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중앙윤리위원회의 '제명' 결정에 "헌법과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또 다른 계엄이 선포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 전 대표는 윤리위에 재심의 신청을 하지 않고, 자신의 징계 처분에 대한 장동혁 지도부의 결정을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계파·선수를 가리지 않고 입을 모아 윤리위 결정을 비판했다. 지방선거를 다섯 달도 안 남긴 상황에서 당내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는 모양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입장 표명 기자회견을 열고 "계엄을 막고 당을 지킨 저를 허위 조작으로 제명했다. 계엄을 극복하고 통합해야 할 때, 헌법과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또 다른 계엄이 선포된 것"이라며 "국민, 당원과 함께 이번 계엄도 반드시 막겠다"고 밝혔다.
한 전 대표는 자신에 대한 징계 처분은 이미 정해진 순서였다고 해석했다. 재심 신청을 고려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생각 없다"고 답했다. 그는 "윤리위의 결정은 이미 결론을 정해놓고 끼워 맞춘 요식행위 같은 것"이라며 "이미 답은 정해놓은 상태 아닌가. 그 윤리위에 재심을 신청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 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한 "장동혁 대표도 방송에 나와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 윤민우 윤리위원장이 말하는 것을 똑같이 하고 있지 않나"라며 "이 문제는 장 대표가 계엄을 막은 저를 찍어내기 위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리위로부터 징계 회부 사실을 사전에 공유받거나, 회의 출석 및 소명 요구 등을 받은 일이 있는지 묻자 한 전 대표는 "어제보다 하루 전, 오후 늦은 저녁 무렵 모르는 번호로 '윤리위에 회부했다'는 문자가 왔다. 그리고 그다음 날 나오라고 했더라"라며 "그걸 어제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통상 소명 기회를 주기 위한 건 일주일 내지는 5일 전에 (연락이) 오는데, 이런 중대 사안을 하루 전에 얘기하고 다음 날 제명 결정했다. 결론을 정해놓고 하는 것"이라며 "심각한 절차적 위법이 있다"고 비판했다.
한 전 대표는 윤리위의 제명 결정을 무효로 하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여부에 대해서는 "당원과 함께 최선을 다해 막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지도부 결정을 보고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 전 대표는 이날 오전 8시경 친한동훈계 인사들과 서울 모처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윤리위 사태에 대한 대응책을 모색했다. 이날 한 전 대표의 국회 기자회견에는 친한계 배현진·고동진·박정훈·정성국 의원 등이 참석했다. 한 전 대표의 지지자들도 대거 몰려와 한 전 대표가 들어서는 입구를 가득 메우며 그를 응원했다.
윤리위는 이날 새벽 1시경 기습적으로 한 전 대표 제명 결정을 내렸다. 당적을 강제 박탈하는 제명은 당이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위의 징계 조치에 해당한다.
장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리위 결정을 곧바로 뒤집고 다른 해결을 모색하는 것은 따로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조만간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통해 한 전 대표 징계안을 확정할 의사를 밝혔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동시다발적으로 입장문을 내며 장 대표를 만류했다. 그동안 당원 게시판 사태를 관망하던 중진 의원들도 "제명 처분은 과한 결정"이라며 말리고 나섰다.
먼저 국민의힘 소장파 의원모임 '대안과 미래' 소속 의원 23명은 이날 공동 입장문을 내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제명 결정은 정당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당의 통합에 역행하는 반헌법적, 반민주적인 것"이라며 "윤리위의 결정은 장 대표의 혁신안 정신에도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안과 미래'는 장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에 "한 전 대표에 대한 윤리위 제명 결정을 재고해 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원내지도부에는 "윤리위 결정에 대한 당 최고위 개회 전, 의원들 의견 수렴을 위한 의원총회를 소집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원내행정실을 통해 의원총회 소집 요구서를 전달했다고 한다.
서울시당위원장이기도 한 배현진 의원은 앞서 오전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우리는 최대치 뺄셈의 정치적 결단을 내렸다"며 "여기 계신 당 지도부 두 분이 바로 잡아달라"고 요청했다. 단상에 올라 발언하는 배 의원 앞에는 송언석 원내대표와 서울에 지역구를 둔 신동욱 최고위원이 앉아 있었다. 행사에 참석한 다수의 당원은 환호했으나, 일부는 "말도 안 되는 소리 말라"며 배 의원을 향해 항의했다.
그동안 한 전 대표 징계 논란에 말을 아끼던 중진 의원들도 하나둘 입을 열기 시작했다. 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석열 정부 대통령직인수위 부위원장을 지낸 권영세 의원은 페이스북에 "가장 강한 징계인 제명 처분을 내리는 것은 한 전 대표의 비행에 상응하는 수준을 넘는다"고 적었다.
충남 중진 성일종 의원은 "정당 대표는 반대 진영도 포용하고 가야 한다. 장 대표는 대승적 차원에서 정치력으로 이번 일을 풀라"고 제안했다.
한 전 대표가 재심을 신청하지 않기로 한 만큼, 그에 대한 징계안은 이르면 오는 15일 최고위에서 의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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