시민들이 실제 체득할 수 있는 시스템의 혁신에서 나온다. 공천권자의 언어가 아니라 유권자의 판단이 중심이 되는 구조, 그것이 TK 정치가 지역한계에서 벗어나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다.

권용현

대구경북취재본부 권용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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