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관계 '해빙' 기대 나오지만…시진핑 "석 자 얼음 한 번에 녹지 않아"

10년 '한한령' 해제, 아직 갈 길 멀다?…"習, 서해구조물 문제 인지 못했던 듯"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지난 5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한령(限韓令) 해제에 대한 의견 교환이 오갔고, 시 주석이 이와 관련한 대화 도중 "석 자 얼음은 한 번에 녹지 않고 과일은 익으면 저절로 떨어진다"고 말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6일 밤(현지시간) 중국 상하이에서 한 언론 브리핑에서, 전날 있었던 한중 정상회담 및 국빈 만찬 뒷얘기를 공개하며 이같은 발언을 전했다.

그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국빈 만찬을 앞두고 시 주석에게 "양국 국민들의 정서 회복을 위해 바둑대회나 축구대회를 열고, 특히 판다 한 쌍을 (한국의) 제2호 국가 거점 동물원인 광주 우치동물원에 대여해 달라"며 문화 교류의 물꼬를 틀고자 제안을 건냈다.

그러자 시 주석은 "바둑이나 축구 교류에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석 자 얼음이 한 번에 녹지 않고 과일은 익으면 저절로 떨어진다"라는 말로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석 자 얼음이 한 번에 녹지 않는다'는 표현이 눈길을 끈다. 이는 원래 있는 중국 격언인 '석 자 얼음은 하루에 얼지 않는다(氷凍三尺非 一日之寒)'을 살짝 변형한 말이다.

강 대변인은 시 주석의 언급을 한한령 해제를 향한 점진적 해결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했다. 강 대변인은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를 만큼 흐르는 것, 단계적·점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정상회담 의제였던 서해 구조물 문제에 대해 강 대변인은 "시 주석은 서해구조물에 대해서 잘 인지를 못하고 있었던 듯하다"고 전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서해구조물 문제를) 제기하자 관심 있게 들었고, (시 주석은) '실무적 차원에서 얘기해봐야 될 문제가 아니겠냐'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간 중국은 한중 양국의 200해리 배타적경제수역(EEZ)이 겹치는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에 일방적으로 해상 구조물들을 설치해왔다. 중국이 서해 영향력을 확대하는 근거를 만들고자 구조물을 설치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중국은 순수 양식시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강 대변인은 이어 "한중관계의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서해가 평화롭고 공영하는 바다가 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우리 측의 이야기였다"며 "공감대가 어느 정도 확인돼 '실무적 차원에서 얘기해 보는 것이 어떨까' 정도 이야기가 진척된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해 관련해서 우리 국민들이 갖고 있는 의구심이나 혹은 불안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보도록 노력하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또 국빈 만찬장에서 왕이 외교부장과 건배하며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했고, 왕 부장은 "한반도의 장기적인 평화와 안정은 한중 간의 일치된 목표"라고 화답했다.

전날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이 부분과 관련 "양국은 역내 평화를 수호하고 세계 발전을 촉진하는 데 있어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으며 폭넓은 이익의 교집합을 가지고 있다"고만 언급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정상회담 결과 브리핑에서 "(한중 정상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한중 양국의 공동 이익이라는 인식을 재확인했다"며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고, 그를 위해 서로 건설적인 역할을 한다는 데 대해서 공감대가 있었다"고 전하기는 했다.

시 주석은 국빈 만찬 메뉴에 대해 이 대통령에게 세심하게 설명하기도 했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시 주석은 특히 "베이징 자장면이 한국의 것과 어떻게 다른지 맛보라"고 제안했고, 이 대통령은 "자장면은 원래 중국에서 한국으로 넘어온 사람들이 우리 입맛에 맞게 변형한 것으로 아는데 중국에도 자장면이 있느냐"고 반가워헀다.

시 주석은 주로 '중국 북쪽 지역에서 많이 먹는다'는 취지로 대답했고, 베이징 자장면을 맛본 이 대통령은 "한국 자장면보다 더 건강한 맛"이라고 전했다. 또, 시 주석은 마오타이주를 이 대통령에게 권하면서 "경주 APEC에서 소개한 8대 명주 가운데 마오타이가 으뜸"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이 이어 "건강을 생각해 술을 줄였다"는 취지의 말을 하자, 이 대통령은 "한국에는 총량 불변의 법칙이 있다. 술도, 행복도 슬픔도 다 총량이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중국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고 답하며 담소했다.

▲이재명 대통령 부부와 시진핑 국가주석 부부가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국빈만찬 후 샤오미폰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샤오미폰은 경주 정상회담 때 시 주석이 이 대통령에게 선물한 것이다. ⓒ연합뉴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2박 3일간의 베이징 일정을 마치고 상하이로 이동해 천지닝 상하이시 당서기와 만찬에 앞서 나눈 환담에서 "한중관계가 이번 저의 방중을 통해서 완전히 새로운 단계로 발전해 나갈 뿐만 아니라 기존에 있었던 약간의 껄끄러운 부분들이 모두 정리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혐중, 혐한 정서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경제적 문제를 해결해 가는 데서 정말로 또 중요한 것은 양국 국민들 간의 선린 우호 감정"이라며 " 꽤 오랜 시간 동안에 근거도 없고 또 필요하지도 않은 그런 오해들 또는 왜곡 또는 잘못된 몇 가지 요소들 때문에 한국 국민들의 중국 국민들에 대한 인식, 또 중국 국민들의 한국 국민들에 대한 인식들이 대체로 나빠지면서 여러 가지 측면에서 한중 관계의 발전을 가로막았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지금부터는 근거도 없고 필요하지도 않은 그런 오해들을 최소화하고, 한국 중국 사이의 우호적 감정들을 최대한 잘 살려내고, 또 약간의 갈등적 요소나 아니면 부딪히는 요소들이 있다면 그건 최소화하고 서로 협력하고 또 도움되는 요소들을 극대화해서 서로에게 필요한 그야말로 훌륭한 이웃으로 우리가 함께 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강 대변인은 이에 대해 "대통령께서 혐중 정서와 관해 여러 번 말씀하고 '계도한 이후에 상당히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었다'라는 말을 전하기도 했고, 중국 측에서도 '그런 소식을 접했다'고 대답을 하기도 했다"며 "중국 인사들과의 만남에서 여러 번 (정서 회복을) 강조했다. 정서적·감정적인 소모 혹은 낭비 없이 감정적 회복을 해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상해(상하이)는 국권을 빼앗겼을 그 시기에 우리의 선대 선조들이 해방과 독립을 위해서 싸웠던 본거지여서 그 측면에서도 아주 의미 있는 지역"이라며 "우리 임시정부 청사를 포함한 독립운동 사적지들을 상해시에서 잘 관리해 주고 계신 점에 대해서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과 함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천 서기는 "김구 선생과 상하이 임정청사에 대해 같은 마음"이라고 하면서 "독립사적시설을 잘 관리해 왔다고 하고, 양국민 간 우호정서 기반을 튼튼히 하면서 한국과의 인적교류 확대추세가 유지될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가겠다"고 화답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6일 중국 상하이 세계회객청에서 만찬에 앞서 천지닝 상하이시 당 서기와 사전환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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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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