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국빈 방문중인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중국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은 2026년을 한중 관계 전면 복원의 원년으로 만드는 중요한 계기"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시 주석은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 있어야 한다"고 뼈있는 말을 건넸다.
이 대통령은 이날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 모두발언을 통해 "경주에서의 정상회담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주석님의 초청으로 이렇게 빠르게 중국을 국빈 방문하게 돼서 진심으로 뜻깊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국민 실생활과 직결된 분야에서 수평적 호혜 협력을 이어가며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한한령 해제에 대한 희망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회담 내내 관계복원을 강조했고 대체로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90분간 정상회담을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월 시 주석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을 계기로 방한을 한 뒤 약 두 달 만의 한중 정상회담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오늘 만남은 저와 주석님 모두에게 2026년 병오년의 시작을 알리는 첫 국빈 정상외교 일정"이라고 의미를 짚었다.
이 대통령은 "양국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되돌릴 수 없는 시대적 흐름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도 변함없이 이어질 것"이라며 "이제 시대의 흐름과 변화에 발맞춰서 주석님과 함께 한중 관계 발전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가고 싶다"고 했다.
그는 "지난 수천 년간 한중 양국은 이웃 국가로서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왔고 국권이 피탈되었던 시기에는 국권 회복을 위해 서로 손을 잡고 함께 싸웠던 관계"라고 강조하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중국의 역할을 에둘러 요구했다. 그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실현 가능한 대안을 함께 모색하겠다"며 "번영과 성장의 기본적 토대인 평화에 양국이 공동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저와 시 주석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중 관계의 정치적 기반과 우호 정서의 기반을 튼튼히 쌓겠다"며 "오늘 이 자리가 경주에서 미처 다하지 못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한중관계의 전면 복원이라는 역사적 흐름이 더욱 견고해지는 결정적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거듭 관계 복원을 강조했다.
시진핑 주석도 지난 경주에서의 만남을 언급하며 "친구는 만날수록 가까워지고 이웃도 만날수록 친해진다. (양국은) 친구이자 이웃으로서 자주 왕래하고 소통해야 한다"며 "불과 두 달만에 우리는 두 번 만나 상호 방문 했다. 이는 양국이 중한 관계를 매우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환영의 인사를 전했다.
다만 시 주석은 급변하는 세계 정세에 따라 한국이 "올바른 편에 서있어야 한다"고 뼈있는 이야기를 건네기도 했다. 그는 "세계 백 년의 변혁이 가속화되고 국제 정세가 더욱 혼란스러워짐에 따라 중한 양국은 역내 평화를 수호하고 글로벌 발전을 촉진하는 데 있어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고 했다.
시 주석은 특히 "(양국은) 광범위한 공동 이익을 가지고 있고, 응당히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 있어야 하고, 정확하고 올바른 전략적인 선택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대립 구도 가운데 '올바른 편', '정확한 전략적 선택'을 언급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시 주석은 "중국은 한국과 함께 우호 협력의 방향을 굳건히 수호하고 호혜 상생의 취지를 견지하면서 중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건강한 궤도로 발전하는 것을 추구할 것"이라며 "양국 국민들의 복지를 절실하게 증진시켜 지역 및 세계 평화 발전을 위해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고자 한다"고 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중국 측은 이 대통령 부부가 환영식장에 도착했을 때 국빈 예우의 일환으로 천안문광장에서 예포 21발을 발사했다. 중국은 전날 장관급인 인허쥔(陰和俊) 중국 과학기술부장이 이 대통령 부부를 영접했다. 청와대는 이에 "중국 측이 새해 첫 국빈 외교 행사를 통해 한중관계의 전면 복원 흐름을 공고히 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는 이 대통령이 여러번 강조한 것과 같이 '한중 관계의 실질적 복원'이 첫 손에 꼽힌다. 지난 2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한중 관계의 전면적 복원이 한반도 문제 해결의 돌파구 마련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한중 간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당부하겠다"고 언급했다.
경제 협력과 관련해서는 문화 콘텐츠 교류와 공급망 안정 등 민생과 직결된 분야에서 상생 모델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에 대한 중국 측의 지지도 당부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한국 콘텐츠 제한 조치로 불리는 한한령과 중국의 서해 구조물 설치 문제 등도 주요 의제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침공하고, 미·중 갈등이 심화하는 등 국제 정세가 급변하는 가운데 대만 문제나 중일 갈등과 같은 동북아 안보 이슈가 언급될 지도 주목된다.
한국과 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디지털 산업 전반에서의 경제 협력과 미세먼지 등 기후변화에 대한 양해각서(MOU) 14건을 체결하며 경제·산업·과학기술 전반에 걸친 협력 확대에 합의했다.
특히 '환경 및 기후협력에 관한 MOU'의 체결로 미세먼지 등 대기질 개선뿐 아니라 기후변화, 순환경제 등으로 한중 간 환경 협력의 범위를 확대했다. 이와 함께 '국경에서의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상호 협력 MOU'를 별도로 체결해 통관 단계에서의 지식재산 침해 단속 효율성을 높여 우리 기업의 정당한 지식재산권 권리자를 보호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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