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와 중국의 석유 거래를 방해하고 타격을 주기 위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했다는 주장이 한국 보수 진영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실제 베네수엘라산 석유에 대한 중국 에너지의 의존율은 0.53%에 불과하다는 일본 학자의 분석이 나왔다.
6일 일본 보수의 대표적 논객이자 중국 전문가로 꼽히는 엔도 호마레(遠藤誉) 쓰쿠바 대학 명예교수는 일본 포털 사이트인 '야후재팬'에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공격이 시진핑에게 문제가 될까? 중국은 전체 에너지 자원의 0.53%를 베네수엘라산 석유에 의존하고 있다"라는 제목의 전문가 기고를 통해 이러한 분석을 내놨다.
그는 일본의 온라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를 공격한 목적 중 하나가 중국으로 향하는 베네수엘라의 석유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추측의 근거는 "중국이 석유 수입을 베네수엘라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잘못된 정보"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엔도 명예교수는 "하지만 이러한 잘못된 정보는 객관적인 데이터를 살펴보면 금방 반박 가능하다"면서 영국의 비영리 단체인 '글로벌 체인지 데이터 랩'(Global Change Data Lab)이 옥스퍼드 대학교와 협력하여 진행하는 프로젝트 '데이터로 본 우리의 세계'(Our World in Data)를 인용해 중국의 에너지원중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52.81%의 '석탄'이라고 전했다. 석유는 그 뒤를 이어 18.49%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중국의 주요 원유 수입국이 베네수엘라가 아니라는 점도 밝혔다. 엔도 교수는 중국의 세관 행정을 총괄하는 해관총서 검색 결과 2024년 중국의 주요 원유수입국 1위는 19.6%의 러시아였다고 전했다. 2위는 14.21%의 사우디아라비아였고 다음으로 11.54%의 이라크, 7.37%의 오만이 뒤를 이었다. 베네수엘라는 0.25%에 불과해 순위권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엔도 교수는 "미국의 제재로 인해 베네수엘라가 간접 경로를 통해 중국에 원유를 수출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베네수엘라에서 중국으로 간접 경로로 수출하는 비중은 4%라는 지난해 12월 15일 <로이터> 통신 보도를 인용했다.
그는 "<로이터>보도의 추정치를 반영하여 원유 수입국 시장 점유율을 계산해보더라도 베네수엘라 석유는 전체 중국 에너지원의 0.53%에 불과하다"라며 "베네수엘라산 석유 수입이 중단되더라도 중국은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1976년 베네수엘라 정부는 유전을 국유화하고 100% 정부 자금으로 운영되는 석유 회사인 페트롤레오스 데 베네수엘라(PDVSA)를 설립했다. 이후 중국은 1980년대 즈음부터 베네수엘라와 석유 관련 접촉을 시작했다. 중국이 본격적인 석유 산업 협력 및 투자를 시작한 것은 2000년대에 들어서 였다고 엔도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중국이 원유뿐만 아니라 인프라 건설을 포함하여 2005년 이후 총 6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했고, 그 대가로 원유를 공급받기로 약속받았다"며 "하지만 2005년부터 점진적으로 투자해 온 중국은 2016년경 투자금 회수 위험이 너무 크다고 판단하여 추가 투자보다는 투자금 회수에 집중해 왔다. 그 결과, 미회수 투자금은 점차 감소하여 현재 100억 달러를 조금 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엔도 교수는 "즉 베네수엘라는 이미 중국에 원유 공급으로 약 500억 달러를 반환했지만, 약 100억 달러는 아직 반환되지 않았다"며 "이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를 공격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당분간 베네수엘라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약 100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 투자가 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석유를 팔 것이고 시진핑 주석과 관계가 매우 좋기 때문에 (중국에 대한 베네수엘라의 차관 상환에는) 문제가 없다고 반복적으로 말했다"라면서 "중국은 미국산 정제유를 구매하거나, 100억 달러를 '낭비'한 것으로 간주하고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는 등 여러 가지 선택지를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중국이 손실을 입는다면 그 규모는 이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600억 달러의 손실은 아니라는 뜻이다.
앞서 4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 본인 계정에서 "베네수엘라 독재정권은 미국과 각을 세우고 중국의 품에 안겼다. 중국은 '석유 담보 차관' 방식으로 약 600억 달러, 우리 돈 80조 원이 넘는 자금을 베네수엘라에 쏟아부었지만, 정권 붕괴로 회수 가능성은 불투명해졌다"라고 말한 바 있다.
엔도 교수는 "베네수엘라산 원유는 점도가 높고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중국에서 이를 구매하는 기업은 몇몇 소규모 민간 기업뿐이며, 대규모 국영 기업은 없다"라며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점도가 매우 높은 중질유이기 때문에 가격은 저렴하지만 정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베네수엘라 산 석유가 매장량은 크지만 정제하기 어려워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함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마두로를 체포하는 초강수를 둔 것은 20세기 초 미국과 베네수엘라가 석유 협력을 했던 때로 상황을 돌리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엔도 교수는 "미국은 1912년부터 베네수엘라 석유에 대한 부분적인 지분을 보유했으며, 1920년대에는 본격적인 대규모 개발에 착수했다"라며 "미국은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저렴하게 구매하여 미국 석유 회사들이 정제 및 판매함으로써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고 전했다.
미국 방송 CNN은 "최근 몇 주 동안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이 미국 석유 회사들에 접촉하여 베네수엘라에 복귀할 의향이 있는지 타진했지만, 사정에 정통한 두 소식통에 따르면 이 회사들은 베네수엘라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방송은 "현재까지 트럼프 정부는 마두로 정권에서 석유·에너지 장관을 지낸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과 협력하여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관리 지원을 표명해 왔다"라며 "그런데 소식통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야당은 집권 시 석유 산업을 민영화하겠다는 계획을 트럼프 행정부에 여러 차례 전달했다고 한다"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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